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화순 운주사를 찾은 것은 행운입니다.
운주사는 해가 쨍쨍한 가을 한낮보다는 봄 안개에 버들가지 물이 촉촉이 오르는 봄 새벽이 더 정답고, 뻐꾸기 우는 6월 장맛비 내리다 잠깐 그친 앞 산마루에 구름이 걸친 여름 오후나 혹은 종일 함박눈이라도 펄펄 내리는 따뜻한 겨울의 한낮 정취가 더 어울릴 것이다. (출처 : 최선호, <한국의 미 산책>, 해냄)
이 말처럼 종일 함박눈 펄펄 날리는 포근한 겨울날이었습니다. 메마른 골짜기에서 운주사와 천불 천탑이 고요히 눈 속에 잠기고 있습니다.
몇 번밖에 와 보지 못한 운주사이지만,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설레는 마음이 되는 것은 내가 짝사랑하는 부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메마른 개울 건너, 예전 들판으로 방치되어 있던 산발치에 나란히 서 있는 저 돌부처님 속에 그 주인공이 있습니다.
저 많은 부처님들 속에 이곳 운주사에서 내가 가장 만나보고 싶었던 아기부처님은 분명 눈썹 위에 어지럽게 내려 앉는 함박눈을 피해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 미소를 짓고 있을 겁니다.
서민적인 질박함이 묻어나는 운주사 부처님들.
하지만 이 부처님들 속에는 내가 찾는 부처님이 없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나의 부처님은 바로 이 부처님들 속에 앉아 계십니다.
과연 예상했던 대로 아기부처님은 두 손을 가슴 위에 모으고 빙그레 웃음을 머금고 눈을 감은 채 고요한 생각에 잠겼습니다.
운주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기부처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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