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7월 27일 일요일 오후, 랑무스(郞木寺)
저녁 6시.
거세게 내리는 비를 뚫고 랑무스에 도착하였는데, 숙소에 이르자 거짓말처럼 비는 그치고 점차 하늘이 맑게 개기 시작한다.
숙소에 들어가 짐을 내려 놓고 창 밖을 내다보니 어느 새 햇살이 환하게 빛나고 하늘은 파란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사천 랑무스 사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씻은 듯 투명한 풍경!
사천 랑무스의 중심 전각, 문사학원(聞思學院)
사찰 주변으로 보이는 집들은 전부 승려들이 거주하는 곳!
미륵해탈탑. 오래된 목제탑이다.
저녁 식사 시간까지 한 시간이나 남아 있어 그냥 시간을 보내기 아까워 룸메이트 홍식 씨와 주변 산책을 나섰다.
숙소에서 바라보았던 사원 뒷산 언덕 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한다.
사원 뒤 초원의 언덕으로 올라서자마자 환하게 열리는 전망!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동쪽으로 초원의 구릉 위로 성채처럼 형성된 붉은 바위 절벽. 무주의 적상산(赤裳山)을 연상시키는 풍경이다. 안내도에 보니 '붉은 바위절벽'이라는 뜻의 '홍석애(紅石崖)'로 기록하고 있다. 해발 3600m.
그리고 북쪽으로 보이는 감숙성 랑무스.
고산지대에서 드물게 보이는 침엽수림과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금빛 찬란한 사원의 지붕!
그리고 길게 형성된 서쪽 골짜기를 따라 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있다.
멀리 유목민들의 여름 천막 쪽에선 저녁을 준비하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유목민 후이족의 거주지인듯 '회민촌(回民村)'이라고 한다.
남쪽으로 높이 솟은 산을 향해 능선을 오른다. 사원과 마을 뒤로 솟은 산은 '룽다산(龍達尖山)'이라 부른다. ('룽다'는 '풍마(風馬)'를 뜻하는 티베트어로 티베트를 대표하는 종교적 상징물, 불경과 진언의 의미를 담아 바람에 날리는 오색 깃발을 가리킨다.) 높이는 해발 3650m.
갑자기 나타나는 한 무리의 양떼...
알프스가 이런 풍경일까 싶었는데, 나중에야 이곳을 '중국의 알프스'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양떼를 몰고 있는 꼬마...
내처 저 산 봉우리까지 다녀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저녁 식사 시간이 한 시간만 늦었다면 그랬을 것을...
노란 물싸리 꽃과 붉은 송이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환하게 맑은 세상,
모든 생명과 존재들이 자신의 모습으로 빛나는 세상, 랑무스!!
누가 이곳을 이 세계의 오지라고 했는가.
지금 이 순간 갑자기 내가 언젠가 존재했던 세상이 바로 이런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랑무스는 우주의 중심으로 내가 살아가고 싶은 그런 세상이 아닐까...
집집마다 룽다가 펄럭이는 풍경,
부처님의 자비가 바람에 실려 온 세상으로 퍼지기를...
사원의 지붕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홍석애(紅石崖)의 절경...
풀밭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티베트 여인과 꼬마들...
풀섶에는 구슬봉이와 씨범꼬리 등 온갖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워져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내려가는 길에 만난 10대 티베트 소녀들,
우리가 한국인임을 어떻게 알았는지 "오빠"라고 소리쳐 깜짝 놀란다. 티베트 사람들에게까지 한류가 번진 것일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니, 따라서 손을 흔들고 수줍게 웃으며 좋아한다.
사원 옆 낡은 마니차 회랑이 있는 좁은 길로 내려오는 길, 소떼들을 만난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다.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호텔 위의 하늘은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티없는 태초의 하늘빛을 보이고 있다.
7시 반쯤 호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고추잡채와 깍지콩볶음, 가지볶음, 소고기볶음 등과 함께 먹는 밥. 경모 씨가 고추장과 깻잎, 김치 등을 잔뜩 풀어 놓아 배불리 먹는다.
그런데 고산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증세도 나빠져서 저녁 식사도 하지 못하고 드러눕는 사람까지 생겼다. 샤허 라부렁스보다도 훨씬 높아진 고도(3350m)에 적응하지 못한 모양이다.
경모 씨가 수지침을 놓아 주기도 하더니 저녁에는 K씨가 산소 흡입기까지 사용해야 하는 상황까지 생긴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경모 씨가 구입해 준 전기 장판까지 사용하는 분위기...
지금껏 수많은 해외여행 속에서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없었는데, 이번 여행에 처음으로 온 사람들은 거의 앓아 누웠다.
일찍 잠자리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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