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들선들 바람이 부는 오늘은 드물게 화창한 날씨. 눈이 시리게 하늘은 푸르고 드문드문 흰구름도 두둥실 떠가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대모산 풀꽃나무 산책에 나선다.
2011년 여름이던가. 폭우로 우면산에 산사태가 일어나 아파트를 덮치는 재난이 일어나자 행정구청에서 포크레인으로 골짜기를 긁어 내어 배수로 공사를 시작하더니 골짜기는 모두 거대한 미끄럼틀로 변해 버렸다. 작은 산이지만 품이 넓어 이름조차 대모산(大母山)! 골짜기마다 샘이 솟아 물이 흘러 내려 풍부한 식생을 자랑하던 대모산은 살풍경한 산으로 변해 버렸다. 그 뒤로 정나미가 떨어져 찾지 않던 산, 오늘은 새로운 마음으로 풀꽃나무를 찾아 나선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예전의 풀꽃나무들이 생존하고 있을까...? 그리고 미처 살펴보지 못한 생명들은 없을까?
교정 한 귀퉁이에 아직도 남아 있는 봄맞이꽃
학교 옆 등산로 입구 콘크리트 바닥에 자라난 표주박이끼 삭
햇빛을 받고 왕성하게 자란 황새냉이
그냥 갈퀴덩굴일까. 갈퀴덩굴은 잎이 6~8개가 돌려난다는데, 대모산의 이 갈퀴류는 대개 4~5개가 돌려난다.
배수로 콘크리트 벽에서 자라는 이끼는
물가침부리이끼일까? 아니면 가지가 자라는 물가털깃털이끼일까?
쥐방울덩굴 열매는 아직도 달려 있는 모습
꽃마리
열매를 맺은 그늘사초
들현호색
서울족도리풀(털족도리풀)
산철쭉
흰털제비꽃
그늘사초
실청사초
그늘사초
남한산성에서도 본 적 있는... 털이 없는 흰털제비꽃.
실청사초
주름솔이끼
고비
앵초
산꿩의밥?
꽃 없는 흰털제비꽃
대모산에서 오리나무의 존재를 처음 확인!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오리나무 열매
실청사초
산뚝사초
현호색, 개별꽃, 덩굴박주가리, 대극, 광릉갈퀴, 광릉골무꽃, 하늘나리, 각시둥굴레, 올괴불나무, 이스라지, 작살나무 등이 어울려 살던 골짜기를 찾았더니 깊게 패어져 정돈된 자리엔 콘크리트 옹벽이 자리잡았다.
광릉갈퀴 몇 개체만 눈에 띈다 싶었는데, 습기를 잃어버린 옹벽 위 언덕에 야산고비가 다행스럽게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다.
야산고비
애기나리
황새냉이 줄기의 털. 그늘에서 자란 것은 털이 적지만 양지에서 자란 것은 털이 많다.
물가이끼?
실포아풀
들덩굴초롱이끼?
패랭이우산이끼?
들덩굴초롱이끼
일부 생존하고 있는 광릉골무꽃
멧팔랑나비
골짜기를 정돈한 탓에 볕이 잘 들어 예전과 달리 물레나물만은 번성하고 있다.
조뱅이 어린 풀
콩제비꽃
종지나물(미국제비꽃)
앵초
각각 산꿩의밥과 꿩의밥? 화서의 차이가 있어 보이는 녀석이 공생하고 있어 헷갈린다.
아름다운 향기로 맞이하는 긴병꽃풀
침작은명주실이끼?
피나물
뱀고사리
들현호색
조선현호색
짙은 향기를 산들바람에 실어보내는 서울귀룽나무 꽃
아파트 속 공원의 이끼를 만나러 가는 길, 덜꿩나무라나스도 막 꽃봉오리를 열고 있다.
습한 언덕을 매트처럼 덮고 있는 들덩굴초롱이끼(?)
좀 습기가 덜한 곳을 덮고 있는 이 이끼는 쥐꼬리이끼(?)
예전에 놀던 풀꽃동산 묏등 언덕으로 향한다.
애기풀은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 추세
조개나물도 이제 끝물로 접어들고 있다.
벌써 제비꿀도 곷을 피우고~.
수영도 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흔하게 보이는 청사초
열매를 맺은 향모
보리수나무도 벌써 꽃을~.
연리초, 용담을 만나던 곳을 꼼꼼이 살펴보았지만 아쉽게도 흔적이 없다.
이 언덕에서는 삼색의 제비꽃을 만날 수 있다.
그냥 제비꽃
흰꽃 제비꽃
그리고 그 중간형의 제비꽃
미나리아재비도 활짝~.
외대으아리 어린풀
애기풀
꽃바지 꽃, 초점이...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리고 다시 잔디를 입혔는데도
방울비짜루는 살아 남았다.
방울비짜루 수그루 수꽃
방울비짜루 암그루 암꽃
줄기를 벋어 꽃 피울 준비하는 밀나물
청사초
조개나물
미역취
꽃을 피운 얼치기완두
나물의 단계를 지나 잎이 자라버린 고사리
백두옹((白頭翁)으로 변신한 할미꽃
수꽃만 보이는 선밀나물
이 언덕에는 개망초와 주걱망초가 함께 산다.
벌써 마로니에(칠엽수)가 꽃을 피우고...
이곳의 마로니에는 열매가 가시로 덮힌 서양칠엽수(가시칠엽수)
오랜만의 대모산 풀꽃나무 산책, 쉬엄쉬엄 돌아다니며 관찰하다 보니 거의 네 시간이나 훌쩍 지났다. 늘 먼 곳으로만 돌아다니다 잊고 지내던 풀꽃나무들을 만나는 기쁨을 확인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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