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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여행

동티베트(10) 나모대협곡, 랑무스의 유래가 서린 전설의 계곡

by 모산재 2014. 10. 9.

 

● 2014년 7월 28일 월요일 오후, 사천성 랑무스와 나모대협곡

 

 

 

 

점심 식사를 마친 뒤 호텔 로비에서 만나 사천성 랑무스를 돌아보기로 하였는데, 약속 시간이 지나도록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지영 샘은 천장터에서 일행과 따로 떨어진 뒤 점심도 못 먹은 채로 왔다. 

 

 

 

 

오후의 일정은 현옥, 예주, 지영 세 분과 함께 하게 되었다.

 

 

뜨거운 해가 천중에 솟아 있는 한낮이라 사원 앞 언덕을 지나 초원 구경을 하며 랑무스대협곡을 먼저 돌아보고, 오후 늦은 시간에 사원을 돌아보기로 한다.

 

 

 

멀리 우뚝 솟은 냔칭산(念靑山, 4100m)과 화카이산(华盖山, 4200m)에 벋어 내려온 초원의 구릉을 배경으로 백룡강 계곡 언덕에 자리잡은 사천 랑무스 사원은 승사(僧舍)에 둘러 싸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 되어 앉았다.

 

 

 

 

 

사원 맞은 편, 호법전이 있는 초원 언덕을 올라서는데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더니 쌓여 있던 종이조각 룽다(風馬)가 함박눈 눈보라처럼 하늘로 솟구쳐 오르며 장관을 연출한다.

 

 

 

 

 

사천 랑무스의 중심 전각인 문사학원(聞思學院)이자 대경당.

 

 

왼쪽 언덕 위로 보이는 2층 전각은 제5세 거얼더스활불의 육신을 모시고 있는 활불진신전(活佛眞身殿)이라고 한다.

 

 

 

 

 

공터에 10살 남짓 되어 보이는 꼬마 동자승 둘이 놀고 있어 말을 거니 경계를 한다. 다가서며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는 시늉을 했더니 갑자기 돌을 들어 위협한다. 어느 녀석은 팔매질까지 한다. 호기심 많은 동심을 기대했는데, 이 갑작스런 적대 행위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 그냥 돌아선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사나운 행위...  순간 마음이 언짢고 티베트 사람들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느낌조차 든다.

 

나중에야 이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이 아이는 내가 중국인(한족)인 줄 알았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여행기에도 이런 당혹스런 일을 당한 경험들을 말하고 있었다. 동심에까지 사무쳐 있는 티베트인들의 한족에 대한 적대감... 너무 안이하게 티베트를 대하며 여행하고 있었던 나 자신을 반성해 보게 된 사건이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언덕을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온 골짜기가 떠나가도록 시끄럽게 들리는 소리...!

 

어디서 들리는 소린가 싶어 두리번거리며 보니, 바로 건너편 바이롱강(白龍江) 계곡 옆 삼나무 숲속 그늘에 붉은 승복을 걸틴 젊은 학승들이 집합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하도 시끄러워서 '티베트 학승들도 별수 없구나. 더위를 피해 조용히 쉴 것이지 더럽게 시끄럽네...' 속으로 혀까지 차며 경멸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 시간 우리와 달리 바로 저 자리로 갔던 동료들이 대단한 토론이 벌어진 자리였음을 나중에 알려준다.

 

 

 티베트 학승들의 이런 교리 문답 토론을 '체니'(또는 '딱셀')라 하는데, 한자어로 '변경(辯經)'이라 한다. 그리고 체니가 열리는 장소를 '최라'라 부른다.

 

최라는 서서 질문하는 팀과 앉아서 답하는 팀으로 나뉘어 열리는데, 대개 젊은 학승이 손뼉을 치고 손짓을 하는 등 기세 있는 큰 동작을 보이며 질문하는 입장이 되고 수행이 보다 깊은 학승은 대체로 앉아서 조용히 답하는 위치가 된다고 한다.

 

격렬한 몸짓과 율동이 있는 다이내믹 디베이팅, 어쩌면 이런 토론이야말로 우리 교육이 배워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최라 장면 유튜브로 보기 =>http://youtu.be/QLMYDlND8Cc

 

 

 

 

언덕 위 룽다와 다르촉 등 화려한 오색 천을 두르고 있는 서낭당 같은 풍경...

 

 

 

 

이와 같은 것을 일컫는 이름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는데, 초르텐(라마불탑)이라 하기는 어렵고 라체(서낭당 같은 돌 무더기)에 더 가까운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가까이에서 보니 크고 작은 화살들을 수없이 만들어서 우리의 정월 대보름날 달집처럼 묶어 세우고 다르촉 등 오색천으로 장식해 놓았다.

