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

나리분지의 주름제비란, 큰두루미꽃, 선갈퀴, 섬나무딸기, 산가막살나무, 골고사리, 개종용, 섬남성

모산재 2016. 5. 19. 11:33


동해 먼 심해선 밖 울릉도 나리분지의 한적한 민박집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편안안 잠을 자고 일어나니 5시쯤 되었다. 8시간을 넘게 잤으니 아마도 올해 최장 수면 기록이지 싶다. 


날이 밝은 시간이지만 바람이 불고 추울 정도로 공기가 썰렁하게 느껴진다. 세수를 마친 다음 카메라를 메고 알봉으로 나서려다 엊저녁 카메라 바테리 충전하는 걸 감빡 잊었다는 걸 깨닫는다. 충전하느라 시간을 보내다보니 6시 30분이 지났다. 아침 식사는 8시 넘어야 가능하다니 좀 늦게 돌아오기로 하자!




민박집 마당에는 예쁜 바위솔 여러 포기가 분에 담겨서 자라고 있는데, 잎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자줏빛 무늬가 있는 걸 보니 포천바위솔이지 싶다. 울릉연화바위솔을 심어 두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백두산 등 북부지방에 자라는 하늘매발톱, 울릉도 나리분지 민박집에서 환하게 꽃을 피웠다. 





나리분지 탐방로를 따라 알봉 쪽으로 향하는데, 숲 가장자리에 산가막살나무가 흰 꽃을 피웠다.





그곳에는 여러 명의 인부들이 작은 포크레인을 앞세우고 배수로 공사인지 시설 매설공사를 하는지 땅을 파내는 일을 하고 있다.




어제 어두운 숲속에서 담느라 애를 먹었던 큰두루미꽃을 다시 담아 본다.





작은 고개를 넘어서는 곳에서 만난 이 녀석은 어제 본 것과 형태가 아주 유사하다.




거가 보이지 않는 걸로 봐 민은난초나 김의난초일 텐데, 줄기를 감싸는 잎의 모양으로 봐선 김의난초에 더 가까워 보인다. 




어제 그렇게 애를 먹었던 윤판나물아재비도 모습이 또렷이 잘 잡힌다.





이곳의 산딸기는 육지의 것과 모양은 그리 다르지 않지만 가시가 없고 꽃이 유난히 크다.


그래서 이를 섬나무딸기라는 딴이름으로 부른다.






울릉도의 식물이 유난히 크고 가시가 없는 것은 식물을 위협하는 동물이 없어서일 것이다. 나리분지 주변의 원시림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뱀을 비롯하여 어떤 야생 동물도 만나지 않는다. 아주 가끔 다람쥐가 보일 뿐이다.


중추신경, 두뇌가 없는 식물이 어떻게 가시를 만들 필요가 없는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자신을 한껏 자라도록 만드는지 자연의 번식 전략이 신기할 뿐이다. 




'알봉 분화구 탐방로'라는 것이 조성되어 있다. 9년 전 알봉 주변 알봉 분지를 탐사할 때는 알봉으로 오르는 어떤 진입로도 없었는데...





곳곳에서 주름제비란이 보인다.






톱니가 굵어 바위수국으로 보이는 어린 덩굴 식물들이 비탈을 덮고 있기도 하고...




나무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주름제비란





당마가목인지 넓은잎당마가목인지...





섬뽕나무





암꽃에서 열매로 성숙하고 있는 두메오리나무





굴거리나무도 산다.





윤판나물아재비





꽃차례를 올리고 있는 이 녀석은 잎의 톱니가 다소 거친 것으로 보아 바위수국이지 싶다.





새 열매와 지난해 열매를 동시에 보여 주는 두메오리나무





이건 부지깽이나물이라 불리는 섬쑥부쟁이일까 싶었는데,

울릉도에 사시는 분이 댓글로 울릉미역취라는 걸 깨우쳐 주셨다.


육지의 미역취에 비해 잎이 둥글고 큰데 전초가 크고 튼튼해 보인다.





미나리를 연상시키는 섬바디





알봉 정상에는 데크로 된 쉼터가 있을 뿐 사방이 숲이어서 전망은 없다.




