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한계령-귀때기청봉 6월 초 풀꽃나무 산행

모산재 2016. 6. 6. 15:44


나흘간의 연휴(6.4~6.7)를 맞이하여 첫날은 설악산 서북능선 야생화 산행을 하기로 한다.


항공편만 확보되면 2박 3일 정도 제주도로 갈까 싶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없다. 혹시나 나중에라도 표가 생긴다면 1박 2일이라도 다녀오려 했는데 기대는 헛되고 말았다.



지난 주쯤이었던가, 야사모 몽블랑 님이 주말 서부능선 야생화 탐사에 동행하자는 쪽지가 왔는데, 내가 가려고 한 날짜와 같다. 하지만 한계령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한다고 하니 함께 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 아침 일찍 한계령 행 버스를 타고 가서 9시나 10시쯤부터 산행을 할 생각이었기에...



어쨌든 6시쯤 집을 나서는데, 전철은 10분이나 기다려 왔고 가락시장 환승역에서도 또 10여 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스 시간에 늦을 것 같아 택시를 탄다. 그런데 잠실대교를 건너자마자 아뿔사 이 기사, 반대편 길로 들어서 버렸다. 청담대교까지 가서 유턴하고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버스가 출발 4분전이다. 안 받겠다는 택시비 던져 주고 후닥닥 예매표 발권기 앞으로 달려가니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줄을 선 발권기마다 작동 불능... 몇 분을 허비해서 겨우 발권, 출발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승차할 수 있었다. 



연휴로 인해 이 이른 아침부터 도로는 정체와 지체를 반복한다. 9시쯤 도착할 것으로 생각했던 버스는 10시 35분쯤에야 도착한다. 시간에 쫓기는 부담스런 산행을 하게 됐다. 날씨는 흐리지만 전망은 괜찮은 편이다.




한계령 등산로 입구





계단을 올라서고 조금 더 오르면 사방의 전망이 보이는 바위봉우리가 나타난다.



점봉산 방향(맨 뒤쪽). 왼쪽으로 흘림골 구 칠형제봉이 보인다.




가리봉 방향




한계령 서북능선 방향





금마타리는 아직도 꽃봉오리 상태...





함박꽃나무는 환하게 꽃잎을 열었다.





흰정향나무





쥐다래





노린재나무





노랑제비꽃





1km지점까지 오르는데 35분이나 걸린다.





세잎종덩굴





금강분취





산가막살나무





공룡능선에서 소영도리로 보이는 것과 비교하기 위해 살펴본 병꽃나무는 붉은병꽃나무이다.

붉은병꽃나무와 소영도리나무를 구별하는 게 유의미한 것인지 회의가 든다.





늦게까지 피어 있는 벌깨덩굴이 고마워 잠시 발길 멈추고...






벌써 박새꽃이 피었다.





꽃을 피우기 전인데도 쥐다래 잎은 저렇게 화려하게 변색하고 있다.





산앵도나무가 앙증스런 종 모양의 꽃을 피우고





털개회나꽃은 아주 흔하게 보인다.





긴 꽃차례를 올린 부게꽃나무





말발도리는 안 보이는데, 물참대는 아주 흔하게 꽃을 피웠다.





눈개승마





이게 뭐였더라...





한계령 삼거리로 오르는 계단에서 돌아보는 전망





털뭉치 같은 요강나물이 꽃봉오리를 열었다.





자주솜대는 꽃이 지고 있고...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하니 11시 50분. 한계령에서 70여 분 걸렸다.





마가목 꽃이 활짝 피었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 전경






설악의 전망을 바라보며 몽블랑 님에게 전화를 한다. 귀때기청봉을 지나 식사를 하고 감투봉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란다. 그리고 이내 통화가 끊긴다.




 인가목 꽃을 처음 만나고...


꽃받침에 샘털이 있어 붉은인가목이 아닌 인가목임을 확인한다.





새 줄기에서 꽃을 피우는 꽃개회나무 꽃도 만난다.






큰꼭두서니





풀솜대





나래회나무 꽃이 지고 프로펠러 모양의 작은 열매가 몇 개 달렸다.





바위 너덜지대에 열매를 단 애기바늘사초들이 흔하게 보인다.





시닥나무는 언제나 암꽃을 보여주지 않고 열매를 단 모습만 보여 준다.





이곳의 물참대는 세 갈래의 암술대가 붉은빛을 띠고 뚜렷이 모습을 보여 주어서 이채롭다.





귀때기청봉으로 오르며 바라본 대청봉과 공룡능선 전경






귀때기청봉





이곳을 오를 때쯤 몽블랑 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만병초 꽃을 만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만나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고 너덜지대 힘든 오르막길을 부지런히 오른다.