 

 

 

 

저 수많은 화살에 담긴 의미는 잡귀를 쫓는 벽사(辟邪)로 보인다. 거기에 길상팔보(吉祥八寶)를 새긴 오색천과 불경과 '옴 마니 반메 홈' 등의 진언을 담은 다르촉은 행복과 윤회전생을 비는 기원의 의미를 담은 것일 것이다.

 

아마도 티베트 토착 종교로 샤머니즘에 가까운 본교와 불교가 결합되면서 나타난 문화 양식으로 보인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감숙성 랑무스, 사이츠곰파...

 

 

 

 

 

랑무스 사원 위쪽, 백룡강이 흘러나오는 나모대협곡(納摩大峽谷) 입구...

 

 

 

 

 

언덕을 넘어서 야생 풀꽃들이 만발한 산발치 초원으로 들어선다.

 

 

송이풀 종류인 중국마선고(中国马先蒿), 장화마선고(長花马先蒿) 등 노란 꽃 마선고들이 융단처럼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리고 물싸리 종류인 금로매(金露梅)도 지천으로 피었다.

 

 

 

 

 

그리고 앙증맞은 구슬봉이 종류의 꽃들도...

 

 

 

 

 

그리고 우리의 갯취, 애기물매화 등을 닮은 꽃 등을 비롯해 수많은 낯선 풀꽃들이 피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얼마나 많은 종류의 꽃들이 피었다 지는 것일까...

 

 

가까이에 사천 랑무스, 그리고 저 멀리에는 감숙 랑무스...

 

 

 

 

 

초원 한가운데 파라솔을 설치하고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지나가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청포도 한 송이를 건네 주는 인정미를 보여 준다.

 

 

 

 

 

협곡 주변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티베트 고원에서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이다.

 

 

숲과 초원의 경계를 이루는 습한 그늘에는 곰취를 닮은 꽃, 하지만 잎이 손바닥처럼 갈라진 독특한 꽃이 지천이다. 중국 이름은 장엽탁오(掌叶橐吾), 번역하면 '손바닥잎곰취'쯤 된다. 학명은 Ligularia przewalskii.

 

 

 

 

 

갑자기 어디선가 저음의 장중한 나팔 소리가 들려 보니, 숲 사이로 건너 편 풀밭에 승려들이 모여 앉아 긴 나팔을 불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뭘 하는 것일까... 우리 식으로 말하면 특기적성을 배우는 방과후학교쯤 되는 것일까?

 

 

 

 

 

누군가가 저 악기 이름을 '타후'라고 해서 글 알고 있었는데, 확인을 하니 그런 이름의 악기를 찾을 수 없다.

 

 

티베트의 악기를 검색하다보니 이름이 '둥첸'이다. 소라나팔 '둥까르'와 함께 티베트 사원에서 의식용으로 긴요하게 사용하는 악기다. 주석과 놋쇠로 만든 악기로 짧은 것은 1.8m, 긴 것은 4~6m에 달한다고 한다. 접고 펴는 것이 가능하단다. 

 

크기나 모양이 스위스 목동들이 부르는 알펜호른(Alpenhorn)과 빼닮았는데, 알펜호른은 나팔부분이 파이프 모양으로 꺾인 것에 비해 둥첸은 그냥 직선이다.

 

 

 

 

 

 

이제 랑무스 사원의 유래와 관련되는 나모대협곡(랑무스대협곡)을 만나러 갈 차례...

 

 

사천성 랑무스(거얼더스) 뒤, 백룡강(白龍江)이 흘러나오는 계곡을 '나모대협곡(納摩大峽谷)'이라 부른다.

 

 

나모대협곡은 동쪽으로는 르셰마산(日謝瑪山,3950m)과 자부산(杂布山, 4050m), 서쪽으로 냔칭산(念靑山, 4100m)과 화카이산(华盖山, 4200m) 등 4000m 대로 우뚝 솟은 암봉 사이로 깊게 형성된 북쪽 골짜기로 백룡강의 시원을 이룬다.

 

 

 

 

 

나모대협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랑무스의 유래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협곡에는 일찍이 선량한 한 마리의 백룡(白龙)이 이곳에 수도하고 있었다. 어느 해 골짜기에 갑자기 한바탕 큰불이 일어나 숲과 농작물이 다 타버리고 백성은 돌아갈 집이 사라졌다. 수련 중이던 백룡이 이를 보고 백성을 구제하려고 신령으로 물리치려 하였지만 바위 아래 갇혀버렸다. 백룡은 급하게 혼신으로 몸을 떨며 암연히 눈물을 흘렸는데, 두 눈에 눈물 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 눈물 방울은 암석을 뚫고 큰불을 덮쳤다. 이로부터 두 눈 샘물은 그친 적이 없다. 구조된 백성은 백룡의 은덕에 감사하기 위해 눈물로부터 나온 물을 백룡강(白龙江)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로부터 백룡강 양쪽 언덕은 숲이 무성하고 사람과 가축이 번성하였다.