보춘화가 자생하는 모습도 곳곳에 보였는데, 억세어 보인다.






나도파초일엽이라 불리기도 하는 골고사리도 보이고...






주름제비란





'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울릉도의 산마늘은 육지의 산마늘에 비해 잎이 더 둥글고 광택이 나서 울릉산마늘이라 불린다.





궁금하여 뿌리를 캐 보니 마늘보다 쪽파에 더 가까운 모양이다.




맛이 어떨까 하고 입에 넣었다 부드러운 마늘 맛이 매력적이어서 열 포기쯤 날 것으로 캐 먹는 만행을 저지르고 만다.




요 녀석도 김의난초로 봐야 할까...





그런데 은난초나 은대난초는 무리를 지어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하나씩만 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하다.


그리고 이곳엔 꼬마은난초와 금난초도 자생한다는데, 결국 이 둘은 만나지 못하고 만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제대로 탐사할 시간조차 없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미리 다녀간 사람들에게 정보를 얻어 올 걸 그랬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되내려오면서 중간의 전망데크에서 바라보는 나리분지





나리분지와 천부를 잇는 고개





당마가목





알봉에서 내려오니 9시를 훌쩍 넘었다.


산마을 식당에서 먹는 아침밥도 산채비빔밥이다. 8천원 짜리이지만 엊저녁 산장식당에서 먹은 비빔밥에 비해 결코 허술하지 않은 메뉴에 맛을 자랑한다. 비빔밥에 들어가 있는 산나물들도 다양하고 따로 차려 나온 7가지의 반찬(미역, 취, 오징어, 우엉, 배추김치, 무뿌리김치 등)도 신선하고 담백하고 맛있다. 잠자던 온 몸의 세포가 신선한 음식의 기운을 받아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다.




오늘 일정은 나리분지를 탐사하다 시간 맞춰 저동항으로 출발할 계획! 강릉행 씨스타5 쾌속선은 저동항에서 4시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는데, 나리에서 벗어나는 버스는 1시 15분 버스가 마지노 선! 그래야 천부에서 저동 가는 버스를 배 시간에 맞춰 탈 수 있다. 그러자니 금쪽 같은 시간을 1시간 정도는 허비하게 된다.



울릉도 버스운행 시간표





애매하게 남은 시간, 계획대로 나리분지에서 시간을 보낼까 아니면 섬목에서 출렁다리로 연결되었다는 관음도를 다녀갈까 하다가 갑자기 나리봉을 지나 저동 쪽으로 넘어가고 싶어졌다. 지도에도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어서 식당의 젊은 안 주인에게 물어보니 길이 있다고는 하는데 잘 다니지 않고 진입로를 찾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산을 넘어 보자고 나리촌 뒤 진입로가 있을 만한 계곡 쪽 임도로 들어선다.



자라나는 왕호장근





하지만 계곡으로 나 있는 임도를 끝까지 따라가며 살펴보았지만 등산로는 끝내 모습을 보여 주지 않고 골짜기 가장 위쪽에 나리촌 사람들이 용수로 사용하는 작은 댐에서 길이 막힌다. 




계곡 모습





댐 안쪽 골짜기 가파른 비탈에 꽃대를 올린 울릉산마늘





댐 둑에서 만난 곤충, 하늘소 종류?





얼핏 선갈퀴와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갈퀴들이 흔하게 보인다.




활짝 핀 선갈퀴와는 달리 이제 꽃맹아리가 겨우 생긴 상태이고 뭉쳐 자라난 줄기는 비스듬히 자라며 잎은 6개로 균일한 것이 개선갈퀴가 아닐까 싶다.





나란히 자라는 선갈퀴는 돌려난 잎이 훨씬 많고 이렇게 꽃을 활작 피운 상태이다.






큰멋쟁이나비가  서양민들레 꽃에서 흡밀하고 있다.





울릉도가 주산지인 독활. 땅두릅과 구별이 어려운 모습이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엄연히 구별되어 있다.






