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마디꽃과 가는마디꽃, 좀부처꽃을 만난 화단에서 뜻밖에 문모초를 만난다.
가락동 네거리 주변 화단을 조성하면서 철쭉 등을 옮겨와 심으면서 이런 잡초들의 종자들이 흙에 묻어 들어온 모양이다. 깨알처럼 작은 꽃이 피기 시작하였지만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라 꽃잎을 연 모습을 보기 어렵다.
4월말 비교적 자주내리는 비로 꽃마리와 냉이, 꽃다지, 선씀바귀를 비롯하여 온갖 잡초들이 웃자라 덤불이 우거져 문모초가 덮힐 지경인데, 어쩌면 금방 김을 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퇴근하는 길로 꽃 사진을 찍으러 나섰다. 흐린날 모두 꽃잎을 다물고 있는데 딱 한 송이가 꽃잎을 열었다.
요 녀석 꽃을 접사하느라 한 시간 보내고 나니 기진맥진할 지경이었다.
화단에 꽃도 보이지 않는 곳에 커다란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모습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구경거리였으리라. 이 기이한 모습에 젊은 경찰까지 와서 한참 들여다보다가 내가 일러주는 문모초라는 이름을 알고 갔을 정도니까...
▼ 문모초 전초
꽃은 4~5월에 피는데 흰색으로 가끔 붉은빛이 돌기도 하며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꽃줄기는 길이 1mm 정도로 아주 짧다. 꽃받침은 길이 3.5~4.5mm로서 4개로 갈라지고 열편은 좁은 바소꼴이다. 꽃부리는 지름 2~3mm로서 깊게 4개로 갈라지고 암술대는 길이 0.3mm 정도이다.
열매는 개불알풀과 비슷한데, 삭과로 납작한 원형이고 끝이 오목하며 길이 2~3mm, 폭 3~4mm이고 흔히 벌레집으로 되며 둥글다.
▼ 문모초 꽃
문모초는 현삼과 개불알풀속의 한두해살이풀로 중부 이남의 논두렁이나 냇가 등 다소 습한 땅에서 자란다. 벌레풀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열매에 벌레가 기생하기 때문이다.
높이 5~20cm이고 털이 없으며 약간 육질이고 곧게 서며 밑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져서 뭉쳐난다. 잎은 잎자루가 없으며 줄기 밑부분에서 마주나고 윗부분에서는 어긋나며 길이 1.5~2cm, 폭 3~5mm로서 좁고 긴 타원형이고 끝이 둔하며, 가장자리에 2~3개의 둔한 톱니가 약간 있거나 밋밋하다.
학명은 Veronica peregrina, 영명은 Purslane Speedwell인데, 'Purslane'은 쇠비름을 뜻하고 'Speedwell'은 꼬리풀이나 개불알풀 등 현삼과 풀을 일컬을 때 쓰는 이름이다. 아마도 다소 다육질인 줄기와 잎의 모양이 쇠비름을 닮은 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전초를 접골선도(接骨仙桃)라 하며 약용한다. 열매 속 기생충이 기어나오기 전에 채취해서 전체를 (쪄서) 햇볕에 말려 열매 속 기생충을 죽이고 건조시켜서 보존한다. 피를 살리고, 폐열을 맑게하며 산통(疝痛)과 생리통을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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