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덕유산 구천동 계곡 풍광 / 말발도리, 흰정향나무, 대팻집나무, 함박꽃나무, 왜갓냉이, 백당나무

모산재 2011. 6. 27. 21:55

 

백련사를 벗어나 내려가는 구천동 계곡길은 울창한 숲속이라 터널처럼 컴컴하다. 한낮이 아니라면 밝은 기운을 좀처럼 느끼기 힘들 것 같다.

 

그래도 터널이 살짝 열린 곳도 있어 햇살이 가끔씩 스며들어 관목들 푸른 잎들이 반짝거리기도 한다. 

 

 

그렇게 반짝거리는 것 속에 하얀 꽃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서 보니 작고 하얀 꽃잎 속에 노란 암술이 보인다. 말발도리다.  

 

 

 

 

갑자기 날아든 애기세줄나비 한 마리...

 

 

 

다시 컴컴한 숲길에서 하얀 꽃을 피운 흰정향나무를 만난다.

 

 

 

오수자골에서는 꽃봉오리만 보이던 함박꽃나무가 함박웃음처럼 환한 꽃을 피웠다.

 

 

 

계곡을 따라 구천동 33경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타난다.

 

33경 덕유산과 32경 백련사를 지나왔고..

 

세속과의 연을 끊고 떠난다는 31경 이속대, 층층암반과 기암괴석에 부딪히며 폭포수와 물보라가 장관을 이룬다는 30경 연화폭, 연화폭을 거친 맑은 물이 담겨 못을 이루다는 29경 백련담 등 안내판이 서 있어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아도 그런 절경은 보이지 않는다.

 

1m 남짓 떨어지는 물을 폭포라 하고 살짝 패어진 소를 담이라 하여 33경이라니... 구천동 계곡이 두루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 뚜렷하지도 않은 경관에 33이란 억지 숫자 채우기를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3경 중 반 이상은 웬만한 산골짜기에서도 볼 수 있는 경관이라 생각된다.    

 

그나마 28경인 꼬마 2단폭포인 구천폭포 정도는 그래도 봐 줄만하다. 천상의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단다.

 

 

 

잎사귀 위에 꽃봉오리를 올려 놓고 있는 죽대를 만난다. 꽃이 잎사귀 밑에 숨어 달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수자골에서 꽃을 보여 주지 않았던 왜갓냉이가 활짝 꽃을 피우고 있어 반가운인사를 나눈다.

 

컴컴한 숲속이라 셔터 스피드가 느려져 사진을 찍는 데 애를 먹는다.

 

 

 

까치박달나무가 열매를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을 담아 본다. 

 

 

 

누군가의 소망이 물가에 겸허한 모습으로 올려져 있다.

 

 

 

 

대팻집나무에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늘로 어둡기도 하거니와 너무 높은 곳에 피어 꽃의 모습이 또렷하게 잡히지 않아서 유감이다. 대팻집나무는 암수딴그루인데, 이 녀석은 꽃이 뭉쳐 달리고 꽃밥이 달려 있는 것으로 봐 수크루인 듯하다.

 

 

 

 

백당나무는 커다란 헛꽃(중성화)이 하얗게 피었는데, 가운데 암술 수술이 있는 유성화는 아직 피지 않은 상태다. 절에서는 흔히 헛꽃(중성화)만 달리는 불두화를 심는다.

 

 

 

 

층층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구천동 제 20경 다연대가 나타난다. 구천동을 찾은 옛 선인들이 비파담으로 미끄러지는 옥류에 감탄하고 차를 끓여 마시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었다는 곳이다.

 

↓위쪽 암반은 다연대, 아래쪽 명경지수는 비파담. 둘을 따로 나눠 각각 20경 19경으로 명명하였다.

 

↓ 다연대

 

 

다연대 암반을 타고 흘러내린 물은 제 19경 비파담에서 숨 고르기를 한다.

 

 

 

선녀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하고 넓은 바위에 앉아 비파를 뜯으며 놀아 비파담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비파담 바로 아래는 비파담의 물이  200m쯤 되는 넓고 긴 너럭바위를 타고 흐르는 풍경인데, 구천동 제 18경 청류동이다. 이 너럭바위물이 흘러내려 제 17경 사자담을 이룬다. 

 

 

 

 

 

 

구천동 골짜기는 온통 쪽동백 하얀 꽃으로 환하다.

 

이곳의 쪽동백은 다른 큰키나무들과 경쟁을 한 탓인지 웃자라 키는 훌쩍 크고 잎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그리고 구천동 제 15경 월하탄. 기암을 타고 여러 갈래의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데 달빛에 비치면 장관을 이룬다는 곳이다.

 

  

 

 

구천동 입구 상가에 도착하니 무주로 나가는 버스는 이미 끊겼다.

 

별수없이 이곳에서 1박을 하기로 하고 숙소를 정한 다음, 식당가로 향한다.

 

긴 산행에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여 파전을 시켰더니 부추전이 나온다. 구천동 쌀막걸리 맛이 보통이 아니다. 

 

 

 

뚝배기가 장맛이듯, 막걸리는 역시 물맛에서 결정되는 법. 이 쌀막걸리 맛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덕유산을 또 찾으리라 마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