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명승 제75호, 영월 한반도 지형과 선암마을

모산재 2012. 8. 6. 11:17

 

직원 연수로 강원도 영월과 정선, 태백 지역을 가게 되었는데 첫날 첫코스가 유명한 영월 한반도 지형 선암마을입니다.

 

'한반도 지형'이란 말이 빠진 '선암'마을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게 '선바위'인 줄만 알았습니다. 선바위를 '바위 암'를 써서 표기한 것으로 내 맘대로 해석한 거죠. 이렇게 멋진 지형을 조망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영월 선바위야 장릉 가는 길에서 몇 번 본 풍경인지라 다시 그곳으로 가는 줄 알고 무심히 시간을 보내는데 산길을 구불구불 오르던 버스가 주차장으로 들어섰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보니 선바위 주변이 아닙니다. 조성되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보이는데, 많은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서 있는 주차장과 주변 풍경이 낯섭니다.

 

 

주차장에 세워진 영월 10경 안내판을 보고서야 비로소 선암마을이 한반도 지형이 있는 곳에 자리잡은 마을이라는 것, 이곳을 오늘 처음 오게 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선바위야 도로변에서 금방 조망할 수 있는데 주차장에서 내려 찾아가는 길은 숲길을 한참 걸어야 했습니다. 목적지까지 10분 정도 걸리는 숲길은 그늘지고 평탄하여 산책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입니다. 

 

드디어 한반도 지형이 숲 사이로 보이고...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 이릅니다. 이 전망대를 오간재 전망대라고 하는군요. 전망대가 있는 고개 이름이 오간재입니다.

 

평일인데도 찾는 사람들이 아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깊고 푸른 강물이 삼면을 휘돌아나가는 지형이 정말 한반도 모습 그대로입니다.

 

 

 

 

 

 

평창강이 한반도 지형에 이르러 힘찬 물살이 동해안에는 갂아 절벽의 지형을 만들고, 다시 남해안으로 돌면서 전망대 쪽을 깎아내어 절벽의 지형을 만들고 서해으로 휘돌아오르면서 서해안에는 넓은 퇴적지형을, 반대 쪽에는 절벽의 만들었습니다. 

 

휘돌가는 강굽이에서 강폭이 넓어지고 수심은 깊어져 한반도 지형은 넓고 깊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듯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힘차게 꿈틀대고 서쪽에는 넓은 백사장이 퇴적되어 서해 갯벌을 연상시킵니다. 

 

국가 명승 제75호. 

 

한반도 지형은 평창에서 흘러내려온 평창강이 주천강과 만나기 직전 크게 한번 휘돌면서 만들어진 지형입니다. 펑창강과 주천강을 합쳐서 흔히 서강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영월에서 만나는 동강과 짝을 이루기 위한 속칭입니다.

 

 

 

 

 

 

잘 보존된 아름다운 생태계, 저 거울처럼 맑은 강물에 백로·비오리·원앙·수달 등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강물 속에는 천연기념물인 쉬리와 어름치가 유유히 헤엄치고 다니겠지요. 

 

 

지도를 보니 평창강은 곡류가 극심한 강이네요.

 

왼쪽에서 영월로 흘러드는 강이 서강, 오른쪽에서 영월로 흘러드는 강이 동강입니다. 하지만 서강의 공식적인 명칭은 평창강입니다. 영월에서 만난 강이 단양과 충주를 흘러내리는 것이 바로 남한강입니다.

 

 

 

 

 

 

 

한반도 지형의 동쪽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저 작은 마을이 선암마을입니다. 

 

 

 

 

 

 

영월군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인데, 이 한반도 지형이 뜨게 되면서부터 서면은 한반도면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2009년 영월군은 관광 브랜드로 서면을 한반도면으로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바꾸었습니다.)

 

평창강이 깎아낸 강 건너 한반도 지형의 절벽이 '신선 같은 바위'처럼 절경이어서 선암(仙巖)으로 부르고 마을 이름도 선암마을이 된 모양입니다. 고려 때 선암사라는 절도 있었다고 하며 한때는 역말이라고 불리었다는군요.

 

 

 

 

 

 

한반도 지형으로는 섶다리로, 큰물이 나는 여름에는 줄배를 타고 건넌다고 하는데, 글쎄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군요. 겨울에는 강이 공꽁 얼어붙으니까 얼음판을 건너 한반도 종주 트레킹을 하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중간쯤에는 한여름에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큰 구멍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 때문에 동네 처녀가 바람이 나지 않는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시멘트공장을 당겨 봅니다.

 

지도로 확인해 보니 이곳의 평창강이 주천강과 만나는 그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이 시멘트공장이 현대시멘트공장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선암마을에 대한 설명 중에 "오간재는 이 절벽 지역을 처음 발견하고 외부에 알린 이종만의 이름을 따서 종만봉이라고도 부른다." 라는 구절이 있어서 이종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여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지형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 서강을 지키려는 영월군민들의 피나는 투쟁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한반도 지형은 트레킹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답사한 최병성 목사와 이종만 씨에 의해 발견되었고 사진 작가 고주서 씨의 사진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병성 목사는 서강 지킴이, 4대강 지킴이로 널리 활동하고 있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침 이 글을 올리려고 기사를 검색하던 중 최병성 목사가 최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수영하라더니... MB 말 들으면 큰일 납니다>라는 글을 보게 됩니다. 여기에 바로 한반도 지형괴 이종만 시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어 관련 내용만 발췌해서 정리해 봅니다.

