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지리산 둘레길 제3코스, 남원 장항마을 소나무 당산

모산재 2012. 6. 27. 20:03

 

지리산 둘레길 제3코스. 중군마을을 지나 황매암을 거쳐 배넘이재를 넘으면 장항이라는 마을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지리산 둘레길 제3코스 인월-매동 => http://blog.daum.net/kheenn/15855368

 

 

도로 건너 멀리 매동마을과 등구재로 이어지는 풍경이 시야로 들어선다. 힘든 고개를 너머 비탈을 따라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 밭들 사이로 구불구불 난 길을 따라 내려서는 걸음은 절로 흥겹다.  

 

 

 

 

 

 

 

능선길에서 오른쪽 골짜기로 기와집들이 들어선 장항마을과 멀리 지리산 일성콘도가 바라보인다.

 

 

 

장성이씨 집성촌이라는 장항마을.

 

지금으로부터 약 4백 년 전 장성이씨가 처음 이주해 오면서 마을을 이루었다고 한다.

 

마을을 감싸 안으며 흘러내리는 산줄기가 노루목과 같다고 하여 마을 이름을 노루목이라 부르고 있는데, 행정명은 '노루 장(獐)'자와 '목 항(項)'자를 쓴 한자어 이름인 장항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산줄기를 따라 난 길을 거의 내려선 지점, 바로 마을 뒤편 언덕에 이르자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는 멋드러진 낙락장송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장항마을의 소나무당산이다.

 

 

 

 

멋진 신목을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땀에 젖어 걷던 사람들은 이 나무 아래에서 발길을 멈추고 감탄을 쏟아내며 풍경을 담고 자신의 모습을 담느라 분주하다. 더러는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수령 400년으로 높이가 18m인 소나무는 용틀임하는 듯 붉은 가지들을 아래로 드리우고 있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배경이 되어 주니 더욱 신성하고 위엄이 있는 모습이다. 마을 뒤 당산 소나무는 북쪽의 허한 기운을 막기 위해 가꾸어져왔다고 한다.

 

 

 

소나무 아래에는 돌탑을 쌓아 놓았다. 일종의 제단으로 보인다. 

 

 

 

 

 

 

 

 

 

 

 

미나리아재비가 대군락을 이루고 노란 꽃들을 흐드러지게 피웠다.

 

 

 

 

이 땅 곳곳 마을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당산 신앙은 자연에도 신성이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남원의 장항마을의 당산 신앙도 마찬가지다.  

 

 

장항마을 당산제

 

장항마을의 당산제는 음력 1월 2일에 열린다. 마을 뒷산은 덕두산(德頭山)으로, 장성이씨들이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바라며 산신께 올리던 제사가 발전한 것이다.

 

마을 뒷산에 산제당(山祭堂)이 있고, 그 약간 아래쪽에 중당산이 있으며, 마을 앞쪽에 하당산(할머니 당산)이 있다. 산제당의 형태는 소나무 4~5그루 정도이고, 중당산은 소나무와 누석단(累石壇)이 결합한 형태이다. 하당산은 예전에는 귀목나무와 누석단이 함께 있었으나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마을길을 넓힐 때 누석단이 없어지고 현재는 귀목나무만 남아 있다.

 

장항마을에서는 당산제 지내기 7일 전에 제주로 제관과 축관 두 사람을 뽑는다. 마을 사람 중에서 부정을 타지 않은 깨끗한 사람으로 뽑는데, 일단 제주로 뽑히면 3일 동안 찬물에 목욕재계하며 근신을 한다. 또 집 주위와 당산 주변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린다.

 

당산제는 밤 12시 정각에 시작된다. 제일 먼저 제관이 혼자 산제당으로 가서는, 그곳에서 직접 밥을 하고 사과·대추·건포 등을 놓고 제사를 모신다. 이어서 새벽 2시에 중당산으로 가는데, 이곳에서는 축관이 독축을 하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석하여 돼지머리와 건어물 등의 제물을 진설하고 제사를 지낸다. 돼지머리는 중당산 제사가 끝나면 당산나무 옆의 누석단에 묻어 산신께 바친다. 후에 중당산에 가보고 돼지머리가 없어지면 산신이 드셨다고 믿는다.중당산 제사가 끝나면 한 시간쯤 뒤인 새벽 3시경 하당산(할머니 당산)으로 내려오는데, 이때는 굿을 치며 제사를 지낸다. 하당산에서 제가 끝나면 모닥불을 지피고 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밤새도록 논다. 

 

예전에는 당산답이 있어서 그곳에서 나오는 소출로 비용을 충당했으나, 현재는 각 집에서 추렴하여 사용한다. 제사에 쓰는 모든 물은 바람골 계곡물을 떠와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