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흰참꽃받이(Bothriospermum secundum for. albiflorum) 이야기

모산재 2010. 6. 15. 23:59

 

2008년, 이 꽃을 처음 만났을 때 거센털개지치라고 생각했다. 비교적 곧게 서는 줄기와 긴 잎 모양이 개지치와 닮았고 잎과 줄기에 억센 털이 나 있으니 '거센털개지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두산백과사전에는 "개지치와 비슷하지만 거센 털이 나는 것이 다르다."라고 해서 거의 확신했다.

 

 

그런데, 거센털개지치는 전혀 엉뚱한 식물이었다. 참꽃마리의 기본종으로 줄기와 잎에 털이 나 있는 것을 거센털꽃마리(Trigonotis radicans)라 하는데 그 딴이름이 거센털개지치(국생종에서는 이마저도 '거세개지치'라고 표기해 놓았다.)라는 것이다. 줄기와 잎에 퍼진 털이 나 있을 뿐 거센털이 없는데, 그리고 기는 줄기가 개지치와 아주 다른데 어째서 거센털개지치란 말인가.

 

표준명인 거센털꽃마리는 인정하더라도 그 이명이 거센털개지치라는 것은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학자들이 기록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민중들이 대상의 특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런 이름을 붙였을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여기저기 이 풀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보다 보니 참꽃받이의 변이종인 흰참꽃받이라는 의견이 대세인 것 같다. 이 분야의 권위자이신 전의식 선생님도 동의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거센털개지치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이번에는 이 풀꽃의 이름이 '참'이란 접두어를 붙인 '꽃받이'라는 것이 납득하기 쉽지 않다. 꽃을 빼면 잎이나 줄기 등네서 꽃받이와 닮은 점이 거의 없다. 게다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실려 있는 표본은 가는 줄기들이 수없이 난 꽃받이와 다를 바 없는 형태인데(사실 믿을 만한 자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곧게 서는 이 풀꽃과는 얼마나 거리가 먼 모습인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기재문은 "기본종인 참꽃받이는 지치과의 한두해살이풀"로 규정한 다음 그 특징을 "꽃바지와 비슷하나 보다 굵고 억세며 퍼진 백색 강모와 더불어 잔털이 밀생하는 것이 다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흰참꽃받이 부분의 기재문이 거의 비어 있다. 다만 학명을 'Bothriospermum secundum for. albiflorum'라고 하여 연한 남색 꽃이 피는 참꽃받이의 변이종으로 흰 꽃이 피는 것을 알 수가 있고, 기재문에는 분포지가 '한반도(평양)'라는 것과 '기본종인 참꽃받이에 비해 꽃이 백색이다.'라는 기록밖에 없다. 자생지가 그리 많지 않아 제대로 연구가 안 된 것임에 틀림없다.

 

    

 

  

    

 

 

 

 

기본종인 참꽃받이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기재하고 있다.

 

높이가 25cm에 달하며 전체에 긴 털이 다소 밀생하고 밑부분이 다소 비스듬히 자란다. 잎은 호생하며 근생엽에만 엽병이 있고 길이 15-35mm, 폭 5mm이며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밑부분이 특히 굵어진 백색 강모가 거의 밀생한다.  

 

은 7-8월에 피고 연한 남색이며 줄기끝의 총상화서에 성기게 달리고 밑부분에 잎같은 큰 포가 있으나 위로 갈수록 작아지며 소화경은 밑부분의 것은 길이 5.5mm정도이지만 윗부분의 것은 길이 2mm정도이고 원줄기와 더불어 백색 강모가 밀생한다. 꽃받침은 5개로 깊게 갈라지며 길이 3mm정도이고 열편은 난상 피침형으로서 강모로 덮여 있으며 화관 끝이 5개로 갈라져서 수평으로 퍼진다. 열매는 소견과로 타원형이며 표면에 거칠거칠하다. 종자 겉에 혹같은 돌기가 있다.

 

제주 한라산, 단양근처의 한강연안, 평안도 및 함경도의 산지에서 자란다.

 

이에 따르면 참꽃받이는 꽃이 7~8월에 핀다는데, 내가 본 꽃은 5월에 이미 활짝 피었다. 꽃 피는 시기가 두어 달이나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기재문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이것이 참꽃받이가 아닌 것일까...?

 

혹시 5월에 꽃이 핀다는 산지치가 아닐까고 생각해 보았지만 산지치는 여러해살이풀이니 그도 아니다.

 

 

 

 

 

 

  

 

 

 

 

제주도 등 남도 땅에서 가끔씩 올라오는 참꽃받이와 비교해보면 이미지가 조금 다르기도 하다. 참꽃받이의 꽃차례는 꽃마리를 연상시킬 만큼 비교적 긴 데 비하여 이 풀꽃의 꽃차례는 짧아서 꽃이 몇 개 달리지 않는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이 풀꽃을 거센털개지치라고 불렀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이름의 국명은 존재하지도 않고 거센털참꽃마리의 이명으로만 존재할 뿐이고...

 

게다가 흰참꽃받이라고 하는 이 풀꽃의 자생지가  몇 곳밖에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귀한데 도감의 설명과 자료들은 부실하기 짝이 없고...

 

일단은 흰참꽃받이로 인정할 수밖에!

 

어쨌든 도감에 그 이미지와 표본 등이 제대로 실려 있지 않은 갯지치, 돌지치, 왜지치, 산지치, 뚝지치 등에 대한 자료들이 제대로 확보되고 기재문이 보다 또렷이 기록된다면 이런 혼란이 말끔히 해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