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태안 학암포 해변, 일출과 밀몰을 볼 수 있는 두 개의 백사장

모산재 2012. 7. 8. 22:24

 

불과 열흘 전 쯤에야 학암포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풀꽃에 대해 알아 보다가 이 지명이 내 눈에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거기엔 그 풀꽃 말고도 내가 만나지 못한 것들이 몇 더 있었다.

 

 

내가 누구인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 길을 잃고 방황하던 욕망이 다짜고짜 내게로 달려들지 않느냐. 꽃이야 만나보든 말든 일단 그 지역이 어떤 곳인지 확인해 봐야지, 일단 그 곳 해안과 산길을 두 발로 걸어보자고...

 

 

그래서 무조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태안행 버스는 40분마다 한 대 꼴로 자주 있었다. 당진, 서산을 지나 태안, 거기서 나를 떨어뜨려 준 버스는 안면도로 떠나간다. 다음엔 저 버스를 타고 안면도도 가리라.

 

태안터미널에 내리니 10여 분쯤 전에 학암포행 버스는 떠나 버렸다. 다음 버스는 1시간10분쯤 기다려야 한다. 남부터미널에서 혹시나 하고 사온 김밥이 있었지만 터미널 안의 식당에 들러 김치고등어를 시켜 점심을 먹는다. 맛있다. 터미널 안 식당에서 이리 값싸고 맛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앞으로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12시 10분 출발 버스를 타고 40여 분이나 걸려서 학암포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일 줄 알았는데 학암포에 내리는 사람은 나 혼자뿐. (중간에 신두리 해안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내년 봄에는 신두리 사구도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학암포 종점에는 이 건물이 있다. 

 

 

 

 

 

처음 와 보는 곳이니 낯설 수밖에... 일단 바닷가로 나가본다.

 

해안 모래언덕에는 갯그령 등 갯풀들이 초지를 이루고 있는데 심한 가뭄으로 생기를 잃고 있다.

 

 

 

 

 

갯메꽃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갯방풍도 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다.

 

 

 

 

 

백사장 너머 작은 섬이 해안의 단조로움을 지우고 있다.

 

이 섬을 소분점도라 부른다. 썰물 때는 물이 완전히 빠져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단다.

 

 

 

 

 

 

 

그리고 백사장 북쪽 끝에 보이는 것이 대분점도라고 한다. 대분점도는 육지와 연결되어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학암포는 원래 분점이란 이름으로 불려졌던 곳이라고 한다. 조선 중기에 이곳에서 질그릇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고 내수로 붐빈 데서 연유된 이름이라고 한다.

 

학암포라는 이름은 1968년 해수욕장을 개장하면서부터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분점도의 용낭굴 위에 있는 바위가 학처럼 생겼다 하여 학바위라 불리던 것을 한자어인 학암으로표기하게 된 것이다.

 

 

해안의 남쪽 갯바위를 돌아들면 구례포해변, 구례포해변의 남족에는 신두리해변이 이어지게 된다.

 

 

 

 

 

대분점도 가까운 해안 언덕에는 캠핑족들의 세상이다.

 

 

 

 

 

대분점도를 돌아드니 또 하나의 거대한 백사장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학암포 해변의 지형은 대분점도를 중심으로 남쪽에는 남북으로 길에 이어진 백사장, 북쪽에는 동서로 길에 펼쳐진 백사장이 거의 직각을 이룬 모습이다.

 

이런 지형 덕분으로 학암포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해안 명소가 되었다. 북쪽 해변에서는 일출을, 남쪽 해변에서는 일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남쪽 해변인 소분점도 너머로 지는 일몰 광경을 담은 사진을 보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대분점도를 등지고 있는 포구 풍경

 

 

 

 

 

 

이곳 학암포도 몇 년 전 태안 유조선 유류 유출 사고 때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끔찍한 사고가 있었는지 짐작이 되지 않을 정도로 청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멀리 산 너머로 태안화력발전소의 굴뚝이 보인다.

 

 

 

 

 

이곳은 해안 사구가 발달하여 켐핑하기에는 더없이 안성맞춤인 곳이다.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퍽이나 보기 좋다.

 

 

 

 

 

초여름, 모래지치도 한창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자연관찰로로 이어지는 곳에서 100mm렌즈를 낀 상태에서 해변 양끝 풍경을 담고서 풀꽃 탐사를 위해 산으로 향해 발길을 옮긴다.

 

 

 

 

 

 

 

해변에서 물러나 자연관찰로 쪽으로 가다보니 오토캠핑장이 넓게 자리하고 있는데 캠핑족들로 붐비고 있다. 원래 야영장이었던 곳을시설을 완비하여 2010년부터 오토캠핑장으로 전환한 것.

 

캠핑장 뒤쪽으로는 자연관찰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사구와 산이 만나는 곳에는 곳곳에 크고 작은 자연습지가 자리잡고 있다. 바다-해안사구-습지-산 등 여러 형태의 지형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명들을 관찰할 수 있어 가족 캠핑장으로서는 최고의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신두리해안에서부터 학암포까지 이어지는 해안에는 둘레길까지 만들어져 있어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도 드물지 않게 있는 모양이다. 올 가을이나 내년 봄쯤에, 나도 이 트레킹 코스에 도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 학암포 위치도(다음 지도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