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지리산(천왕봉-백무동) 6월 중순 풀꽃나무 산행

모산재 2016. 6. 23. 16:23


8시 20분쯤, 대피소 주변에서 아침 식사로 분주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향한다.






2주전 서북능선에서, 지난 주 가야산에서 활짝 핀 세잎종덩굴을 만났는데,

지리산에서는 아직 세잎종덩굴이 제대로 꽃잎을 열지 않고 있다.




큰 차이가 아닌 듯하지만 200~300m 고도의 차이에서 공기의 기운이 다름을 느낀다. 




제석봉으로 오르다 전망데크에서 바라보는 중산리 방향의 골짜기 풍경!


몇 년 전 청명한 가을날에는 그 너머로 남해섬과 남해바다도 보았는데 오늘은 안개구름만 자욱하다.





천왕봉 부근의 잎이 작은 사스래나무, 좀고채목으로 불리다 지금은 사스래나무로 통합되었다.






털개회나무





그리고 내심 기대했던 괴불나무를 만난다.


한눈에 잎 뒷면이 분백색이 뚜렷해 흰괴불나무이거나 흰등괴불나무로 보이는데,

잎 뒷면 잎자루 가까운 주맥에만 흰 털이 뭉쳐서 나 있다.





신구대식물원에서 본 흰괴불나무는 줄기와 잎 모두가 작고 꽃차례가 곧게 서는 것이 많은데, 이것은 이런 특징이 없는 걸로 보아 흰괴불나무는 아닌 듯하고 흰등괴불나무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무더기로 자라는 다북고추나물





흔하게 보이는 애기바늘사초





옥수수 뻥튀기 같은 하얀 꽃을 피운 마가목





네귀쓴풀, 한달 쯤 기다리면 꽃을 피우겠지...





정상 가까운 곳에는 아직 꽃봉오리가 많은 흰참꽃나무





수 년 전까지도 꿋꿋이 자라던 가문비나무는 고사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 안타깝게 한다.





흰참꽃나무





드디어 천왕봉 정상이 눈 앞에 들어섰다.





정상 부근에서도 꽃대를 올리고 있는 참바위취





천왕봉 정상





참바위취와 애기바늘사초






정상석은 줄을 서서 붙들고 있는 산객들 때문에 잠시도 쉬지 못한다.


나처럼 인내심 없는 산객은 그저 주위만 빙빙 돌다 하산할 수밖에 없다.






무속인일까...  정상 바로 아래에서 제수를 차례 놓고 치성을 드리고 있는 남녀





정상석 사진조차 담을 기회가 없어 바로 왔던 길로 되내려간다.





반갑고나, 아직도 달려 있는 산앵도나무 꽃!





분백색 잎 뒷면을 가진 이 괴불나무에는 주맥 부근에 털이 보이지 않는다.




두 종은(흰괴불가지 포함하면 세 종은) 엄연히 힉명상으로 변종 관계가 아닌 서로 다른 종인데, 오로지 털을 기준으로 홍괴불이냐 흰등괴불이냐를 따지는 건 비정상이다.


세 종에 대한 엄밀한 분류학적 재고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제석봉에서 장터목으로 내려가는 길





왜우산풀






장터목을 지나 참샘-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로 접어든다.




쥐다래 암꽃






습하고 그늘진 땅에서 두메갈퀴도 꽃을 피웠다.





꽃잎이 네 개인 쥐다래 암꽃





산겨릅나무





장터목에서 하산하다 꼭 쉬어가게 되는 이곳.


장터목을 마지막으로 바라볼 수 있는 조망터이다.





참회나무 열매





벌써 버섯이... 끈적긴뿌리버섯일까...





무슨 족도리풀일까, 싶어 꽃을 확인하니




예, 무늬족도리풀이올시다~.






참샘까지 쏜살처럼 하산...




왕미꾸리광이...?





계곡 아래에 내려섰는데 다래꽃이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다래꽃에서 뭔가가 자꾸만 떨어져 땅바닥을 살펴보니 다래꽃이 아니다.





요놈의 정체가 뭔지 확인하여 고개를 드는데, 짙은 숲에 가려 도무지 확인할 수 없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검은 나무 줄기가 익숙하다.


바로 개회나무 아닌가!





줄기를 따라 시선을 더듬어 올라가니 다래 덩굴 위쪽으로 과연 개회나무 잎과 꽃차례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개회나무 키가 이렇게 컸던가? 높이가 10m는 훌쩍 넘어 보인다. 교목 수준이다!




꽃을 활짝 피운 산꿩의다리





그런데 바로 그 다음부터는 계곡은 온통 개회나무 군락



그 중 가장 키가 작은 이 나무(그래도 6~7m쯤)를 만나 꽃 사진을 비교적 선명하게 담을 수 있었지만...







그 외의 나무들은 대개 10~15m 정도로 하늘 높은 곳에 흰 꽃을 피웠는데, 주변의 다른 교목들에 비해 키가 결코 작지 않은 대형 나무들이다.




개회나무의 높이를 두산백과에는 4m, 국생정에는 4~6m라 기록하고 있는데 분명 잘못된 기록,

그나마 관목이 아닌 소교목이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호골무꽃





노각나무 꽃의 계절!


하지만 이 계곡의 노각나무는 키가 너무 높아 꽃을 확인할 수조차 없다.




다만 땅바닥에 떨어진 꽃잎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물버섯 종류





민달팽이





하동바위





세뿔투구꽃을 살펴보니 줄기 아래쪽의 잎은 결각이 깊은 투구꽃의 모양을 하고 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알록제비꽃의 잎





이 버섯은 무슨 버섯일까...






산갈퀴는 벌써 열매를 조랑조랑 달았다.





하동바위 계곡을 벗어난 지점에서 만난 초롱이끼속의 이끼






천왕봉에서 꼭  세 시간만에 백무동으로 내려선다.




예전 가장 위쪽에 있던 허름한 식당 자리에는 커피와 막걸리를 함께 파는 신식 퓨전 쉼터 건물이 들어섰다.





출발할 때 첫 사진으로 담은 산수국을 마지막 샷으로 생각하고 한번 더 담았는데....





바로 그 옆 숲그늘에 말없이 꽃을 피운 사상자가 눈을 맞추지 않는가!






이렇게 해서 1박 2일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행은 모두 끝났다.




귀경길은 천왕봉에서 전화 예약을 해둔 남부터미널 행 14 :30 버스


어제 점심을 먹은 살구나무집 식당에서 또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버스에 지친 몸을 싣는다.





백무동발 버스 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