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홍릉수목원의 3월 풀꽃들 / 관동, 노루귀, 미치광이풀, 앉은부채, 처녀치마

모산재 2011. 4. 1. 11:10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웠던 모양입니다.

 

아늑하고 볕바라기 좋은 홍릉수목원은 아직도 봄빛보다는 겨울빛이 더 짙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 넓은 약초원에는 꽃을 피우기는커녕 새싹을 내민 풀꽃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썰렁합니다. 예년 같으면 한창 봄향기를 풍기고 꽃등에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을 때인데...  활짝 피었어야 할 꽃들이 꽃봉오리조차 보이지 않으니 마음조차 춥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꽃을 피운 녀석들이 몇이나마 있으니 걸음이 헛되지만은 않습니다.  

 

 

복수초가 피었나 하고 다가서 보니 낯선 꽃입니다. '관동(Tussilago farfara)'이란 꽃이름이 팻말에 적혀져 있는데 역시 생소한 풀입니다.

 

복수초만큼 빨리 피는 봄꽃이라는데, 중국에서 들어온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호흡기 질병을 다스리는 약초로 많이 재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폐가 건조한 것을 적시어주며 기(氣)를 아래로 내려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노루귀가 피었습니다. 아직 줄기가 얼마 자라지 못한 채 땅에 바짝 붙은 모습으로 핀 청노루귀, 흰노루귀들이 섞여 핀 모습이 '짱' 귀엽지요.

 

 

 

 

역시 가대했던 미치광이풀은 꽃을 피우고 있는 중입니다. 이 녀석들은 그 중 검붉은 꽃들을 제법 주렁주렁 달았습니다.  

 

 

 

봄꽃의 왕답게 복수초는 활짝 피었습니다.

 

잎이 제법 자란 채로 곷을 피운 것으로도 개복수초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개복수초라는 이름은 사라져 버리고 가지복수초란 이름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산 가지복수초와 우리의 개복수초는 다른 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지가 난다는 특징만으로 가지복수초라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입니다.

 

 

 

앉은부채도 자줏빛 무늬가 고운 불염포에 안겨 있는 도깨비방망이 꽃을 피웠습니다. 잎이 저렇게 파릇하게 자랐으니 꽃이 핀 지가 꽤 오래된 거지요. 

 

 

 

백작약은 아주 검붉은 새싹을 이제 한창 내밀고 있는 중입니다.

 

 

 

머위는 이렇게 공모양의 녹색 꽃봉오리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성숙한 꽃을 보려면 한 열흘은 기다려야 할 듯합니다.

 

 

 

역시 기세 좋게 자라기로는 산마늘을 따를 것이 없는 듯합니다. 약초원에서 유일하게 싱싱한 푸름을 자랑합니다.

 

 

 

기대도 하지 못했던 처녀치마가 보랏빛 꽃을 피웠습니다. 다른 꽃들은 뭐할까, 처녀치마 좀 보시지...

그런데 무슨 일로 싱싱한 푸름을 자랑해야 할 치마가 저렇게 시들고 퇴색해 버렸을까요.

 

 

 

노루귀와 섬노루귀가 나란히 피어 있어서 비교를 위해 찍어 봅니다.

 

 

 

앙증스런 꼬마 노루귀에 비해 울릉도산 섬노루귀는 덩치도 크고 좀 '에롭지요'. 상록성 식물로 자라는데 지난 겨울이 혹독했던 탓인지 잎은 보이지 않습니다.

 

 

 

숲속에 울릉도산 섬말나리가 파란 색감을 뽐내며 쑥쑥 자라고 있어 한참을 쳐다 봅니다.

 

 

 

요 녀석처럼 모든 생명들이 싱그럽게 쑥쑥 자라나는 봄이 되기를 기원하며,

이제 나무꽃들을 보러 관목원으로 발길을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