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지리산 한신계곡 (3) 즐비한 와폭과 담소 감상하며 오층폭포 가는 길

모산재 2011. 11. 5. 21:39

 

가내소폭포에서 오층폭포까지 거리는 300m쯤.

 

길이 조금씩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너럭바위 계곡에 연이어 펼쳐지는 폭포와 담소들에 눈길 주기 바쁘고 물소리에 귀가 시원해지니 지루함도 힘듬도 모르고 걷게 된다. 

 

희한하게도 가내소폭포를 지나면서부터는 사람들 모습도 보이지 않아 계곡은 호젓하기만 하다.

 

 

가내소폭포를 지나 100여 m쯤 갔을까. 또 하나의 멋진 와폭이 모습을 드러낸다.

 

계곡 가운데 솟아 있는 커다란 바위를 돌아 경사진 너럭바위를 타고 흘러내린 물이 짙푸른 소를 만들었다.

 

 

여름에는 볼 수 없는 단단함이 느껴지는 짙푸른 물빛. 물빛은 계절과 하늘빛을 담는 법이다.

 

 

이름 없는 이 폭포에 이름 하나 지어주고 떠나려 한다. 좀 진부하지만 그래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이름, '선녀폭포'.

 

 

화려하고 역동적인 폭포와 소는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이렇게 고요한 발걸음으로 가내소폭포로 향해 흘러간다.

 

 

 

그리고 금방 확 트인 계곡 너럭바위로 들어서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타난다. 저 다리를 건너 5분쯤 오르면 오층폭포에 이르게 된다.

 

 

 

 

 

다리를 지나면서부터 길은 험해지고 경사도 급해진다. 지금까지 소풍을 즐기듯 여유롭게 걷던 발걸음이 점차로 무거워진다.

 

오른쪽인 동남쪽이 급경사를 이룬 높은 산과 숲에 가려 길은 어둡다. 습기를 머금은 크고 작은 바위들로 가득찬 지형이라 길은 많이 불편하다.

 

오층폭포는 금방 나타난다.

 

 

 

 

 

너럭바위를 따라 굽이를 이루며 층층이 흘러내리는 작은 폭포들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준다. 접근하기 어려워 그 모습을 담지 못했지만 폭포 위쪽 소를 이룬 암반으로 떨어지는 폭포는 특히 아름답다.

 

오층폭포 아래로 흘러가는 물길도 담아 본다.

 

 

 

오층폭포를 본 후 다시 길을 가다 이강협 선생께 부탁 받은 '지리괴불이끼'를 찾아보기로 한다. (참고로 지리괴불이끼는 내가 이곳에서 발견한 양치식물인데 국립수목원 이강협 선생이 국내미기록종이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선생의 부탁으로 '지리괴불이끼'라는 이름을 지은 신종이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지리괴불이끼로 보이는 녀석은 눈에 띄지 않고 좀처녀이끼만 보일 뿐이다. 

 

 

 

 

재작년 봄에 부채괴불이끼와 함께 섞여 자라던 바위 벽에는 부채괴불이끼만 보일 뿐 지리괴불이끼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장소를 옮겨 찾아보다가 좀처녀이끼와는 달라보이는 녀석들을 겨우 발견한다. 처음에는 좀처녀이끼가 수분히 적어 말라서 그런가 했으나 잎 모양이 다른 점이 분명해 보인다.

 

 

이 녀석은 좀처녀이끼의 잎 갈래조각의 끝이 둥근 데 비해, 지리괴불이끼는 좀 날카롭다. 잎 전체에서도 두 개체의 인상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지리괴불이끼를 찾아헤매다 젖은 낙엽을 뚫고 자라난 고동색우산버섯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화창하던 날씨가 오층폭포에서 머물던 무렵부터 구름이 덮기 시작하더니, 세석으로 가는 내내 해는 사라지고 흐린 모습을 보인다.

 

쨍하게 화사하던 계곡은 마치 저녁 무렵인 듯 우울한 모습을 띠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