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설악산 서북능선, 귀때기청봉-대승령의 6월 초 풀꽃나무 산행

모산재 2016. 6. 8. 22:08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1708m)에서 중청(1664m) 끝청(1610m)을 지나 서쪽 끝 안산(1430m)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서북능선에 우뚝 솟아 오른 귀때기청봉은 단연 군계일학이다. 최고봉에서 멀리 떨어져 홀로 솟아 있으니 더욱 빛난다. 오죽하면 귀때기청이란 익살스런 이름까지 얻었을까. 자기가 제일 높다고... 잘났다 으시대다 대청 중청 소청 삼형제에게 귀싸대기를 얻어맞는 바람에 귀때기청봉이라 불리게 되었다지 않는가!



1000m를 훌쩍 넘는 서늘한 고산 능선에는 수많은 귀한 아고산 식물들이 깃들어 산다. 이들을 만나러 2주만에 또 설악산을 찾았다. 




이 계절 귀때기청봉에는 흰인가목과 인가목 꽃 핀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흰인가목은 한국 특산으로 학명도 Rosa koreana, 곧 '한국의 장미'인 셈...


그런데 인가목에 비해 꽃이 작고 잎도 잘다.





그런데 꽃에 붉은 빛이 감도는 흰인가목이 있는데, 이런 녀석은 꽃도 크고 잎도 넓어서 인가목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곳은 인가목과 흰인가목이 혼생하고 있어서 교잡형이 있는 것일까 싶기도 하고 두 종이 다른 종이 아니라 같은 종의 개체변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크기와 색깔의 차이를 빼면 다른 점이 거의 없다.




시닥나무 암꽃을 만났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벌써 날개가 달린 씨방이 꽃 속에 성숙한 모습이다.





대부분 꽃이 지고 있는 모습인 매발톱나무, 비교적 싱싱해 보이는 녀석을 골라 찍어 보았다.





연한 색감의 철쭉이 청초해 보이지 않는가...!





인가목 한번 더...





백당나무 군락지에서 아직 연둣빛인 헛꽃을 담아본다.





외영의 색깔 정도가 다른 왕쌀새, 청쌀새를 구별할 이유가 있을까...





만병초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병초가 있을 만한 곳을 다 찾아 봐도 꽃을 피운 녀석은 종내 보이지 않는다.






만병초 나무 아래 밀생하는 개석송만 포자주머니이삭(포자낭수)을 올리고 있을 뿐...





꽃이 진 연영초만 종종 보이더니 한 녀석이 아직도 제법 싱싱한 꽃을 달고 서 있어 반갑다.


사춘기가 늦은 놈이다.





이 피나무는 잎이 작고 화서마다 달린 꽃봉오리 수가 3~4개 정도(피나무는 3(8)~20개)로 적은 걸로 보아 뽕잎피나무일까...





큰앵초는 대개 지고 있는 상태...





부게꽃나무





청괴불나무꽃을 만난다.


고산이어선지 나무와 잎이 워낙 작아 철쭉나무 종류로 오인할 뻔했다. 흰참꽃나무가 꽃이 피었나 싶게... 





꽃이 남아 있지 않을까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가는잎개별꽃, 역시나 이런 모습으로 맞이해 주었다.





홍괴불나무로 알려져 있는 나무를 또 만난다.




흰괴불나무나 흰등괴불나무와 꽃의 모양이 다름없어 보인다. 잎 뒷면의 주맥 양쪽에만 흰 털이 있으면 흰등괴불나무, 잎 면 전체가 흰털이 밀생하면 흰괴불나무라고 한다.




자주솜대 군락





대승령 쪽으로 갈수록 아구장나무(설악조팝나무)가 자주 나타나기 시작한다.




기본종인 아구장나무종에 비해 잎에 털이 적고 열매에 털이 없는 변종을 초평조팝나무, 꽃차례에 털이 없고 열매의 배면에 털이 있는 종을 설악조팝나무라 구분해 놓았는데, 개체변이 수준으로 보이는데 굳이 구분하여야 할까. 꽃이 지고 나서 열매에 털이 있나 없나 살펴보고 종을 결정해야 하는 것인지...




산앵도나무





그리고 만나고 싶었던 앵초과의 참기생꽃 군락을 만난다.






참기생꽃보다 작고 꽃이 1~3개씩 달린다고 하는 기생꽃은 대암산에 자란다고 한다.




둥굴레





뜻밖에 만난 나무. 갈매나무인가 했더니 꽃자루가 잎자루보다 긴 것을 보니 짝짜래나무로 보인다.





잎자루에 털이 숭숭한 태백취가 종종 보이고...





아구장나무(설악조팝나무)





분비나무 열매





전석지의 털개회나무 군락






벌써 꽃을 피운 큰네잎갈퀴




국생정에는 큰네잎갈퀴 국명과 'Vicia venosa var. albiflora'란 학명만 등재하고 기재문이 없는 상태인데 꼭두서니과 네잎갈퀴 종류로 보이는 표본 사진들만 여럿 실려 있는 상태여서 실체를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게다가 이 학명은 '흰 꽃이 피는 연리갈퀴(Vicia venosa)'라는 뜻이어서 이 꽃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그런데 중국식물지에서는 Vicia ramuliflora란 학명을 쓰고 있고 서울대학교 분류학연구실의 초본목록에도 이 학명을 쓰고 있다. 학명을 바꾸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네잎갈퀴나 좀네잎갈퀴와 같은 꼭두서니과 풀과 혼동되지 않도록 국명도 네잎갈퀴나물로 하면 좀 좋을까.