마가목. 울릉도의 당마가목에 비해 잔잎의 수가 적고 너비도 좁아 보인다.





인가목일까 붉은인가목일까...




꽃받침에 샘털이 있는 것으로 인가목 확인...




붉은인가목은 생열귀나무처럼 둥근 열매, 인가목은 긴 열매가 달린다.


붉은인가목은 국생정에는 따로 등록되어 있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생열귀나무의 이명으로만 등록되어 있다. 두 종이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통합된 것으로 보인다.




털개회나무





산앵도나무





세잎종덩굴





사스래나무





붉은병꽃나무가 흔하게 분포하는 속에 딱 한 그루 흰 꽃을 피운 병꽃나무.


꽃만 흴 뿐 모든 특징이 붉은병꽃나무와 같으니, 흰붉은병꽃나무라는 모순적인 이름으로 불러야 하나...




그런데 국생정에서 확인하니 붉은병꽃나무(Weigela florida)의 품종으로 흰병꽃나무(f. candida)와 색병꽃나무(f. alba)가 엄연히 등록되어 있다. 색병꽃은 처음에는 흰 꽃이 전체가 붉게 변한다 하고, 흰병꽃은 색 변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런데 위의 병꽃나무는 일부 꽃들이 붉은빛이 도는데, 색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난감하다. 그래도 일단은 흰병꽃나무로 정리해 두기로 한다.  





새 가지가 잘 안 보이나 꽃개회나무인 듯...





대청 중청 소청, 그리고 공룡능선 전경





마가목





돌아서 바라본 망대암산과 점봉산





곳곳에 댕댕이나무들이 보이지만 두 주 전 대청에서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꽃이 졌다면 꼬마 열매라도 달렸을 텐데 말이다.




꽃개회나무





붉은빛이 감도는 물참대 꽃봉오리





벌써 꽃이 지기 시작하는 매발톱나무





아직도 꽃송이가 남아 있는 털진달래





대청-중청-소청-용아장성 능선과 공룡능선-마등령, 화채봉이 겹겹이 보이는 설악산 전경





대청-중청-끝청에서 귀때기청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풍경





한계령으로 꺾어지며 이어지는 'ㄴ' 자 대간 주릉






이 조망 좋은 곳에서 잠시 행동식으로 허기를 달랜다.




식사하는 자리 옆, 이 고산 너덜지대에서 자라는 이 멋진 고사리는 누구일꼬...?


높은 산 암벽에 자라며 향기를 내는 주저리고사리란다.





구상나무 닮은, 중부 이북에서 자란다는 분비나무

실편(열매조각) 침상 돌기가 위를 향하면 분비나무, 뒤로 젖혀지면 구상나무로 구분한다.





 잎이 위쪽으로 심하게 말려 있는 병꽃나무,

꽃받침이 깊이가 다르게 갈라지고  털이 있으니 소영도리나무이겠다.


하지만 이런 차이로 붉은병꽃나무와 굳이 구별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꼬...?





꽃이 만발한 흰인가목





털진달래





홍괴불나무로 알려진 이 나무...




홍괴불나무에 대해 국생정은 "포는 길이 1~3mm이고 소포는 0.5mm 정도로 합쳐지고"라고 기재하고 있는데, 이 나무에는 포가 보이지 않는다. 뒷면 주맥에 백색털이 있는 점은 흰등괴불나무의 특징이기도 한데, 이것이 과연 홍괴불나무로 봐야 하는지...




산앵도나무






귀때기청봉 정상에 도착하니 오후 1시 40분, 출발한 지 세 시간이나 걸렸다.





앞서가던 탐사 팀들이 보았다는 만병초꽃은 발견하지도 못하고, 만날 거라 기대했던 배암나무는 꽃은커녕 나무의 흔적조차 보지 못했다.




오늘 따라 산행이 몹시 힘들게 느껴진다.


아침부터 택시 기사가 엉뚱한 데로 가는 바람에 혼이 빠지고, 연휴 차량 혼잡으로 한계령에는 예정 시각보다 거의 두 시간이나 늦게 도착하고, 마음에 시간 부담을 안고 산행을 시작해서 그런지 몹시 지친다. 게다가 주말마다 쉬지 않고 장거리 여행을 계속하여 피로가 누적된 탓도 클 것이다.


이런 속도로 가면 장수대에서 5시 20분 서울행 시외버스를 놓칠 수밖에 없다. 그냥 되돌아설까 잠시 고민하다 못 먹어도 고~ 를 외치며 바로 진행을 한다. 6시 40분 버스는 가능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