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한강 선유도 공원, '시간의 정원'과 수생식물원에서 만난 풀꽃들

모산재 2010. 11. 10. 19:35

 

어제 가려다 지하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가지 못했던 선유도공원(仙遊島公園)을 오늘 다시 찾아가기로 합니다.

 

어제의 실패를 바탕으로 고속터미널역에서 급행 여부를 확인한 끝에 선유도역에 탈없이 도착합니다. 선유도역이라는 이름이어서 선유도에 있나 했더니 그게 아니군요. '선유도입구역'이라고 하는 게 좋을 텐데...

 

 

선유도역에서 내려 강변 방향으로 몇 분 걸으면 강변 남로를 건너는 육교가 나타납니다. 육교를 건너면 바로 선유교가 이어지며 선유도로 갈 수 있습니다.

 

 

 

▼ 선유도공원의 위치(다음 지도 이용)

 

 

 

 

 

선유도공원은 양화대교 아래 있던 정수장 시설을 활용한 생태공원으로 2002년에 개장하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야생화 애호가들이 수생식물을 관찰하기 위해 즐겨 찾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선유도는 본래 선유봉이라는 작은 봉우리가 솟아 있었던 곳이었는데 일제강점기에 홍수를 막고, 길을 포장하기 위해 암석을 채취하면서 깎여나가 지금은 옛모습을 찾을 길이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습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그린 선유봉을 볼까요.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봉이 명실상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기품 있는 봉우리가 솟아 있고 그 품에는 초가들이 십여 채 이상 옹기종기 앉아 있습니다. 멋진 정자도 보이고요.

 

 

↓ 겸재 정선의 '선유봉'

 

 

 

 

그러나 지금의 선유도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크게 변했습니다. 그림에도 보이는 것처럼 선유봉은 원래 강가의 봉우리였지만, 일제가 한강에 제방을 쌓으면서 산을 깎아내리며 파괴되었고, 이후 무분별한 한강 개발로 물 가운데 떠 있는 섬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아치형 다리를 건너기 전 올림픽 도로를 건너가는 육교는 터널로 되어 있습니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가의 생울타리 취병(翠屛)처럼, 나무 울타리에 살아 있는 나무나 덩굴을 올려 자연스런 멋을 살리려 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아직은 몇몇 덩굴식물들이 엉성하게 타고 오를 뿐입니다.

 

 

 

 

 

터널형 공간을 벗어나면 바로 무지개 다리가 나타납니다.

 

 

 

 

 

아치형의 무지개다리, 선유교는 길이 469m의 보행 전용 다리인데 프랑스와 공동으로 건설하였다고 합니다. 모두 나무로 설치되어 있어 친환경적으로 느껴집니다. 밤이면 다리 아래에서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네 가지 빛으로 조명을 밝혀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고 하네요.

 

 

 

 

 

1978년에 건설하여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사용되다가  2000년에 폐쇄되었고, 그 뒤  164억 원을 들여 공원으로 꾸민 것입니다. 현재 이곳에는 한강역사관, 수질정화공원, 시간의 정원, 물놀이장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선유도의 동쪽 끝으로는 양화대교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늘을 오르는 듯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선유교 전망대이자 쉼터인 넓은 나무데크가 나타납니다.

 

 

 

 

 

북서쪽으로는 성산대교 너머 옛 난지도 매립지에 조성된 하늘공원이 보이고

 

 

 

 

 

남서쪽으로는 양화대교 너머로 여의도가 훤하게 보입니다.

 

 

 

 

 

 

선유도 공원 안내도입니다.

 

↓ 다음 지도 안내

 

 

 

안내판의 선유도 공원

 

 

 

 

 

화장실을 들렀더니 원통형 공간이 특이하다 싶었는데, 예전에 수조로 쓰던 공간을 활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수영장처럼 사방이 옹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들어서니 벽을 둘러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안쪽에는 여러 종류의 야생화들이 자라는 화단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은 옛 정수장 시설인 침전지를 그대로 화단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이름하여 '시간의 정원'이라 하였는데, 118종의 수목과 풀꽃을 심어 놓았습니다. 깊이가 5m  정도니 아늑하여 바람 탈 일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맨 먼저 눈에 띄는 꽃은 좀개미취인가 싶었는데, 뭔가가 다릅니다. 아마도 숙근아스터 유사종 아닐까 추정됩니다.