 

그러나 좋은 경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 마리의 흰 이마를 가진 호랑이가 늘 숲으로부터 나타나 생명을 해치는데 사람들이 죽고 도망가는 등 몹시 처참하였다. 어느 날 악한 호랑이가 도망가는 사람들을 쫓을 때 공중에서 ‘선녀화얼단나마(仙女华尔旦纳摩)’가 표연히 나타나 지혜로써 호랑이를 항복시켜 동굴 속으로 가두어 밤낮으로 백룡강 물머리를 수호하게 하였다. 사람들은 즐겁고 편안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선녀화얼단나마는 사사로이 내려왔기 때문에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선녀동(仙女洞)에서 살았다. 이로부터 이 지방은 편안해지고 다창나마는 아름다운 이름이 되었다.

- 출처 :http://www.baike.com/wiki/%E7%BA%B3%E6%91%A9%E5%A4%A7%E5%B3%A1%E8%B0%B7

 

 

호랑이와 선녀에 대한 전설의 내용은 기록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전설을 일깨우듯 계곡 입구에는 호랑이상이 조성되어 있다.

 

 

 

 

 

호랑이상에서 조금 더 들어가니, 다시 오색 천을 두르고 있는 라체가 서 있고 바로 거기에 선녀동(仙女洞)이란 동굴이 나타난다.

 

 

 

 

 

동굴은 넓고 평평한데 입구 천정이 낮고 어두워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동굴 속에는 예쁜 선녀를 닮은 종유석이 서 있다는데, 그 이름은 '랑무(郎木)', 랑모(郎姆), 또는 '나모(纳摩)'로 표기한다. 이 말들은 모두 '길상천모(吉祥天母)' 또는 '선녀(仙女)'를 뜻하는 티베트어를 음역한 것이다. 이로부터 사원 이름이 나모스(那摩寺), 랑무스(랑무스) 등으로 불려지게 된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하늘에서 내려온 길상천모가 사나운 호랑이를 온순하게 길들이고 불법(佛法)으로 교화하여 종유석이 화신하였는데 오래도록 지켜서서 백성을 수호하였다는 것이다. 호랑이굴을 티베트말로 '다창(达仓, 또는 德合仓)이라 하는데, 이로부터 랑무스의 정식 명칭인 '다창랑무(德合仓郎木)'라는 이름이 유래한 것이다.

 

(※ 티베트어의 한자음 표기가 혼란스러운 것은 감숙성과 사천성에서 서로 다르게 표기한 때문이라는데, 지명이나 인명 등 고유명사의 표기는 이곳만이 아니라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도 흔히 보였다. 한족과 다른 말을 쓰는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 생각된다.)

 

 

 

그리 크지 않지만 백룡강 계곡 물은 맑게 흐른다.

 

 

 

 

 

골짜기에는 흰물싸리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물싸리는 양지를 좋아하고 흰물싸리는 골짜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선녀동에서 100m쯤 들어가자 이번에는 호랑이굴, 호혈(虎穴)이 나타난다.

 

 

 

 

 

바로 앞의 전설에 나온 바로 그 호랑이를 길상천모인 나모(또는 랑무)가 가둔 곳이다. 이 호랑이굴을 티베트사람들은 '다창(达仓, 또는 德合仓)'이라 불렀던 것이다.

 

 

호랑이굴에 이를 때쯤 백룡강의 상류는 갑자기 사라진다. 계곡이 바위 너덜지대로 들어서면서 협곡의 물은 복류하기 때문이다. 

 

복류한 물이 솟아나온 지점을 '백룡강 원두(源頭)'라 부르는데, 이와 같은 지형적 현상에 티베트인들의 상상력이 더하여 앞에서 소개한 용의 두 눈으로부터 흘린 눈물의 전설이 되었을 것이다.

 

 

 

 

 

계곡 안이 궁금하여 한참을 들어가 봤지만 물길은 다시는 찾을 수 없고 건조한 골짜기 풍경만 전개될 뿐이다.

 

 

 

 

 

계곡의 끝이 보일 때쯤 해서는 돌아서기로 한다.

 

 

 

 

 

산정을 오른다면 모를까 더 이상 특별히 볼 만한 풍광이 없을 듯하다.

 

 

 

 

 

골짜기에 앉아서 놀던 세 여성분들, 먼저 사원으로 내려갔을 줄 알았는데... 기다리고 있다.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남겨 드리고 함께 하산...

 

 

 

 

 

사천 랑무스 경내로 내려서는 길...

 

멀리 랑무스의 랜드마크인 홍석애(紅石崖)를 바라보며 백룡강이 장강(長江)을 향해 힘차게 흘러내린다.(랑무스의 수계는 황하가 아니라 장강이다.)

 

 

 

 

 

뒤돌아서 바라본 나모대협곡 풍경. 멀리 계곡 위쪽에 수차로 돌리는 마니차(마니츄코르)도 보인다.

 

 

 

 

 

 

 

※ 랑무스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