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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일기

설악산 공룡능선, 5월의 풀꽃나무 산행

by 모산재 2016. 5. 26.


희운각(喜雲閣) 대피소, 이름이 하필 희운각일까 싶어 그 유래가 궁금하여 찾아 봤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검색된다.


1969년 2월 제1기 에베레스트 원정대 10여 명이 동계훈련 중 50여 년 만에 내린 폭설로 눈사태를 맞아 전부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는데, 청도의 사업가이자 서예가로 산악인들을 후원하던 희운 최태묵이란 분이 이 죽음을 안타까이 여기고 대피소가 있었더라면 헛된 희생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여 사재를 들여 대피소를 짓게 된 것이라 한다.


설악동 소공원에 있는 추모비는 바로 이들 희생자들을 위해 세워진 것이란다.




대피소 바로 앞 숲에는 두루미꽃이 활짝 피었는데, 놀랍게도 몇몇 개체는 잎의 크기가 울릉도의 큰두루미꽃과 거의 비슷하게 크다. 혹시 이곳에 울릉도의 것을 식재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제 이곳에서 내설악 외설악을 모두 조망할 수 있어 '설악 중 진설악'이라 불리는 공룡능선으로 진입하게 된다. 




5분여를 가니 공룡능선의 첫번째 암봉인 신선대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신선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천불동 계곡으로 흘러내린다.





천불동 계곡 저 너머로 우뚝 솟은 화채봉(1328m)이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백담사 쪽으로 흐르는 가야동 계곡이 펼쳐진다.




가야동 계곡은 설악산에서 가장 부드럽고 완만한 계곡으로 가을 단풍이 아름다움으로 유명한데, 수렴동대피소 바로 앞에서 구곡담 계곡과 합쳐진다.




지대가 상대적으로 낮고 바람이 없는 곳이어선지 털개회나무가 꽃을 피웠다.





바로 그 지점에서 공룡능선으로 오르는 길과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갈라진다.





벌써 눈개승마가 담백한 흰 꽃을 피웠다.





숲으로 비쳐드는 은은한 빛을 받고 철쭉꽃이 가장 아름다운 꽃빛을 보여 준다.





신선대로 오르는 가파른 암벽길





상큼한 향이 느껴질 것 같은 산앵도나무가 앙증스레 꽃을 달고





꼬마 둥굴레도 단촐하고 귀여운 꽃을 달았다.





노랑제비꽃은 잊힐 만하면 한두 개체씩 나타나며 마음을 끈다.





신선대로 오르고...





신선대 고개에서 바라보는 대청봉





대청-중청-소청에서 희운각-무너미고개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사선방향으로 환하게 보인다.





그리고 이곳에서 난쟁이붓꽃을 비로소 대면한다.






공룡능선의 주요 봉우리인 1275봉과 그 뒤편의 나한봉, 마등령이 보인다.






공룡능선 1275m봉 바로 앞  첫 번째 암봉인 노인봉(1,120m)에서 범봉(1050m)으로 벋은 20여 개로 이어진 암릉을 천화대(天花臺)라 하는데, 비선대 부근까지 이어진다. 





용아장성과 귀때기청봉





해골바위





이 사초도 애기감둥사초일까...






신선대를 내려서며 보이기 시작하는 금강봄맞이, 하지만 꽃이 피기엔 이른 것인가...






금강





노랑제비꽃





조금 더 내려서니 만개한 큰앵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활짝 핀 금강봄맞이를 만난다.





아름다워라, 산앵도나무 꽃





이 꽃을 담다가 꽃 이름을 궁금해 하는 한 젊은 여성과 한동안 동행하게 된다. 등산을 한다기보다는 유람을 하거나 문화 답사를 하는 듯 느긋한 표정이 다른 산객들과 다르다. 민박을 하고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중청대피소에서 1박을 했다니 참 행복한 산행을 하는구나 싶다. 시간에 쫓기며 허겁지겁 사진을 찍고 바쁘게 내닫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 또한 소영도리나무이지 싶다.





자주솜대도 만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꽃 이름과는 달리 녹색 꽃만 보인다.





철쭉





꽃을 피운 금강봄맞이도 종종 보인다.





가야동 계곡과 용아장성









친절도 하시지! 앞서 간 어떤 여성 분이 설악솜다리를 발견했다고 기다리고 있다 위치를 알려 주신다.





지나온 봉우리





설악솜다리가 종종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금강봄맞이





두루미꽃






1275봉이 가까워졌다.





암봉 꼭대기 곳곳에 물감을 칠한 듯한 연둣빛의 독특한 이끼가 끼어 있어 눈길을 끈다.






강남대 OB산악회 이름으로 암벽에 새겨 놓은 2개의 추모동판


유치환의 '그리움'이란 시를 일부 인용하여 설악의 품으로 영원히 떠나 버린 산우를 추모하는 글을 덧붙여 새겨 놓았다.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산을 넘어 사라지는 너의 긴 그림자. 슬픈 그림자를 우리 어찌 잊으랴."





금강봄맞이





큰앵초





1275봉 아래 안부에서 올려다본 1275봉





돌아본 범봉과 천화대 암릉




천화대 암릉으로 잇는 등산로를 '석주길'이라 부르는데, 1969년 이 암릉을 타다 실족하여 삶을 함께 마감한 산악인 커플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석주길'에 대해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은 아릿한 이야기가 확인된다.


