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여행

중국 산동 (2) 칭다오 소어산(小魚山) 공원과 팔선과해(八仙 过海) 벽화

모산재 2010. 8. 31. 22:30

 

사전 정보 없이 여행을 가는 게으른 버릇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여서 영빈관을 돌아보면서 옛 독일 총독의 관저라는 사실 외에는 아는 것도 없이 그저 눈길을 끄는 대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그러다보니 앞장서서 휭하니 돌아보는 가이드와도 멀어지며 관전 포인트를 놓쳐 버린다.

 

하긴 그래봤자지. 여행이라는 게 정해 놓은 답을 찾고 확인하는 것보다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더 큰 기쁨을 주는 것...

영빈관을 떠난 버스는 좁디좁은 골목길을 돌아 소어산(小魚山) 공원으로 향한다. 영빈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작은 광장이 나타나고 공원 꼭대기의 팔각정이 눈에 들어온다.

 

소어산(小鱼山)공원은 산세를 이용하여 경치를 꾸민, 중국의 고전적 풍격을 지닌 산정(山頂) 공원으로 청도 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고, 구시가지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 한다.

 

 

 

 

 

원래 이름없는 산이었던 이곳에 옛날 총병아문이 자리잡고 있어 '아문산'으로 불려오다가, 청나라 말에 독일군이 점령하여 산 위에 포대를 구축하면서 소어산(小魚山)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어촌이었던 청도, 이 산 위에서 작은 물고기를 말리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라는 것이다.

 

공원 입구에서 싱싱한 복숭아를 파는 행상을 보자 과일을 좋아하는 한 선생이 달려든다. 가이드와 기사 포함 인원 수대로 14개를 집고 20위안을 지불하니 턱도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3위안을 더 주고서야 마지못한 듯 건네준다.

 

 

 

 

 

 

입구를 지나 산책길을 따라 잠시 오르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 소나무에 둘러싸인 작은 정자가 나타난다. 

 

 

 

 

 

소어산 꼭대기에는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이 솟아 있다. '조수를 볼 수 있다'는 뜻의 '람조각(覽潮閣)'은 18m 높이의 3층 8각 누각이다. 이 누각의 편액은 오작인(吳作人)이라는 유명 화가가 썼다고 한다.

 

8각정 3층 발코니에 서면, 남쪽으로 탁 트인 바다를, 서쪽으로는 소청도와 잔교를, 동쪽으로는 해수욕장을, 북쪽으로는 봉화가 피어 올랐다는 신호산 정상의 관망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 100여 년 전에 건설한 유럽풍의 시가지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회천만 기슭에 우뚝 솟은 소어산 공원은 뒤로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고 산자락에는 새로 선 건물들이 즐비하다. 산은 높지 않지만 전망이 탁 트여 잔교(栈桥), 소청도(小靑島), 로신(魯迅)공원, 회천만(汇泉湾), 팔대관(八大关) 관광지구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어산에서 보는 전망을 '홍와녹수벽해람천(紅瓦綠樹碧海藍天)'이라 하는데 청도를 상징하는 '붉은 기와지붕과 푸른 나무, 파란 바다와 쪽빛 하늘'이 어울린 아름다운 경치를 일컫는 말이다.

 

과연 '홍와녹수벽해람천(紅瓦綠樹碧海藍天)'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붉은 기와지붕과 푸른 나무, 파란 바다와 쪽빛 하늘'이 아름답게 어울린 풍경이다. 날씨가 청명해 하늘빛과 바다빛이 투명하다면 감탄이 절로 나올 듯하다.

 

 

 

 

 

 

 

청도 제일의 해수욕장. 부산 해운대에 버금가는 해안이다. 벌써 해수욕객으로 붐비고 있다.

 

 

 

 

 

청도시의 10경 중 하나가 '어산추월(鱼山秋月)'이라고 하는데 이곳 소어산에서 보는 가을 달이 유난히 아름답다고 한다.

