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7월 26일 토요일 오후, 샤허 라부렁스
공당보탑은 라부렁스 사원 남쪽, 다샤허(大夏河) 강변에 자리잡고 있다.
공당보탑의 '공당(궁탕, 贡唐)'은 '공당창활불(贡唐仓活佛)'에서 나온 말로 라부렁스에 주석하는 겔룩파 활불의 수장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청나라 때는 '贡唐呼图克图'라 불렀는데, 이는 '장생불로하는 사람', 또는 성자(聖者)를 뜻한다. 지금은 공당창활불(贡唐仓活佛)'이라 부른다. (원래 '궁탕'은 네팔 국경 지역에 있는 지역으로 카규파의 성자인 밀라레빠의 출생지이기도 한데, 밀라레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아니면 이 지역과 관련이 있는 명칭이 아닐까 싶다. 공당보탑을 조성할 때 네팔인들이 참여하였다는 것이 그런 추측을 가능케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보를 찾지는 못했다.)
현재 라부렁스에는 공당창활불 7세가 주석하고 있다. 2014년 현재 12살의 소년부처님이다. (잠양활불은 6세가 주석하고 있다 한다.)
생몰 연대 | 중문 이름 | |
제 1세 | 1648年-1724年 | 根登彭措 |
제 2세 | 1727年-1759年 | 贡唐仓·俄昂丹贝坚参 |
제 3세 | 1762年-1823年 | 贡唐仓·贡却丹贝仲美 |
제 4세 | 1824年-1859年 | 贡唐仓·贡却丹贝嘉措 |
제 5세 | 1860年-1925年 | 贡唐仓·嘉样丹贝尼玛 |
제 6세 | 1926年-2000年 | 贡唐仓·久美丹贝旺旭 |
제 7세 | 2002年- | 贡唐仓·洛桑格来·丹贝堪虔 |
※ 나중에 기록할 것이지만 2012년 10월 티베트 탄압에 항의하여 분신자살한 탐드린 도르지(52세)가 제 7대 궁탕린포체의 조부라고 보도되었는데, 궁탕린포체가 바로 위의 제 7세 공당창 '洛桑格来·丹贝堪虔'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 활불(活佛)
티베트에서 활불은 전생활불(轉生活佛)의 약칭으로 '잠양(嘉木样)' '장쟈(章嘉)' '궁탕(貢唐)' 등의 호칭으로 불린다. 티베트어 ‘스프룰스쿠’의 역어로, 인도의 윤회사상(輪廻思想)과 티베트인의 살아 있는 신의 관념이 합쳐져 생겼다. 화신 보살은 모든 사람들이 깨닫고 구원받을 때까지 윤회 세계에 다시 태어나서 계속 구제를 하며, 자신은 이상으로 하는 열반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가르침에 따라 고승이 죽음에 임해서 전생의 방향을 유언하면, 고승이 죽은 지 10개월이 지난 뒤 49일 사이에 그 지방에서 태어난 어린이 중에서 활불을 선정한다.
활불의 시초는 13세기 초 카르마, 카규라는 2파의 법주가 이 방법으로 선출되었는데 종파의식의 고양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이 두 파와 대립한 겔룩파가가 16세기 중반에 종파적 결속을 도모해서 달라이라마 3세가 된 소남 가초(1543∼1588)가 활불로 등장하며 정치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활불제도는 티베트불교의 계승 방법이 되고 있지만 정치적 배려로 폐단이 생기기도 했다. 한편 활불로서 유년기부터 엄격한 훈련을 받은 승려 중에는 티베트의 문화발전을 위해 활약하기도 했다.
공당보탑의 원래 이름은 '현견해탈대금탑(現見解脫大金塔)'이라고 한다.
공당보탑은 1805년 네팔인과 겔룩파 신도들의 헌금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불탑은 1993년에 재건한 것으로 높이 31m, 5층 규모로 조성되었다.
공당보탑 정문
라부렁스에서 유일하게 입장권을 사야 하는 곳이다. 1인당 20위안.
정문을 들어서서 바라본 공당보탑 모습.
탑은 5층으로, 상륜부에 해당하는 탑찰(塔刹), 탑신에 해당하는 탑병(塔瓶), 기단에 해당하는 탑좌(塔座) 세 부분으로 조성되어 있다. 탑찰은 해와 달과 별(日月星晨)을 형상화하였고, 탑병은 도금한 8대보살상을 부조하였으며, 탑좌는 유리기와를 장식한 3층 4각 건축이다.
탑 안 한가운데 1~2층은 통층으로 4좌불전(四座佛殿)이 자리잡고 있다.
정면 불전은 3세 공당창활불의 순금 영탑(灵塔)이 가운데 자리잡고 있고 1,2,4,5세 공당창 도금상이 있는데, 좌우에는 타라(度母)와 보명불전(普明佛殿)이 있다.
뒤로는 장경전(藏经殿)으로 벽장에 두루마리 불경이 빽빽하게 보관되고 있는데, 무려 2만여 권이나 된다고 한다.
4좌불전 꼭대기에는 2세 잠양 조상을 둘러싸고 300존의 동불이 있다.
3층은 천불전으로 모두 1032존 작은 동불이 가득 자리잡고 있다.
4층은 보병 모양의 탑으로, 사방의 원형 통로는 라부렁스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 구실을 하는 곳이다.