요델산악회의 송준호, 엄홍석, 신현주 세 사람은 절친한 친구이자 연인 사이로 자일 파트너였다. 어느 날 송준호는 순수하고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 엄홍석과 신현주의 곁을 홀연히 떠나고 엄홍석과 신현주는 연인 사이가 된다. 얼마 후 두 사람은 설악산 천화대 천당폭으로 빙벽 등반을 떠나고 등반 중 신현주는 실족하고 엄홍석은 그녀의 추락거리를 줄이기 위해서 빙벽 아래로 몸을 날렸지만 빙벽에 설치한 확보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두 연인은 한 자일에 묶인 채 추락하여 목숨을 잃고 만다. 

 

두 친구를 먼저 보낸 송준호는 천화대로 이어지는 암릉을 처음으로 개척하고 이름을 엄홍석 신현주 두 사람의 이름을 따 '석주길'이라 붙인다. 그리고 '석주길'이라 새긴 추모 동판을 천화대와 만나는 암봉에 붙인다. 


그런데 송준호 역시 1973년 초 토왕폭포를 혼자 오르다가 실족하여 먼저 간 두 친구를 따르고 만다. 그의 시신은 엄홍석과 신현주의 곁에 묻혔다고 한다.

 

이후 이 세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을 담은 노래 '설악가'가 지어졌고  구전으로 대학 산악부에서 많이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굽이져 흰 띠 두른 능선길 따라   달빛에 걸어가는 계곡의 여운을

내 어이 잊으리오 꿈 같은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저 멀리 능선 위에 철쭉꽃 필적에   너와나 다정하게 손잡고 걷던 길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저 높은 봉우리에 백설이 필 적에   나는야 생각한다 친구의 모습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참고> http://youngexp.or.kr/bbs/view.php?id=challenger_club_04&page=54&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it&desc=asc&no=1033





울산바위도 보이고...





범봉(1050m)과 노인봉(1,120m)





노인봉과 천화대(天花臺), 그 너머로 보이는 대청과 중청





암벽을 돌아가는 곳에서 1275봉 머리가 살짝 보이고...





잎이 아구장나무에 비해 넓어 보여 아구장나무의 변종인 설악조팝나무일 듯...


열매에 긴 털이 남는 걸 봐야 확인할 수 있다.






1275봉을 향해 오르는 산객들!






산오이풀





1275봉을 오르며 돌아본 풍경, 왼쪽이 천화대...





금강봄맞이





1275봉 고개에서 반죽 덩어리 모양의 암벽





큰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큰새봉(1270m), 뾰족한 나한봉(1298m)의 뾰족한 봉우리와 마등령 능선이 눈 앞에 보이고...





철쭉





둥굴레





큰 새가 날개를 펼친 모양 같기도 하고, 성채 같기도 한 큰새봉(1270m)





맨 오른쪽의 뾰족한 봉우리가 나한봉(1298m)





설악솜다리





이 아이는 누구? 은분취?





마등령(1327m)과 세존봉(1186m)이 성큼 다가서고...





이 성채 같은 큰새봉(1270m)봉우리를 올라서기만 하면 험한 공룡능선은 거의 끝난다.





난쟁이붓꽃





은분취 어린 모습도 담아보고...






오르막길에서 큰구슬붕이도 만난다.





돌아본 1275봉 앞 낮은 암릉에는 돌대포 2문






공룡능선의 마지막 봉우리, 나한





마등령과 세존봉





세존봉 너머로 보이는 울산바위





금강애기나리도 얼굴을 보인다.






세존봉 오르기...





금마타리는 아직 꽃이 핀 모습을 종내 보이지 않는다.





바위 위에 올라 돌아보는 공룡능선.


왼쪽에서부터 큰새봉, 1275봉, 천화대가 차례로 보이고,

그 너머로 화채봉이 보이고 대청과 중청은 큰새봉 뒤에 숨었다.





범봉과 천화대 능선, 그 뒤로 화채봉에서 권금성으로 이어지는 능선





가야동 계곡 건너편 귀때기청봉과 서북능선







그 바위 위에 햇살을 받아 화사한 난쟁이붓꽃을 담는다.






백담사 쪽으로 빠지기로 했으니, 이제 마등령(1328m) 아래 오세암 삼거리(마등령 삼거리)로 내려서는 길만 남았다.





설악골 풍경





시닥나무에 비해 잎이 크다 싶어 살펴보니 긴 꽃차례를 단 부게꽃나무!





고산평원을 이룬 마등령 삼거리 주변은 비교적 습하고 기름진 숲이어서 초본 식물들의 천국을 이루는데, 유난히 꽃을 피운 큰앵초와 자주솜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큰앵초






자주솜대






큰앵초







마등령삼거리 전망처에서 바라본 설악골 풍경


범봉과 천화대 능선이 앞에 보인다.





늦은 꽃을 피운 딱총나무





큰앵초





공룡능선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오가 지났다. 희운각에서 7시 35분에 출발하였으니 무려 4시간 30여 분을 쓴 셈이다.


마등령에서 비선대 설악동으로 빠지는 길은 작년 여름에 이미 경험하였으니 오늘은 여유를 부리며 백담사 쪽으로 빠지기로 하고 오세암으로 내려서는 길로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