 

 

1999년 영월 군수가 서강변에 쓰레기종합처리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서강을 지키기 위한 영월 군민들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됩니다. 마을 주민들은 쓰레기 매립장 예정지 입구에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하고 추운 겨울에도 밤낮으로 불침번을 서며 영월군의 모든 공사를 차단합니다. 최병성 목사는 "영월 군수 꿈에 제가 나오고, 제 꿈에 영월군수가 나올 정도"로 고된 싸움의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이 싸움을 위해 서강의 비경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서강에 깃들어 사는 수달, 원앙, 비오리 그리고 쉬리, 돌상어, 어름치 등 서강의 생태계 사진을 찍고 물돌이동의 신비스런 모습을 찾기 위해 선암마을 이종만이란 청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1999년 연말 이종만 씨가 낫을 들고 이곳의 절벽을 오릅니다. 당시 이 오간재에는 길이 없어 이 절벽을 올라야했습니니다. 이종만 씨는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카메라 앞을 가리는 잔가지들을 잘라 주고... 그리하여 마침내 한반도를 빼닮은 지형을 이곳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이듬해인 2000년 2월 9일 서강 사진전을 개최하고 <한겨레> 신문에서 서강 컬러 사진과 이야기를 신문 한 면에 게재하게 되면서 한반도 지형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이후 각종 방송과 신문에서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이종만 씨는 "서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거라도 해야 나중에 서강이 지켜진 후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다"며 50만 원이라는 뭉치돈을 내 놓았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에 처음으로 방송되던 3월 어느 날, 불침번 서는 마을 분들에게 텔레비전 보라는 소식을 전해주고 오토바이 타고 돌아오던 이종만 씨가 사고로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월군에서 한반도 지형의 가운데를 절개하고 20m 높이의 다리를 건설하여 강을 건너는 도로 건설을 진행하려고 하였습니다. 영월 군수는 그까짓 봉우리 하나가 무슨 가치가 있느냐며 공사 중단 요구를 외면하였고, 영월 서강을 지키기 위해 서울에서 여행팀을 서강으로 초대하고 한반도 지형을 보여주기 위해 절벽 위로 안내했습니다.

 

 

이렇게 서강을 지키기 위한 지난한 싸움은 마침내 승리를 거두었고, 오히려 지금은 영월군이 이 한반도지형으로 관광 특수를 맞이하게 되었으니, 이게 바로 역사의 아이러니 아닐까요. '1박 2일'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방영 이후 탐방객이 급증하여 하루 최대 8천 명이 몰려드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주차장을 넓히고 탐방로를 개설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엔 이러한 사실을 기록한 안내문이나 기념물 하나 없어 아쉬움을 줍니다. 이곳 사람들이 오간재를 비공식적으로 '종만봉'이라고 부르는 데서 나아가 이곳 전망대 이름을 '종만봉전망대'로 공식화하고 이를 기념하는 안내문과 기념물이라도 조성하기를 영월군청에 촉구하고 싶습니다. 그게 영월군이 빚을 진 고 이종만 씨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 아닐까요?

 

 

한반도 지형도 지형이지만 전망대 두변의 탐방로도 참으로 아늑하고 아름답습니다.

 

 

 

 

 

 

숲길을 산책하다 보면 동쪽으로 서강전망대가 나타납니다.

 

 

 

 

 

 

까마득한 절벽 위에 있는 이 전망대에서는 영월로 흘러가는 서강을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지형의 앞을 흐르던 강물이 주천강과 만나 이루는 강이 서강입니다.

 

 

서강(평창강)의 위쪽 풍경

 

 

 

영월을 향해 흐르는 하류쪽 풍경

 

 

 

 

 

줄기가 많은 소나무를 '다간형 소나무'라고 이름 붙여 놓았네요. 한자로 쓰면 '줄기가 많은 형태'라는 뜻의  '多幹形'이겠지요.

 

 

 

 

 

 

꽃철이 아니어선지 숲속에는 눈에 띄는 아름다운 꽃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꽃잎이 여섯(여덟인 것도 보이네요)이 달린 으아리 꽃들이 많은데, 외대으아리의 변종이라는 조령으아리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장대냉이도 꽃을 피웠네요.

 

 

 

 

 

 

민둥갈퀴는 아주 흔합니다.

 

 

 

 

 

 

은조롱이 보이기도 합니다.

 

 

 

 

 

 

관목과 풀들이 잘 어울린 숲을 보니 봄철이면 이곳 숲에도 제법 볼 만한 것들이 꽃들이 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반도 지형도 좋지만 꽃들을 보기 위해서 이곳을 다시 한번 찾아볼 작정입니다.

 

 

 

 

<참고> 한반도를 닮은 지형 명소

정선군 정선읍 귤암리 병방치전망대
정선군 북평면 문곡리 상정바위산
경북 성주군 금수면 성주댐
충북 옥천군 안남면 둔주봉
충북 옥천군 서면 논골마을
전남 무안군 몽탄면 영산강 유역
전남 여수 남면 안도리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