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7. 13.
병풍바위를 지나면서부터는 평탄한 산길이 나타난다. 아마도 화창한 날씨라면 가까운 능선의 기암을 관찰하고 멀리 둘러서 있는 오름들을 전망하며 느긋하게 걷는 기분이 최고지 싶다.
하지만 안개가 너무 짙어 주변의 사물들만 겨우 분간할 수 있을 뿐. 여름날씨라 믿어지지 않게 춥기까지 하다. 초원을 걷는 것처럼 길이 평탄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민백미꽃? 열매일까...
제주달구지꽃이 피기 시작했다. 고산이어선지 맑고 선명한 꽃색이 정말 곱다.
해발 1600m. 병풍바위의 해발고도다. 윗세오름이 1700m이니 100m 고도를 더 올라야 한다.
안개 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바위의 형상이 한복을 입고 걸터 앉아 있는 전통적인 어머니상처럼 보인다.
자주꿩의다리
탐라산수국, 산수국은 가장자리 꽃이 헛꽃인데 탐라산수국은 암술 수술을 갖추고 있다.
등수국
산꿩의다리
쥐털이슬
많은 돌들이 늪지대에 깔려 있는 너덜지대를 지난다.
개쉽싸리
산상의 정원이라는 '선작지왓'을 들어섰는데, 짙은 안개로 시야가 닫히니 안타깝다. 맑은 날이라면 아마도 앞쪽에 한라산 정상 백록담의 화구벽이 시야를 채울 터인데...
선작지왓은 ‘작은 돌이 서 있는 밭’이라는 뜻을 가진 제주말로 병풍바위 윗부분에서 윗세오름에 이르는 평원지대를 가리킨다.
산철쭉, 털진달래, 눈향나무, 시로미의 군락이 넓게 발달해 있고 누운오름 아래 연중 물이 흐르는 노루샘이 있다. 그 주변은 백리향, 흰그늘용담, 설앵초, 구름송이풀 등이 자라는 고원습지가 있어 생태적 가치가 큰 지역이다.
호장근. 이곳의 호장근은 붉은호장근으로 불린다.
한라산 전망을 볼 수 있을까...?
나무 계단을 따라 윗세오름의 첫번째 오름인 윗세족은오름으로 오른다.
계단에서 내려다본 풍경
그런데 노루 한 마리가 덤불에 몸을 숨긴 채 머리를 들어 빤히 쳐다보고 있다.
온통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라산. 그러다 어느 순간 보여 준 모습이 이게 전부다. 화구벽의 모습은 결국 보지 못하고 만다.
다시 내려오니 바로 앞에 노루샘이 보인다.
고산평원의 샘, 지리산 세석평전의 샘을 떠올리게 한다.
노루샘 위로 솟아 있는 오름은 윗세오름의 두번째 오름인 윗세누운오름
노루샘을 지나면 바로 눈앞에 윗세오름대피소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윗세오름의 세번째오름인 윗세붉은오름이 솟아 있지만 안개가 오름을 덮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
구름미나리아재비
범꼬리
드디어 윗세오름대피소에 도착한다.
대피소 습도계는 100%를 가리키고 있다.
잠시 휴식하다 사발면을 하나씩 시켜 먹고 허기를 달래곤 왔던 길을 되돌아내려간다.
산쥐손이
혼자 왔더라면 북쪽 어리목 코스로 하산을 했을 것을... 그래도 영실 코스를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제주도를 온 보람은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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