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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94호> 청자 참외 모양 병

모산재 2012. 3. 10. 00:16

 

국보 제94호, 청자 참외 모양 병 / 고려시대

 

가장 유명한 고려청자, 청자기의 대표선수라 할 수 있는 명작인 청자 참외모양 꽃병이다.

 

경기도 장단군에 있는 고려 인종(1123~46)의 장릉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하고 있는데, 정식으로 발굴된 것이 아니라 1916년에 총독부박물관이 일본인 골동상에게 구입하면서 유물대장에 ‘황통(皇統)6년(1146)’이란 연도가 표기된  인종의 옥돌 시책(諡冊)과 함께 장릉 출토라고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도굴꾼이 파냈다는 장릉의 위치는 당시에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기록대로 개성 서쪽 벽곶동(碧串洞)으로만 추정하였다.

  

 

 

 

 

 

 

높이 22.8㎝, 아가리 지름 8.8㎝, 밑지름 8.8㎝ 크기이다.

참외 모양의 몸체에 꽃을 주둥이로 삼아 표현한 매우 귀족적인 작품으로 긴 목에 치마주름 모양의 높은 굽이 받치고 있는 단정하고 세련된 화병이다. 담록색이 감도는 맑은 비색 유약이 얇고 고르게 발라져 있다.

몸체는 여덟 개의 골이 파인 참외모양으로 야무진 볼륨감을 보여주며 목은 상큼하게 뻗어 올라갔다. 넓게 벌어진 입술은 꽃잎 모양으로 예쁘게 돌려 있으며 굽은 주름치마처럼 여러 갈래로 넓게 퍼져 안정감을 이룬다. 아름다운 형태미와 부드러운 질감에 빛깔은 전형적인 비색(翡色)이고 유색은 아주 맑으면서 은은하여 왕가의 유물다운 품위가 있다.

 

이와 같은 참외모양 꽃병은 원래 송나라에서 나온 것으로 고려에서도 크게 유행하여 강진 사당리 가마에서도 여러 도편이 발견되었고 중국 경덕진가마에서 제작한 비슷한 꽃병이 개성에서 출토된 바도 있다. 그러나 다른 참외모양 꽃병들은 대개 목이 짧고 몸체가 뚱뚱하며 굽도 낮아 양감은 풍부하지만 둔중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에 반해 이꽃병은 아주 늘씬하고 상큼하며 무엇보다 기품이 넘친다. 즉, 국제양식을 받아들여 고려적으로 멋지게 세련시켜 재창조해낸 것이다. 마치 서양의 대중문화를 우리식으로 세련시켜 K-pop을 만들어낸 것과 같은 국제성과 민족성이 동시에 들어 있는 명품이다.

 

 

일괄 유물로 청자접시 5점 한 세트, 청자합, 청자받침대, 뚜껑있는 청자잔이 있는데 모두 이 꽃병과 똑같은 질의 우수한 청자이고, 숟가락과 젓가락, 청동내합과 옥돌외합, 청동인장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하 사진 출처 : Virtual Collection of Masterpieces

 

 

 

전라남도 강진군 사당리 7·8호 가마터를 중심으로 동일한 청자조각이 발견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양식은 다른 고려 고분의 출토품에도 보이며 중국의 자주요와 경덕진 가마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병이 발견된다.

고려 청자 전성기인 12세기 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우아하고 단정한 모습과 비색의 은은한 유색이 돋보이는 참외모양 화병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