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늦가을 아차산 단풍과 풀꽃 산책

모산재 2010. 12. 21. 19:18

 

11월의 첫 주말, 참으로 오랜만에 아차산을 찾는다.

 

 

가을이 깊어 겨울로 들어서는 계절인지라 꽃들도 잎이 마른 채 희미하게 피었다. 꽃범의꼬리도 쑥부쟁이도... 들어서는 입구의 산들도 덤불이 모두 잎을 떨구어 휑한 모습, 구멍 뚫린 가슴처럼 쓸쓸한 풍경이다.

 

 

 

 

 

 

생태계공원으로 들어선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인어아가씨는 아직도 얼어붙지 않은 분수를 고요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벌거벗은 몸이 그다지 안쓰럽지 않은 날씨라 다행이다.

 

 

 

 

 

한쪽엔 청둥오리 부부(?)가 느긋하게 유영을 즐긴다. 색깔이 화려한 녀석이 수놈이고 갈색은 암놈이다. 가끔씩 물 속에 머리를 넣는 걸 보니 먹을 게 있나 보다.

 

 

 

 

 

버섯 묘목으로 세워 놓은 참나무에 어린 표고버섯 하나 매달려 있다.

 

 

 

 

 

복자기나무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이 있을까. 너머로 바쁘게 하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금사매는 꽃이 피었다가 한파로 그대로 말라버린 꽃을 아직도 달고 있다.

 

 

 

 

 

기대했던 대로 솔체꽃이 피어 있다. 고산지역에서 8월에 피는 녀석이지만 이렇게 따스한 평지에서는 11월에도 핀다. 금방 부전나비 한 마리와 꽃등에 한 마리가 날아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꿀을 빤다.

 

 

 

 

 

 

이곳에는 봄에 피는 흰골무꽃이 늦은 가을에도 종종 핀다.

 

 

 

 

 

골무꽃 꽃밭이었던 곳에 벤치를 설치해 놓아 화나게 만든다. 쉴 곳을 왜 야생화 꽃밭이 있는 길에다 만드는지...

 

처음에는 생태계공원 답게 꽃밭 사이길도 흙기로 두었는데, 지금은 길이 모두두꺼운 콘크리트로 덮여 버렸다. 흙길 주변에 마음대로 자라던 리시마키아도 등심붓꽃도 사라져 버렸다.  

 

 

배초향(방아)이 꽃을 피워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향이 강해 싫다는 사람 많지만 나는 박하잎을 따서 코에 대고 킁킁거리는 걸 좋아하듯 배초향 잎을 따서 냄새 맡기를 좋아한다.

 

 

 

 

 

생태계공원을 벗어나 아차산 등산로로 접어든다.

 

아차산에는 돌외가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성벽의 흔적이 있던 곳에 특히 돌외가 많은데, 보기 쉽지 않은 열매를 달았다. 이름 그대로 '야생(돌)'의 '외(오이)'이니 박과의 식물이다. 아마도 가장 열매가 작은 박과의 식물이지 싶다.

 

 

 

 

 

이곳이 제5보루였던가. 언덕 위에 이렇게 돌탑을 쌓아 놓았다.

 

 

 

 

 

등잔처럼 환하지 않느냐... 이 계절에는 이렇게 곱게 핀 달맞이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황사 기운이 있는 흐릿한 날씨, 해도 기운을 잃은 모습이다.

 

 

 

 

 

등산로 곁에 '아차산 명품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1호 2호를 지정해 놓은 것이 시선을 끈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이지만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아차산에서 용마산을 가는 메마른 등산길 가운데는 군데군데 비비추 쌈지 화단을 조성해 놓았는데. 이것은 참 부자연스럽다. 리기다소나무가 주종이고 육송이 드문드문한 산 능선, 사람의 발길마저도 많은 건조한 땅에 습한 땅을 좋아하는 비비추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식생이다.

 

 

 

용마산 정상을 지나 용곡동으로 내려간다.

 

 

 

 

 

 

 

 

단풍은 끝물이나 다름없지만, 생애의 마지막을 불꽃처럼 타오르는 모습은 아름답다.

 

 

 

 

 

 

 

 

 

등산로를 벗어나자마자 마을 입구에는 평강공주상을 조성한 쌈지공원이 나타난다.

 

 

 

 

 

 

아차산은 평강공주의 남편 바보 온달 장군이 전사한 곳이다. 장례를 지내려고 상여가 나가야 하는데 관이 떨어지지 않아 평강공주의 위로의 말로 관을 옮길 수 있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산이다.

 

생태계공원에도 평강공주와 온달상이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