4층 보병 모양 탑 속에는 2m 높이의 아미타불을 모시고 탑좌와 벽에는 섬세한 백여 폭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외벽, 동판에 돋을새김한 불상
공당보탑은 다샤허를 흐르는 물과 건너편 울창한 숲, 그리고 대금와사와 서로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멀리 북쪽으로 잠양불궁과 소금와사, 대금와사의 금빛 찬란한 기와지붕이 보인다.
대경당 옆 주방에서 저녁 공양을 위한 밥을 짓는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공당보탑을 나와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큰길을 따라 걷다, 바로 옆 출입문의 섬세한 조각이 눈길을 끌어 들여다보다 내부까지 돌아본다.
조금 전 공당보탑에서 내려다 보았던 마당 넓은 건물이다.
스님들이 머무는 공간임에는 틀림없어 보이는데 단순한 숙소로는 보이지 않는다. 영빈관쯤 되는 것일까...
불심이 깃든 듯 순한 얼굴을 한 견공도 만나고...
라부렁스에서 숙소로 이어지는 샤허의 거리 풍경.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거리의 상가는 안타깝게도 티베트식 건물이 아니라 한족식 건물로 조성되어 있다. 티베트 문화를 억누르려는 중국의 지배욕을 보는 것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거리를 걷는 승려들의 얼굴 표정은 그래서인지 어둡게만 보인다.
샤허(夏河)는 감숙성이지만 청해성과 접경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엄연히 암도지방에 속한 티베트 땅으로 중국 정부에 의해 감숙성에 편입되었다. 다샤허(大夏河) 강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어서 '여름강'이라는 꽤 낭만적인 이름이 붙었다. 해발 2920m 고산지역이라 고산병이 오기도 한다.
라부렁스라는 거대한 사원 때문에 마을이 만들어졌고, 수많은 순례객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샤허는 라부렁 현청이 있는 곳으로 80%의 사람들이 티베트인이라고 한다. 한족과 후이족이 살고 있지만 거주 지역이 구분되어 있다. 서쪽 신시가지에는 한족과 이슬람교를 믿는 후이족이 살고 동쪽의 황량한 지역에는 티베트 사람들이 산다.
거주 비율로 따지자면 샤허는 티베트자치구보다 더 티베트 같은 곳이다. 티베트자치구에는 티베트 사람보다 한족이 더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샤허는 '리틀 티베트'로 불리고 있다.
※ 샤허 안내도
작은 마을이지만 샤허는 티베트 문화(藏文化)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티베트 최대의 교학기관인 라부렁스에는 학승들로 가득하다. 라부렁스가 일종의 지식인 타운이나 다름없다 보니 티베트인들의 정치적 정서를 민감하게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라부렁스에 도착하기 불과 17일 전인 7월 9일에도 라부렁스의 타브케(24)라는 승려가 사원 내 승려 수 제한, 경전 강의 내용 간섭, 달라이 라마의 사진 걸기 금지 등 중국의 종교 탄압에 항의해 자살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티베트인들의 독립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던 2008년 봄, 대부분 승려였던 시위자 19명이 사망했던 곳이 바로 이곳 샤허였다. 이후 이곳에서 2012년 10월에 체팍 키얍(21) 라모 체텐(24)이 분신하였고, 2013년 12월에는 출트림 자초(43)라는 승려가 분신하였다. 그런데 2012년 10월 13일에는 라브랑스 제7대 궁탕 린포체의 조부인 탐드린 도르지(52세)가 감숙성 쵸(Tsco)사원 부근에서 "달라이 라마여 영원하라", "티베트에 자유를",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허용하라"고 외치며 분신했다고 하는 보도도 있었다.
시위자만 탄압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샤허현 중급인민법원은 무장경찰 대원들이 분신을 기도한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막은 티베트인 6명에게 징역 3∼12년형을 선고했다는 보도도 있다. 게다가 감숙성에서는 티베트인 분신 기도 정보를 제공하면 최고 20만 위안(약 3500만 원)의 포상금까지 지급한다는 기사까지 있을 정도이니...
다른 소수민족의 경우는 잘 알지 못하지만, 엄연히 역사와 문화가 다른 신장의 위구르와 시짱의 티베트 사람들. 그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사는 날이 오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7시에 호텔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는다.
양고기와 우리의 돼지머릿고기 비슷한 양고기 편육, 그리고 양고기 만두에 고국(苦菊) 샐러드를 곁들여 먹는 식사는 그리 입에 맞지 않는다. 고국샐러드는 쓴맛을 내는데 열을 내리는 음식이라 하여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들이 즐기는 메뉴다. '고국'은 쑥갓 같기도 하고 치커리 같기도 한 고거(苦苣, Chicorium endive)라는 풀을 재료로 한다.
식사를 마친 후 마땅히 할 일이 없어 호텔 앞 광장으로 나가 바람을 쐰다.
이곳 광장에서도 춤 추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
흥겨운 춤에 관광객도 슬그머니 끼어들고 꼬마들도 함께하니 보기에도 참 아름답다.
다샤허(大夏河)를 건너니 그곳은 샤허 마을광장.
이곳에서도 여인들이 부채춤을 추고 있다.
여행 둘째날에 불과한데, 고산병에 걸린 것인지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이 속출한다.
저녁 시간에 가볍게 술잔이라도 나누며 정담을 나누는 것이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인데, 그나마 한 잔이라도 나눌 수 있는 분들이 몸이 좋지 않다니 어째야 하나...
워낙 오지라 딱히 갈 데도 없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다.
새벽에 깨어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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