섬남성





아침에도 바람이 심하긴 하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쪽의 나리봉으로부터 넘어오는 산바람이 태풍급으로 거세게 몰아친다. 하지만 햇살은 더없이 맑아서 숲의 산소를 가득 싣고 오는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지는데 사진을 찍는데는 애를 먹는다.



산가막살나무







뱀이 없는 울릉도에서 뱀딸기는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을 피운 참회나무





키가 50cm에 가까운 산민들레. 울릉도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섬피나무도 꽃차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피나무와 다른 점을 잘 모르겠다.


다만 다른 종과 마찬가지로 섬피나무는 20m 이내로 자라는 피나무에 비해 대형으로(높이 30m) 자란다.





개찌버리사초도 흔하게 보인다.





저동 가는 등산로 찾기에 실패하고 시간이 이미 꽤 흘러서 부근 원시림 골짜기로 들어서 보기로 한다.




꽃을 피운 산마늘





큰두루미꽃





골짜기로 들어서자마자 개종용을 처음으로 맞딱뜨린다.





그런데 이미 꽃이 져 버린 상태이다.


골짜기를 따라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개종용이 흔하게 보였지만 꽃은 아래 사진 하나에만 흔적이 남아 있을 뿐... 






개종용을 만나서 다른 부생식물도 만나지 않을까 싶어 가파른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 보기로 한다.



원시림속의 지피식물들 풍경 





풀숲을 헤치고 지나가다 무심코 밟은 나뭇가지가 저쪽 끝에서 불쑥 일어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울릉도에 뱀이 없다는 건 지식일 뿐이고 몸은 본능적으로 뱀이라 인식하는 공포 반응을 반사적으로 일으킨다. 



큰연영초 열매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어대는지 원시림 속의 고사목들이 우지끈 쓰러지는 소리가 종종 들릴 정도이다. 기대어선 나무들끼리 마찰되며 숲속엔 괴이한 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어 절벽처럼 가파른 능선을 넘어서기도 하며 골짜기를 올라섰건만 식생은 점차로 옅어지고 휑한 민땅 풍경만 펼쳐질 뿐 아무 소득이 없이 발길을 되돌린다.


다시 칼 같은 능선을 되넘어 오느라 정말 개고생만 한다.



그러다 골짜기로 접어들다 웬 짐승머리가 돌연 출연하는지라 깜짝 놀라 살펴보는데, 이게 뭐다냐....!





이름을 알고 싶은 버섯 하나 만나고





다시 푸르른 골짜기로 내려섰다.





주름제비란





섬남성






큰두루미꽃






반대쪽 산으로 갔더라면 하는 후회를 할 때는 이미 나리분지를 떠나야 하는 버스 시간이 임박하였다.


이 먼 곳 울릉도 여행에 1박 2일의 일정은 너무도 잛다. 성인봉 외의 다른 봉우리를 넘는 산행도 해보고 죽도와 관음도도 트레킹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나리분지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떠나자니 아쉬움이 크다. 현충일 연휴 때 한번 더 찾을꺼나! 아님 내년 4월 하순 무렵에 한번 더 올꺼나!  




괭이밥





투막집





오후 1시 15분 나리분지를 떠나는 버스를 타고 천부에서 다시 1시 30분 버스를 타고 저동항으로 간다.




천부에서 바라보는 송곳봉





거세게 불어대는 바람으로 바다는 높은 파도로 출렁인다. 배가 뜰 수 있을까 승객이 걱정하니, 우산국의 공영버스 기사는 친절히 정보를 검색하더니 배는 이상없이 뜬다고 알려준다.


일주도로 사정이 여전히 열악하여 저동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 무려 1시간 45분이나 걸렸다.


그렇게 맑고 환하던 하늘이 저동에 도착하니 구름으로 가려져 풍경이 우울해졌다. 







저동항의 후박나무, 꽃차례를 달고 있다.





돈나무 꽃








씨스타 5호, 정각 오후 4시에 출발하다.





배가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배멀미로 곤욕을 치른다. 화장실은 밀려드는 승객들로 이용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그 승객들 뒷치닥꺼리하는 승무원들의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어느 순간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어쨌든 울릉도에서의 시간은 무사히 좋은 날씨에서 보낼 수 있었으니 두루두루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