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천마산 복수초,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금괭이눈, 산괭이눈, 개감수, 각시현호색, 점현호색, 큰괭이밥

모산재 2015. 3. 22. 20:38

 

참으로 오랜만에 야생화를 찾아 천마산을 찾는다.

 

 

차가운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다가 사흘 전부터 갑자기 20도까지 오르는 날씨, 꽁꽁 얼어붙어 있었을 골짜기의 생명들은 화들짝 놀라 부산을 떨고 있을 것이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짙어 비깥활동이 꺼려지는 날씨였지만 집을 나섰다. 김밥 두 줄과 생수 한 병을 배낭에 챙겨 넣고 들어선 등산로는 예전 모습 그대로다.

 

 

 

 

계속 싸늘했던 날씨 탓이었는지 여전히 겨울 풍경인데, 숲속에 노란 생강나무꽃이 보이는 것이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개암나무의 늘어진 수꽃과 말미잘 같은 붉은 암꽃을 담아 보는 것으로 풀꽃나무 탐사가 시작된다.

 

 

 

골짜기로 접어드는데, 얼마나 가문 겨울이었는지 얼음도 없고 물 한방울 흐르지 않는다. 

 

그래도 점현호색은 꽃을 피우려고 꽃망울을 밀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씨앗을 땅으로 내보내고 마른 씨방만 남은 지난해의 투구꽃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생강나무. 코를 대고 알싸한 봄 향기를 느껴본다.

 

 

 

 

호랑버들이지 싶은 나무도 보송보송한 꽃망울을 달았다.

 

 

 

 

세 개의 능선을 넘어 풀꽃들의 골짜기에 도착한다.

 

복수초, 너도바람꽃 앞에 엎드리고 있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복수초와 너도바람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드문드문 보이지만 예년처럼 풍성한 모습이 아니다.

 

이맘 때면 하얗게 덮인 눈과 얼음 속에서 복수꽃과 너도바람꽃이 환하게 꽃을 피웠는데, 골짜기는 눈과 얼음은커녕 흐르는 물조차 없이 메마른 풍경만 보이고 있다.

 

 

너도바람꽃과 복수초

 

 

 

 

 

 

 

 

 

가끔씩 메마른 골짜기의 정적을 깨뜨리는 다람쥐들... 

 

 

 

 

 

 

 

 

다른 풀꽃들을 만나기 위해 골짜기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뜻밖에도 꽁꽁 언 얼음이 보이기 시작하며 냇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내린다.

 

 

 

푸른 잎으로 월동한 감자난초, 대단하다.

 

 

 

노루귀가 피었을까 기대했는데, 아직은 너도바람꽃만 보일 뿐이다.

 

 

 

 

 

가끔씩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는쟁이냉이가 보이긴 하지만 꽃을 피우려면 멀었다.

 

노루발풀

 

 

 

배가 고파 바위 위에 걸터 앉아 김밥을 먹으며 쉬고 있는데 갑자기 다래덩굴이 얽혀 있는 곳에서 부산스런 소음이 들린다.

 

보니 들꿩 여러 마리가 내 기척에 놀라 숨고 있는 중이다. 이 녀석들은 움직임이 그리 민첩해 보이지 않는녀석들...

 

 

 

 

위쪽 골짜기에서 계곡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골짜기는 경사가 급한 곳이어선지 공기가 서늘하고 얼음이 녹지 않고 두껍게 남아 있다. 

 

 

 

햇볕이 따뜻하게 드는 골짜기로 내려서자 드디어 현호색 꽃이 보인다.

 

잎 가장자리에 붉은무늬가 있는 각시현호색이다.

 

 

 

 

 

그리고 계곡의 바위틈을 좋아하는 만주바람꽃이 모습을 드러낸다.

 

 

 

 

 

근처 바위틈에는 금괭이눈과 애기괭이눈도 꽃을 피우고 있다.

 

 

 

 

찾는 사람이 많아 사람들의 손을 타기 때문일까...?

 

이곳에는 꽃을 튼실하게 피운 앉은부채를 보기가 참으로 힘들다.

 

 

 

 꽃을 피운 점현호색, 이게 처음이고 마지막이니 다음 주쯤이면 꽃을 피우기 시작할 듯하다. 

 

 

 

꽃이삭을 달기 시작한 각시현호색. 대개의 현호색은 아직 이런 모습이다.

 

 

 

20도에 이르는 요 2~3일간의 온일에도 골짜기의 낮은 지대에 이렇게 두꺼운 얼음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지난 주엔 골짜기 전체가 한겨울 같은 풍경이었을 듯하다.  

 

 

 

드디어 꽃을 피운 의바람꽃도 모습을 보이고...

 

 

 

처녀치마는 아직 열흘 정도는 시간을 기다려야 할 듯...

 

 

 

각시현호색과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이 간혹 피긴 했지만 아주 세심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

 

 

 

 

 

 

 

큰개별꽃도 열흘 정도는 더 기다려야 피기 시작할 듯...

 

 

 

큰괭이밥 꽃을 만난 것은 뜻밖이다. 

 

너무 이르게 피었다 싶은데, 이게 처음이고 마지막 만남!

 

 

 

꽃받침꽃을 네 개만 가진 만주바람꽃

 

 

 

산괴불주머니도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이 정도 모습...

 

 

 

개감수를 만난 것도 행운!

 

5cm를 겨우 넘을 정도의 싹을 내밀었는데 포에 담긴 꽃이삭이 앙증스럽다.

 

 

 

둥근털제비꽃도 피었다. 하지만 아직 제비꽃 종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산괭이눈도 모습을 보인다.

 

 

 

골짜기의 풀꽃 탐사를 마치고 다시 산을 되넘어오는 길...

 

 

미나리냉이와 벌깨덩굴로 보이는 어린 풀도 싹을 내밀고 있다.

 

 

 

둥근털제비꽃이 아닐까 싶은 녀석은 꽃을 피울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빤히 쳐다보는 청설모, 렌즈를 겨누니 꽁무니를 보인다.

 

 

 

 

아직은 봄이 왔다는 증거만 확인했을 뿐 골짜기는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듯한 풍경이다. 다음 주쯤이면 천마산 골짜기는 꽃들의 천국을 만들기 시작할 듯하다.

 

 

오랜만에 산을 탔다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개운한 하루가 되었다. 직행버스가 생긴 덕으로 오가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