 

 

 

 

 

나비나물이 흐드러지게 피었고요.

 

 

 

 

 

층꽃나무는 대규모 균락을 이루어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팔랑나비들을 다 불러 모아 놓은 모습입니다.

 

 

 

 

 

흰층꽃나무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분홍층꽃나무가 따로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개미취인가 싶은 꽃도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개쑥부쟁이도 피었고요.

 

 

 

 

 

작은 폭포처럼 물이 떨어져내리는 습한 땅에 버섯 하나가 자라고 있습니다. 

 

확인해 보니 붉은산벚꽃버섯이란 벚꽃버섯과의 버섯.

 

 

 

 

 

억새꽃이 곤충이 허물 벗는 듯한 모습으로 힘겹게 꽃이삭을 내밀고 있습니다.

 

 

 

 

 

윤판나물 열매일까 했는데, 열매가 길지 않고 둥근 것이 아마도 애기나리 열매로 보입니다.

 

 

 

 

 

 

시간의 정원을 지나면 수조에 물을 채운 수생식물원으로 이어집니다.

 

 

 

 

 

수생식물원에는 물봉선과 쇠뜨기, 수련, 검정말 등 각종 수생식물 1만여 본이 심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검정말은 확인하지 못하고 이삭물수세미만 실컷 관찰합니다.

 

 

봄에 피는 말즘과 혼동하기 쉬운 이삭물수세미는 한창 꽃이 피고 있는 중입니다. 

 

 

 

 

 

 

말즘과 검정말, 이삭물수세미는 얼핏 닮아 보이는 물풀인데 모두 계통이 아주 다른 풀들입니다. 말즘은 가래과요, 감정말은 자라풀과, 이삭물수세미는 개미탑과인데, 꽃의 특징을 잘 살펴보면 그 다름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입니다.

 

 

제철에 다소 늦게 자라풀이 꽃을 피워 주어서 반갑습니다. 어째서 자라풀일까 궁금한데, 잎이 미끈하고 윤기가 나는 모양이 자라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 보이나요...?

 

 

 

 

 

꽃자루가 없이 이삭이 뭉쳐 달렸으니 이걸 송이고랭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암꽃 이삭이 짧고 통통한 것이 꼬마부들로 보입니다.

 

 

 

 

 

부들도 종류가 많지요. 흔히 말하는 부들은 핫도그 같은 암꽃이삭이 꽤 통통하고 길쭉하지요. 애기부들은 아주 날씬한 모습인데 수꽃 이삭과 간격을 유지하고 있지요. 그리고 큰잎부들은 타원형의 이삭입니다.

 

 

나도겨풀입니다. 꽃이삭도 단풍이 드나 봅니다.

 

 

 

 

 

새벽 어둠을 밝히듯 수련이 등불을 켰습니다.

 

 

 

 

 

종종 보면서도 아직 이름을 몰라 궁금하기만 한 녀석, 이 물풀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해서 수생식물원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이곳에는 온실도 있다는데 그걸 몰라서 그냥 와 버린 것이 아쉽네요.

 

 

돌아나오는 길에 오랜만에 꽃범의꼬리 꽃을 담아 봅니다. 분홍꽃과 함께 흰 꽃도 피었네요. 참 아름다운 꽃이지만 흔해서 렌즈를 댈 생각을 잘 하지 않게 되는 꽃이지요.

 

 

 

 

 

 

나오는 길에 무지개다리를 선유도 쪽에서 담아 보았습니다.

 

 

 

 

 

 

계절마다 한번씩 들러보면 꽤 즐거운 시간이 될 만한 괜찮은 공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한강시민공원 지도(http://hangang.seoul.go.kr/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