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와 씨앗

멀구슬나무 열매 Melia azedarach

모산재 2017. 1. 19. 11:16

 

한겨울 제주도와 남해안 부근을 여행하면서 종종 만나는, 꽃 못지 않게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풍경이 바로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멀구슬나무이다.

 

꽃이 지고 파란색으로 달려 있다 가을에 노랗게 익는 열매는 작은 대추를 연상시킨다. 과연 대추처럼 겉은 말랑말랑하고 속에는 딱딱한 씨가 들어 있는 핵과(核果)로 과육은 푸를 땐 쓰지만 익으면 단 맛이 있어 먹기도 하지만 씨에 독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독성 성분은 toosendanin이라는 것으로 회충이나 요충 구제에 쓴다고 하며, 열매 전체를 옷장에 넣어 나프탈렌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 한다. 종 이름인 azedarach에 '독이 있는 나무'란 뜻이 있듯이 열매 이외에도 잎, 줄기에 유독 성분이 조금씩 들어 있다. 딱딱한 열매의 핵은 염주를 만드는 데 쓰이고 씨에서 짠 기름은 불을 밝히는 데 쓰인다.

 

제주도에서는 '먹쿠실낭'으로 불린다고 하는데, 멀구슬나무라는 이름은 나무에 달린 열매가 구슬 같다는 데서, 또는 열매 씨앗으로 염주를 만드는 데서 '목구슬나무'로 불리다가 멀구슬나무로 오정착된 것으로 추정된다.

 

 

 

 

 

목포

 

 

 

 

 

 

 

 

● 멀구슬나무 열매 Melia azedarach | chinaberry tree, Indian lilac  ↘ 쥐손이풀목 멀구슬나무과 멀구슬나무속 낙엽 활엽 교목

높이 15m. 나무껍질은 암갈색으로 잘게 갈라지며, 가지 굵고 사방으로 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홀수 2 ~ 3회 깃모양겹잎이고 길이는 80cm이며 소엽은 달걀형 또는 타원형이며 예두이고 거치상의 결각상이며 길이는 2 ~ 5cm이다. 뒷면에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지며 잎자루는 길고 아랫부분이 굵다.

꽃은 5월 말에 피고 연한 보라색이며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 5개이다. 수술은 10개이며 합쳐져서 통상으로 되고, 원뿔모양꽃차례는 새가지 끝에 달린다. 열매는 핵과로 구형이고 지름이 1.5cm로 노란색으로 9월 중순 ~ 10월에 성숙하고 점차 쭈글쭈글해지고 이듬해 봄까지 그대로 붙어있다. 
<국립수목원 식물도감>

 

 

 

 

 

 

 

※ 멀구슬나무 꽃

 

멀구슬나무는 멀구슬나무과로 우리 나라에 유일하게 자생하는 아열대 수종으로, 5월에 가지 끝에 연보랏빛의 작은 꽃들이 무더기로 피는데, 꽃 모습과 향기가 라일락과 닮아서 서양인들은 Indian lilac이라고 부른다.

 

 

 

 

 

 

 

 

※ 쓰임새가 많은 멀구슬나무

 

한방에서는 열매를 천련자(川楝子), 뿌리껍질을 고련피(苦楝皮)라고 한다. 천련자는 장내 기생충을 제거하고 머리의 건선피부염에 효과를 보인다. 고련피는 회충, 요충을 제거하고 풍진(風疹)과 개선(疥癬:옴과 버짐 등의피부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한다. 잎을 화장실에 넣어 구더기가 생기는 것을 막았으며, 즙액을 내어 살충제로 쓰기도 했다. 나무에서 뽑아낸 기름에서는 130여 종의 곤충에 혐오감을 주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방충제로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열매를 옷장에 넣어 방충제로 쓰고 손과 발의 동상에는 뿌리껍질과 줄기 삶은 물을 이용한다. 또 가루는 환부에 문지르면 낫는다고 하며, 피부습진과 트리코모나스 질염에 달여서 씻으면 효과를 본다고 한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배가 아플 때 열매를 달여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출시된 여드름 치료제에도 멀구슬나무의 추출물이 함유되어 있다.

제주도의 오동이라고 할까? 워낙 잘 자라고 나무 무늬가 아름다워 제주도에서는 집집마다 이 나무를 심어 두었다가 딸이 시집 갈 때 베어 장롱을 만들어 주는 풍속이 있었다 한다. 아름다운 가구재로 사용되는 마호가니(Swietenia humilis)도 녹색 꽃이 피는 멀구슬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이다.

인도에서는 인도멀구슬나무를 님(Neem)이라 하여 실생활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잔가지로 이를 닦았고 즙으로는 피부병을 고쳤으며, 잎사귀를 놓아두어 해충을 없앴다. 씨는 구충제로 이용한다. 씨에서 추출한 오일은 피부 가려움증, 여드름, 비듬이나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데 사용한다. 이는 비누, 삼푸, 마사지팩 등의 각종 제품으로 개발되어 있다. 꽃은 향료, 수피와 과실은 약용, 목재는 가구재나 공예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