풀꽃나무 일기

안면도 늦가을 풀꽃나무 산책

모산재 2017. 11. 5. 22:37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안면도를 찾는다.



올해에만 세번째로 찾으면서 오늘은 다른 코스로 갈까 하다가 같은 곳을 계절에 따라 제대로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지난번에 갔던 곳을 또 돌기로 하였다. 오늘은 좀딱취 꽃을 만나보고, 안면도 가을 숲속을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풍경 속으로 들어선다.






오늘부터 기온이 뚝 떨어져 날씨가 추워질 것이라 하더니 솔숲이 예사롭지 않게 술렁인다. 여름을 지나며 한층 우거진 숲속의 풀들조차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일렁이는 풀섶에서 조릿대풀 이삭이 흔하게 보인다.



길가에는 무성히 자란 가는잎처녀고사리가 진을 치고 있는데, 포자를 확인하려고 많은 잎들을 뒤집어 보았지만 포자 달린 잎을 발견하지 못하고 만다. 



그리고 지난 탐사 때 보지 못했던 사초류들이 무리지어 이삭을 달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모습을 보면 줄사초를 연상시키는데 줄사초보다는 작고 포기를 이루기보다는 퍼져서 밀생하는 듯한데, 혹시 홍노줄사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민바랭이새도 흔하게 보인다.





6월에도 포자가 보이지 않던 진고사리는 포자가 가득 달렸다.






지네고사리






붉은 열매를 기대했던 비목나무는 월동 꽃눈만 달려 있다. 수나무인 모양이다.





적송의 수피가 참 아름답다.





바람이 거센 숲에서 좀딱취를 만난다.


손가락 길이의 키에 점을 찍은 듯 작은 흰 꽃!






고개를 넘어 볕 드는 길가에 산박하 꽃이 피어 있어서 반갑고,





바람이 덜 심한 곳에서 비로소 조릿대풀 열매를 담아 본다.





나도바랭이새 같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살펴보니 까락이 있는 큰듬성이삭새이다.






숲 주변에 열매만 남은 버들분취도 보인다.






만수국아재비







미역취





마을 논으로 가서 함 바퀴 돌며 수생식물들을 살펴 보았다.




올미 열매





가래 열매





드렁방동사니






이삭 크기가 고른 것으로 보아 올챙이고랭이가 아니라 좀올챙이골이지 싶다.





잎에서 매운 맛이 나는 여뀌





떡쑥





참방동사니






개여뀌






미국나팔꽃





참으아리 열매






콩제비꽃. 잎 모양이 반달형으로 되어 있으니 반달콩제비꽃?





단풍고사리삼







뒤영벌(?), 죽었는지 살았는지 미동도 없다.





열매가 예쁜 참새피






좀딱취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던 숲길에 들어섰지만 차가운 바람만 불어대고 꽃은 보이지 않는다.




호자덩굴이 한곳에만 무더기로 자라는데, 열매는 보이지 않고...






바람이 없는 곳에서 비로소 조릿대풀 전초를 담아 본다.





꽃이 진 것인지, 폐쇄화인지 세력 좋은 녀석들은 한결같이 이런 모습인데...





바람없는 어두운 숲에 이렇게 꽃을 피운 녀석을 만난다. 





능선길로 접어들어 어느 무덤에서 만난 풀솜나물





그 능선길에서 만난 골풀들은 모두 실처럼 가늘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골풀이 이런 기묘한 재주를~





심하게 불어대는 바람으로 일렁이는 밤나무 잎사귀를 피해 높은 가지에 달려 있는 말오줌때 열매를 담았다.





바람 심한 능선에 피어 있는 좀딱취 꽃





고갯길에서 만난, 원예종으로 보이는 국화





큰닭의덩굴이 아닌 닭의덩굴도 만난다.






마을길로 들어서서 만난 골담초





갈매빛길로 들어섰다.





벌초하기 힘들다고 콘크리트 바닥에 이런 무덤을....


자연과의 감응을 중시하는 우리의 묘지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망자가 유폐된 듯한 느낌이다. 저 사막지대 위구르인들의 무덤을 연상시키는데, 이러다 건물 안에 들이게 될까...





안면도의 가을 들판. 바다 건너 홍성 땅이 보인다.





큰여우콩 열매





승언저수지 풍경.


차가운 북서풍이 태풍급으로 밀어닥치는 사나운 날씨... 사진으로 보는 보는 풍경은 따스하기만 하다.








좀딱취







천남성 열매





안면송





돌아가야 할 시간이어서 안면고 쪽으로 빠진다.






차가운 바람에 춤추는 강아지풀에는 아직도 따스한 햇살이 내린다. 






특별한 것을 만나진 못하였지만 안면도의 호젓한 솔숲을 걷는 일은 전에도 그랬듯 즐겁고 상쾌하였다. 


하지만... 지난 주 해남 주작산을 다녀오고 목이 잠기고 감기 기운이 있더니, 안면도에서 종일 차가운 북서풍을 맞고서 제대로 감기가 들어 버렸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