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울진의 좀올챙이골, 꼴하늘지기, 청비녀골풀, 땅귀개, 개잠자리난초, 털부처꽃, 고마리, 고추나물

모산재 2012. 10. 5. 19:20

 

 

소수서원을 둘러보고 난 뒤에 금강소나무숲길 체험을 위해 울진으로 향한다. 

 

영주에서 울진행 시외버스를 타고 태백산맥을 넘어 불영계곡을 넘는 길, 가파른 산허리로 난 도로 달리는 차 안에서 내려다보는 불영계곡은 언제 보아도 아찔하고 아름답다. 분지를 끼고 제법 넓은 들이 나타났다가 다시 아찔한 계곡으로 들어서기를 반복하는 지형이 특이하다.

 

 

울진에 도착하여 버스를 바꿔타고 두천리로 향한다.

 

 

 

보부상들의 길이 시작되는 두메 산골을 찾아가는 길은 뜻밖에도 넓고 포장이 잘 되어 있다. 하지만, 길은 바로 이 마을에서 끝난다. 

 

 

 

두천리 마을회관이 보이고, 그 너머로 보이는 집이 오늘 저녁 묻을 김돌이네 아저씨 집.

 

 

 

60대에 들어선 두 부부만이 사는 집은 몇 집 되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숲길 체험객을 위해 새로 지었다는 집의 방을 내어 준다. 주인장께서 직접 지은 집이라는데 참 알뜰하게 잘 지었다.

 

짐을 풀어 놓고 바람을 쐬러 나선다.

 

 

냇가에는 머루 덩굴이 우거졌는데, 꽃이 막 지고 이제 갓 열매를 단 것과 영롱한 보라색 열매를 단 개머루가 어울렸다. 작은 열매는 개머루가 아닌 듯한데...

 

 

  

 

 

꽃차례에 털이 많은 털부처꽃이 흔하여 담아 보았다.

 

 

 

개울로 내려서자 뜻밖에 땅귀개가 대군락을 이루며 노란 꽃을 피웠다.

 

 

 

 

너럭바위와 흙땅이 어울려 습지를 이룬 곳에는 올챙이고랭이인가 싶은 고랭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2개 정도로 달리는 이삭의 개수로 보아 올챙이고랭가 아닌 좀올챙이골인 듯하다.

 

 

 

 

그리고 꼴하늘지기로 보이는 사초도 어울렸다.  

 

 

 

 

바위 틈에는 백도라지 꽃이 피어 있는데, 이 꽃을 담다가 돌아서다가 깜짝 놀란다.

 

 

 

뜻밖에도 개잠자리난초 두 포기가 하얀 꽃을 가득 피우고 늠름하게 서 있지 않느냐...! 꼭 한번 만나 보고 싶었던 꽃을 이렇게 조우하다니... 감격스럽다.

 

 

 

 

하지만 벌써 해가 기울어 골짜기에 산그림자로 덮인 시각이라 선명한 이미지가 잡히지 않아  안타깝기만하다.

 

 

철수하면서 습지 한쪽에 손가락 길이 정도로 짧게 자라는 골풀류가 무리지어 자라는 걸 발견하고 담아본다. 

 

 

 

하나의 줄기에 꽃 하나씩만 피운 모습인데, 이것이 다 자란 풀인지 아니면 더 자라면 청비녀골풀 같은 골풀인지 궁금한데, 주변엔 이런 골풀류가 보이지 않는다.

 

 

 

개구리미나리인지 젓가락나물인지 잠시 헷갈리는 풀. 열매가 둥근 것으로 보아 개구리미나리로...

 

 

 

 

산나물 등 정갈한 반찬으로 처려준 저녁을 맛있게 먹은 뒤, 주인장 내외와 한 집에서 숙박하게 된 젊은 커플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 주변 산책에 나섰다.

 

마을 뒤 도로를 따라 가는 길에 돌아서서 100mm렌즈로 주인장 김돌이 아저씨네 집을 담아보았다.

 

 

 

아침 하늘엔 아름다운 솜털같은 구름이 가득...

 

 

 

깊은 산속이라 볼 만한 풀꽃들이 있지 읺을까 기대하고 나선 길인데 생각과는 달리 보잘 만한 꽃은 없다.

 

 

하릴없이 흔하디흔한 사위질빵 꽃을 담는다. 

누른 기운이 없이 유난히 새하얀 꽃잎이 아름답지 않은가...

 

 

 

고개를 넘는 곳에서 아스팔트길은 금방 끊어지고, 상류 계곡을 따라 두천2리까지 좁은 콘크리트길이 이어진다. 

 

 

갑자기 어디선가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 두리번거리며 보니 전봇대에 그 정체가 매달려 있다. 아마도 멧돼지를 퇴치하려는 소리 상자인가 싶다.

 

 

 

두천계곡은 아름답다. 

 

 

 

 

엊저녁 주인장이 도로확장공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도로가 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큰 도로가 난다면 이 이름답고 청정한 계곡은 파괴될 것이고 노출된 계곡에는 사람들로 번잡해질 것이니 마을에 그리 좋을 일은 없을 듯하다.

 

 

도로가의 고랑에 핀 골풀류, 아마도 청비녀골풀이지 싶은 풀도 담아보고... 

 

 

 

고추나물도 담아본다.

 

 

 

그리곤 꽃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만나지 못하다. 

 

 

 

계곡에 내려서 봤지만 신통할 것이 없다. 

 

고마리 꽃을 만난 것이 다행...

 

 

 

아침 햇살 속에 드러난 금강소나무숲길로 가기 위해 거치는 한 장면을 멀리서 담아본다.

 

 

 

큰기름새 꽃이 피기 시작했고...

 

 

 

좁쌀풀은 정말 좁쌀 같은 열매를 가득 달았다.

 

 

 

쇠뜨기풀에 매달린 아침이슬이 햇살을 붙들어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주인장 마당 끝에 층층잔대 꽃이 화려한 9층탑을 이루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주인 내외분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금강소나무숲길 체험에 나선다.

 

 

하룻밤 인연인데도 졸졸졸 따라다니던 강아지와도 이별하고...

 

 

 

벌써, 들판 너머 출발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