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설악산 오색-대청-희운각, 5월의 풀꽃나무 산행

모산재 2016. 5. 25. 10:48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에 나섰다.


고백하건대 공룡능선 산행은 난생 처음이다. 20여 년 전 한여름, 동료들과 함께 백담사에서 수렴동 계곡을 지나 봉정암-대청-희운각-천불동 계곡을 1박 2일로 넘은 뒤로는 설악산과의 인연은 멀었다. 10kg 가까이 되는 대형텐트를 지고 넘던 시기, 봉정암에도 이르기 전에 모두 지쳐서 텐트를 치고 저녁을 지어 먹고선 곯아 떨어진 기억만 남아 있다.


공룡능선의 아고산식물을 만나보겠다는 열정 하나로 감히 도전한 것인데, 산악회의 무박1일 산행은 내겐 참으로 낯설고 힘든 것이었다. 늦게 자는 잠버릇 탓에 눈 한 번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새벽 3시경 오색에 도착해서 바로 대청봉에 오르는 고된 산행이 시작되었다. 




국립공원 출입 통제가 해제된 첫 주말 새벽 3시 10분쯤,

속속 몰려드는 산객들로 국립공원 오색분소 등산로 입구는 북새통...






헤드랜턴 불빛을 따라 계곡을 건너고 한동안 오르는 나무 계단길...







사람들에 떠밀려 1시간쯤 오르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지점에 오르고...





하염없이 걷는 돌계단 길에서 갑자기 웬 잠이 이렇게 쏟아지느냐...



다시 한 시간쯤 돌계단길이 대부분인 급경사 지역을 오르자 여명이 밝아오는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2쉼터라 적혀 있지만 이곳에서 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산에서 비로소 철쭉이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귀룽나무





하지만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아 요놈이 개별꽃인지 기생꽃인지도 잘 구별되지 않을 정도다.


아직 기생꽃이 피기엔 이른데도 그걸 만나고 싶은 내 욕심 탓이기도...





여기저기 나도옥잠화가 청초한 흰 꽃을 피우고 있다.





두루미꽃이 좁쌀만 한 작은 흰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 주 울릉도에서 만났던 큰두루미꽃에 비하면 정말 아주 작다.





나도옥잠화





고산에서 늦게 피는 귀룽나무는 꽃차례가 처지는 서울귀룽나무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한 뼘쯤 되는 아주 작은 나래회나무가 꽃을 피웠다.


5수성의 꽃도 간혹 보여 회나무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나래회나무!





귀룽나무





이런 사초가 흔하게 보인다.





나래회나무





대청봉에 가까운 평원으로 올라서자 관목들이 자생하는 지대가 나타나는데..




암꽃 수꽃을 단 관목상의 사스래나무를 만난다.






드디어 정상 능선이 눈 앞에 나타나고...





고산에서 만나는 노랑제비꽃은 색다른 감흥을 준다.





대청봉 남동쪽 능선의 평원





통통하게 직립으로 자라난 네잎갈퀴나물 하나가 벌써 꽃봉오리를 달고 있어 나를 놀라게 한다.





이곳에 군락을 이룬 또 하나의 희귀 멸종 위기 특산 식물, 떡버들





대청의 서늘한 바람 속에 시닥나무도 꽃송이를 조심스레 펼치고 있다.





대청봉에 도착한 시각은 정각 6시, 오색에서 2시간 50분이 걸렸다.



인증 사진을 찍느라 줄을 선 사람들...





이미 해는 속초 앞바다 수평선 위로 서너 뼘쯤 떠올라 있다.






줄 선 사람들이 교대하는 틈에 날래게 정상 표지석 사진 겨우 담는다.





서쪽의 중청과 중청대피소 풍경


털진달래 꽃이 아름답다.





고산지역에서 자생하는 털진달래는 잎에 털이 많으며, 진달래보다 꽃이 훨씬 작아서 더 아름답다.





북동쪽의 화채봉 능선





아침햇살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북쪽의 공룡능선.


그 너머로 보이는 마등령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보인다.





털진달래





노랑제비꽃





그리고 댕댕이나무 꽃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대청봉 꼭대기에 바람을 피해 납짝 엎드린 이 관목을 댕댕이나무(Lonicera caerulea var. edulis)라기보다는 변종 관계에 있는 개들쭉나무(Lonicera caerulea var. emphyllocalyx )로 보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암꽃 수꽃을 단 두메오리나무를 만난다.





지난 주 울릉도에서는 이미 열매를 맺은 두메오리나무를 만나 아쉬워 했는데, 암꽃 수꽃을 만나니 참으로 기쁘다.




낯선 사초가 눈에 띄어 살펴보는데 그 너머로 바람꽃들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고산 봉우리에까지 향모가 무리지어 자라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로 키가 낮아 개들쭉나무로 보고 싶은 댕댕이나무





붉은 암꽃이 돋보이는 두메오리나무





이곳의 범꼬리를 호범꼬리로 볼 수 있을까...






중청과 중청대피소






중청대피소와 돌아본 대청봉





시닥나무





귀룽나무





사스래나무





소청으로 내려서는 능선 저편으로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의 장엄한 암봉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능선 아래로는 털진달래꽃들이 만발하였고, 멀리 우뚝 솟은 귀때기청봉이 보인다.





용아장성과 구곡담 계곡





만주송이풀






소청에서 돌아본 대청과 중청 정상 풍경





용아장성과 구곡담 계곡을 내려다보는 바위 봉우리에 앉아 빵과 우유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한다.






소청 삼거리





애괭이사초





등산로 주변에는 교목상의 두메오리나무들이 아주 흔하다.






시닥나무





숲 속에는 금강분취 어린 풀들이 종종 보인다.





나도옥잠화





거제수나무도 간혹 보이지만 아쉽게도 나무가 높아 꽃핀 모습을 관찰할 수 없다.





두메오리나무는 이런 특이한 수피를 가지고 있다.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시닥나무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희운각으로 내려서게 된다.





금강분취 군락





붉은병꽃인가 했는데 한번은 깊게 한번은 얕게 갈라진 꽃받침의 모양이 소영도리나무다.





시닥나무 암꽃에는 이미 열매가 자라고 있다.





주렁주렁 꽃을 단 회나무






높은 능선에서는 까만 점과 같은 꽃차례를 달고 있던 털개회나무가 계곡으로 내려서자 꽃을 피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대청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건너편에 희운각 대피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야동 계곡이라는 이름의 이 계곡은 백담사 앞으로 흘러 한강 수계를 이룬다.


희운각 너머쪽은 천불동 계곡으로 동해안으로 흘러 수계가 달라진다.






이제는 무너미고개를 따라 신선대로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험하고 험한 공룡능선을 오를 준비를 한다.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