 

 

공원의 한쪽에는 벽체에 소어산(小魚山) 상징 마크를 부조로 표현하고 있다. 중앙공예미술학원 학생들이 디자인하고 만든 것이라고 한다.

 

 

 

 

 

흰색 프레스코로 표현한 둥근 마크는 작을 소(小) + 물고기 두 마리(魚) + 산(山)을 조합하여 소어산임을 나타낸 것이다.

 

 

 

 

 

주변에는 검은 판석 위에 그림문자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어진 벽에는 자기판에 '팔선과해(八仙 过海)'를 표현한 벽화가 있어 눈길을 끈다. 

 

팔선은 중국에서 여러 예술 장르에서 다루어져 온 이야기의 주인공이며, 팔선과해는 10대 경극 중 하나로 '패왕별희'와 쌍벽을 이루며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중국 고전 신화전설이다.

 

 

 

 

 

팔선과해는 철괴리(鐵拐李, 또는 이철괴), 한종리(漢鍾离, 또는 鍾離權), 장과로(張果老), 여동빈(呂洞賓), 하선고(何仙姑), 남채화(藍采和), 한상자(韓湘子), 조국구(曹國舅) 등 여덟 신선이 술을 마시고 취한 뒤에 각기 파도를 넘어 바다를 건너갔다는 전설을 묘사한 것이다. 예로부터 산동성은 도교사상이 성행했던 곳이다.

 

원래 8신선의 이야기는 같은 산동성인 펑라이(蓬萊)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펑라이에는 '팔선과해 풍경구'가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청도(특히 노산) 또한 도교의 성지라 할 만하니 잘 어울리는 설치미술이다. 중앙공예미술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그린 것으로 전국미전에서 일등상을 받은 것이라 한다.

 

 

 

 

 

여덟 신선은 각기 다른 시대에 살면서 자연의 비밀을 연구하다가 불로장생하게 되었다고 하는 전설적인 존재이다. 종이권은 한나라 사람이고, 이철괴는 시대 불명이며, 조국구는 송나라, 나머지는 모두 당나라 사람이다. 당나라 시대의 은사(隱士)가 많은 것으로 보아, 이들이 팔선으로 정리된 것은 원나라 무렵으로 생각된다.

 

 

팔선의 구체적 면면을 보면 다음과 같다.

 

주술에 뛰어나 탈신(脫身)에 능했지만 육신을 잃어버려 쇠지팡이에 호리병을 찬 절름발이 거렁뱅이의 몸을 빌어 의탁한 철괴리, 죽은 자의 영혼을 살린다는 신기한 부채를 들고 있는 한종리, 요 임금 때부터 불로장생하여 당 현종이 불러 그 비법을 구하였다는 장과로, 400년 이상을 살면서 세상의 온갖 악을 제거하였다는 여동빈, 유일한 여은사(女隱士)로서 복숭아를 먹고 선녀가 되었다는 하선고, 여장 남자로 술에 취해 학을 타고 하늘로 비상하였다는 남채화, 퉁소를 잘 불어 음악의 수호성자가 된 한유의 조카 한상자, 도는 하늘이요 하늘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한 조국구...

 

 

 

 

 

이렇게 작은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소어산 공원에서 칭다오의 전망을 즐긴 다음, 다시 합승버스를 타고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한다. 고픈 배를 달래려 아까 샀던 신선한 복숭아를 나눠 먹으면서...

 

점심은 중국 현지식. 수 차례 중국 여행을 다녀서인지 중국 음식이 우리 음식보다 더 입에 잘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기름진 음식이지만 국제화된 탓인지 예전과는 다르게 짠 맛도 많이 줄어 들었고 샹차이(향채)의 사용도 덜해 다들 맛있게 먹는다. 맥주까지 곁들이니 먹는 재미가 더욱 좋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한 시가 가까워진 시간, 쯔보(치박=淄博)시 이위안(기원=沂源)을 향해 출발한다.

 

석화가 아름다운 석회 동굴 구천동을 돌아보고 태산(泰山)이 있는 타이안(태안=泰安)의 숙소를 찾아가는 것이 오늘 오후 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