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지리산 한신계곡 (2) 까치고들빼기, 바위떡풀 꽃 만발한 계곡 따라 가내소폭포로

모산재 2011. 11. 3. 11:10

 

한신계곡의 백미는 첫나들이폭포에서 둘째 번 폭포인 가내소폭포, 그리고 세째 번 폭포인 오층폭포에 이르는 1km 남짓 되는 구간이다. 

 

너럭바위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수없이 많은 크고작은 폭포와 푸른 소를 이루고 있는 풍광은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세석과 천왕봉 주능선을 타겠다는 계획이 없다면 이 계곡 맑은 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너럭바위에 누워 물소리 들으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가을이 되니 이 한신계곡에도 까치고들빼기 노란 꽃이 활짝 피었다.

 

골짜기 주변 바위 틈에는 계곡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물소리 들으며 까치발 같은 잎사귀를 단 까치고들빼기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에서 나도밤나무를 만나 잎과 수피를 담아 보았다.

 

어두운 갈색 수피에 피목이 촘촘이 들어서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길은 계곡을 몇 번이나 건너는 철제다리를 건너게 된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내려다보고 다시 돌아서서 올려다보며 계곡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또한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

 

몇 번째인가. 또 출렁다리를 건너는데, 암반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아름다운 와폭이 되어 푸른 담소로 흘러드는 풍경이 다리 아래로 펼쳐진다. 유명한 폭포는 아니지만 그 어떤 폭포 못지 않게 산객들 카메라 세례를 받는 곳이다.

 

 

이 폭포에 내 맘대로 이름을 붙여 본다. '처녀폭포'.

 

 

 

 

 

돌아서서 물의 상류를 바라보니 마당처럼 넓은 너럭바위를 타고 물이 흘러내린다. 이렇게 넓게 흐르던 물이 암반 깊은 고랑으로 흘러들어 푸른 담소를 이루니 골짜기의 변화가 참으로 무쌍하다.

 

 

 

까치고들빼기

 

 

 

계곡을 크게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출렁다리가 계곡물에 휩쓸려 계곡 한쪽에 걸려 있다. 지난 여름 태풍 무이파가 몰고온 폭우에 떠내려간 모양이다.

 

 

 

임시로 나무 다리를 가설해 놓았는데, 아담하고 편안해 보여서 좋다. 물이 불어나는 계절엔 등산로가 막히긴 하겠지만... 

 

 

 

개울 건너편에 성질이 다른 암석이 박혀 있는 바위가 눈에 띄어 담아 보았다. 마그마가 유체 상태일 때 떨어져 들어간 돌이 붙잡혀 굳어진 바위, 이를 포획암이라 한다지...

 

 

 

 

그리고 바로 위 넓은 암벽에는 바위떡풀이 바야흐로 흰 꽃을 흐더러지게 피워내고 있다.

 

 

 

 

 

그리고 아래쪽 암벽에는 꽃이끼속으로 보이는 수상이끼가 붙어 자라고 있는 게 보인다. 

 

 

 

 

휩쓸려간 다리가 있던 곳을 다시 돌아본 풍경

 

 

 

물소리만 들리는 계곡의 고요...

 

 

 

젖은 낙엽 속에서 자라난 버섯 하나. 

 

그냥 우산버섯일까, 아니면 고동색우산버섯일까...

 

 

 

연하봉과 장터목에서 흘러내리는 샛골짜기, 한신지곡을 만난다. 예전엔 장터목으로 오르는 길이 이 계곡을 따라 있었지만 지금은 봉쇄되어 있다. 이곳을 가로지르는 다리(이 다리도 봄철 산불방지 기간에는 봉쇄된다!)를 건너 비탈길을 잠시 오르면 한신계곡의 최고 폭포인 가내소폭포에 이른다.

 

가내소폭포는 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폭포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말목 울타리를 넘어야 한다.  가려져 있는 잡목 사이로 나서면 너럭바위가 나타나고 시퍼런 담소로 떨어지는 장엄한 흰 물줄기가 눈 앞에 나타난다.

 

 

 

햇빛조차 새어들지 못하는 울창한 숲에 싸여 담소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검푸른 물결을 이루고 있다. 15m 높이의 절벽으로 떨어지는 폭포수는 스며드는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하얀 물보라를 날리며 검푸른 담소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흩어진 물방울들은 안개처럼 주변 숲으로 젖어든다.

 

 

 

가내소에 얽힌 전설.

 

열두 해나 수도를 하던 도인이 폭포 위로 매었던 밧줄을 타고 건너다 마고할미 셋째 딸의 유혹에 그만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고 도 닦은 일이 허사가 되자 "나는 가네."하고 떠나가게 되었는데, 그래서 이 소의 이름이 '가내소'가 되었다는 지명 유래담이다.

 

 

 

심한 가뭄이 들면 마천 사람들이 가내소에 와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기우제를 여인들이 지냈던 듯(수십 년 전만 하여도 가뭄이 심하게 들게 되면 마을 여인들이 방아를 메고 개울로 기우제를 지내러 가는 풍습이 있었다.), 기우제를 주관하는 여성들은 이곳에서 목욕재개하고 알몸에 속치마만 걸치고 방망이를 두드렸다고 한다. 방망이 소리는 통곡을 대신하는 것으로 지리산신인 마고할미의 통곡을 유도하고 그 눈물이 비로 듣게 하랴는 주술이라고 한다.

 

또 돼지를 잡아 피를 바위에 뿌리고 머리는 가내소에 던졌다고 하는데, 이는 산신이 산이 더럽혀진 것을 씻어내기 위해 비를 뿌릴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한편, 한신계곡의 서늘하고 맑은 물은 예로부터 피부병에 좋다고 하여 여인들이 많이 찾았는데, 특히 이곳 가내소폭포를 많이 찾았다고 한다.

 

 

가내소폭포 아래쪽 계곡, 연하봉에서 흘러내리는 지천과 합수하는 곳 풍경

 

 

 

가내소폭포 위쪽의 모습.

 

깊게 패어진 암반을 흐르던 물둘기가 그 끝 절벽이 된 곳에서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가내소폭포를 지나 300여 m를 오르면 오층폭포가 나타난다. 그 짧은 계곡에도 아기자기한 폭포와 시원스런 담소가 수없이 나타나니 걸음이 자꾸 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