 



요강나물





너무 흔하게 피어 있어 못 본 척했던 두루미꽃 인증사진 한 컷만 담았다.





뜻밖의 곳에서 무늬대사초를 만난다. 주변을 둘러 봐도 이 두 촉 외엔 더 없다...




무늬대사초라는 이름은 국가표준식물목록이나 국생정에는 등재되지 않은 종이다.(무늬지리대사초는 등록되어 있지만...) 그런데 2002년엔가 양산 영축산에서 발견되어 Carex sidrosticta for. variegata라는 학명을 얻었다는 기록이 보이고, 설악산자생식물원에도 무늬대사초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털개회나무





관목상으로 자라는 이 나무는 무엇일까?


잎을 보면 물오리나무 비슷한데, 백두대간에 자생했다는 물오리나무일까...





벌써 열매가 달린 요강나물도 보인다.





꽃개회나무





아구장나무





꽃이삭의 길이가 짧은 이 범꼬리는 호범의꼬리로 봐야 할까.





설악솜다리




2012년 분류학회지에 설악산의 솜다리는 포편의 모양과 길이가 거의 같은 점 등으로 산솜다리와는 달라 설악솜다리로 명명된 논문이 게재된 바 있는데, 국가표준식물톡록과 국생정에는 설악솜다리는 등록되지 않고 있다.




모과꽃처럼 상큼한 맛이 날 것 같은 철쭉





그리고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장백제비꽃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생지가 한두 평이 될까 말까 한데 개체수조차 몇 되지 않으니 머지않아 흔적없이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귀때기청봉에 오를 때 눈여겨보지 않던 눈측백나무를 살펴본다.



잎 끝의 저 독특한 형태가 에서 꽃이 피려는 것인지 판단이 되지 않는 모습...





옥잠난초





꽃봉오리 흔적만 보이던 바람꽃, 암릉의 정상부에서 꽃 핀 모습을 보여 준다.


사춘기가 빠르게 시작된 녀석들...





고산지대여선지 꿩의다리아재비 꽃도 종종 보인다.





큰앵초





만병초 나무는 종종 발견되는데, 역시 꽃이나 꽃봉오리가 달린 것은 여전히 발견하지 못한다.



꽃 대신 애기만병초를 담는 걸로...





종종 보이는 산가막사리꽃





얘는 누구? 뭐 이런 곤충이 다 있나...?




매자기 님이 남가뢰라는 곤충이라고 일러 주신다.


땅속에 낳은 알에서 깬 유충이 가까운 꽃으로 몰려 올라가 꽃가루인 양하고 있다 가

꽃을 찾아오는 뒤영벌의 다리에 매달려 뒤영벌 집으로 가서 뒤영벌의 알과 꽃가루를 먹고,

나중에는 애벌레까지 잡아먹으며 자라는 독특한 곤충이다.




철쭉처럼 보이는 청괴불나무. 인동꽃처럼 흰 꽃을 지나 노란 꽃으로...






활짝 핀 박새꽃





큰네잎갈퀴





쥐오줌풀





고광나무





현삼 비슷해 보이면서도 뭔가 다른 이 풀 이름이 안 떠올랐는데...




매자기 님이 고려엉겅퀴 같다고 알려 주신다.


어쩐지 잎이 마주난 모습이 아니고 줄기에 4각의 능각도 없으니...




대승령에 도착하니 4시 50분, 귀때기청에서부터 3시간 정도 걸렸다.





6km로 표시된 거리인데 한 시간에 2km 정도의 속도이니 아주 느린 듯하지만 굴곡 심한 험한 지형임을 생각하면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오늘처럼 힘든 산행은 없었던 듯하다. 거의 뛰다시피 암릉을 오르내렸던 것! 




장수대까지는 돌계단만 이어지는 하산길, 그 끝 대승폭포쯤에서부터는 급경사를 이룬 나무계단을 내려서야 한다. 남은 거리는 2.7km!





돌계단을 다 내려선 지점에서 만난 은대난초속.


외모는 은대난초인데, 꽃에 거가 없는 점은 민은난초.


백담사 계곡에서도 이런 것을 만난 적이 있다. 이 둘의 요소를 다 갖춘 것은 김의난초인데 이걸 김의난초로 봐도 될까...






멀리 건너편 암벽으로 물줄기가 바짝 말라 폭포로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된 대승폭포를 바라보며 나무계단으로 내려선다.




꽃을 피운 덤불조팝나무를 만난다.




참조팝나무와 구별이 어려운 덤불조팝나무!


줄기에 능선이 있으면 덤불이요 없으면 참이라고 보면 된다. 덤불의 줄기가 더 길고 잎이 달린 마디마다 굽어진 느낌이 있다.




이걸 돌양지로 봐야 할지 참양지로 봐야 할지...

이 둘을 구태어 왜 구분을 했는지...





후닥닥 바쁘게 거친 숨을 내쉬며 장수대로 내려서 도로 쪽으로 나서는데, "모산재~"를 부르는 소리! 



보니 사진으로 눈에 익은 몽블랑 님이 눈 앞에 서 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그리고 역시 닉으로 익숙한 돌멘 님, 엔돌핀 님, 가슴이따뜻한사람 님을 차례로 만난다. 막 도착해서 땀을 씻고 났는데 내가 도착한 것이라 한다.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극적으로 만나니 반갑기만 하다.


이렇게 잠깐 인사만 나누고 헤어진다. 두 분은 충청도로, 또 한 분은 부산까지 가야 하고... 마침 돌멘 님은 서울로 가게 되어 돌멘 님 차에 동승하게 되어 지루하지 않게 귀경할 수 있었다.





장수대 버스 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