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태국 치앙마이 (2) 누렁이 따라 카렌족 고산마을 가는 길

모산재 2010. 4. 25. 18:30

 

1월 19일 화 화요일 

 

 

오늘은 고산족인 카렌족 마을로 트레킹을 떠나는 날이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고산족 마을에서 민박을 하는 프로그램이라 괜시리 설렌다. 나처럼 대책 없는 여행을 하는 사람이야 그냥 되는 대로 가자는 주의지만, 다른 분들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하니 다들 플래시와 모기약도 준비하고 먹을 것과 입을 것들을 부지런히도 챙긴다.

 

7시에 일어나자마자 호텔 레스토랑으로 가 아침식사를 하고 트레킹 떠날 준비를 한다. 잠시 호텔 창 밖으로 치앙마이의 풍경을 내다본다. 아마도 치앙마이에서 최고급의 호텔이지 싶은 우리의 숙소 아모라호텔은 전망이 참 좋은 곳이다.

 

 

치앙마이 옛 성곽 내부의 시내는 사원과 낮은 건물들이 푸른 숲과 어울려 평화롭다. 하지만 작은 도시임에도 해자를 따라 양쪽 언덕으로 생긴 도로에 교통량이 많아 자동차와 툭툭이 소리로 시끄럽고 이들이 뿜어내는 매연 또한 심각하다. 소음과 매연 공해만 아니라면 치앙마이는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매력적인 관광도시이지 싶다. 

 

 

바로 앞에 해자가 보이고, 멀리 오른쪽 윗편으로 불탑 쩨디 루앙과 대불전이 보인다.

 

 

 

▼ 쩨디루앙과 대불전을 클로즈업해 보았다.

 

 

 

호텔 남쪽 창 아래로는 초등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작은 운동장엔 아침 조회라도 하는 것인지 꼬마 학생들이 줄을 지어 앉아 있다. 아이들을 정돈시키던 선생님(?)이 잠시 앉아서 기다리자 교장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성이 마이크를 들고 나와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호텔 창문으로 이방인이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코리아하우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픽업 차량을 타고 출발한다. 트레킹 협회(Trekking Association)라고 씌어진 곳(나중에 확인해 보니 우리의 트레킹을 챙겨준 가이드들의 얼굴은 '월드 스토리' 소속이다.)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다시 우리와 함께 출발하는 외국인팀과 합류하고 9시 반쯤 되어서야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게 되었다.

 

외국인 9명이 한 팀을 이루고 우리 넷이 따로 한 팀, 모두 13명이 함게 한다. 우리 팀의 가이드는 카렌족 청년인 판다, 작고 아담한 키에  선량해 보이는 까만 눈과 해맑은 얼굴을 가졌다. 이름 그대로 판다곰 같은 얼굴이다.

 

국립공원으로 들어서는 간단한 절차를 거치는데 태국인이 아닌 백인 봉사자가 나와서 안내한다. 유의사항을 말하고 비상시 연학처를 몇 번 되풀이하며 알려준 다음, "아마도 모기가 여러분들을 반갑게 맞이할 것"이라고 조크를 날린다.

 

 

국립공원으로 달리는 중간에 산파통 재래시장에 잠시 들렀다. 트레킹을 나선 사람들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과일이나 음료수 등 필요한 물품을 사는 곳이다.

 

▼ 산파통 재래시장

 

 

 

도이 인타논('도이'는 산을 뜻한다)은 버마와 타일랜드를 나누는 산맥의 일부로 치앙마이 남서쪽에 있는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2,565m)이다. 메콩강과 샬윈강의 유류를 분리하며 타이의 지붕으로 불리는 이 산맥은 타이의 국립공원 지역으로 우리가 가는 곳은 그 산맥에 있는 한 산줄기에 있는 카렌족 마을이다. 

 

 

치앙마이를 출발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날 무렵, 차는 서울 근교 같은 분위기의 작은 강을 따라 좁은 골짜기로 들어선다. 그리고 마을(아마도 Shan 마을인 듯)을 지나 얼마 가지 않아서 차는 멈춰 선다. 그곳은 바로 매왕(Mae Wang) 코끼리 캠프. 이곳에서 한 시간 가량 코끼리를 타게 된다.

 

정글 라이딩이라고 하였지만 울창한 밀림이라기보다는 하늘이 다 보이는 다소 엉성한 숲으로 난 산길을 타고 가는 것이다. 재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코끼리 타기는 아주 괴로운 시간이 되었다. 코끼리 목 가까운 곳에 얹어 놓은 불편한 좁은 자리에 둘씩 짝을 지어 앉은 것도 힘든데, 산길을 오르내리는 코끼리 걸음의 꿈틀거림으로 자세마저 불안정해지니 몹시 거북하고 힘겹다.

 

게다가 코를 올려 들이대며 쉴새 없이 바나나를 보채는 코끼리 시중까지 들어야 하니 아주 '짱난다'. 녀석들은 뻔뻔스럽게도 세 발자국 정도 걷고선 바나나 내 놓으라고 콧김을 뿜어대며 사정없이 집적댄다. 불편한 자리에서 다발로 달린 풋 바나나 열매를 하나씩 따서 코에 넣어 주는 일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하필이면 새끼 코끼리까지 따르며, 양쪽에서 씩씩매며 코를 들이대니 아주 죽을 노릇이다.

  

 

 

20바트 짜리 바나나를 두 번씩이나 사서 제공했건만 반환점도 넘기지 못할 정도. 결국 먹이 주기를 중단하고 기싸움을 벌이는 난리를 겪으면서 겨우 이 몸서리치는 코끼리 타기를 마칠 수 있었다. 코끼리를 탄 것이 아니라 코끼리 시중 들다가 진을 다 빼었다. 비싼 돈 주고 이런 고생을 사서 하다니, 다시는 코끼리 안 탄다! 

 

그렇게 고생고생 코끼리 타기를 마치고 그 자리에서 가이드가 준비해온 점심 식사를 한다. 볶음밥인데 제법 괜찮아 맛있게 먹는다.

 

점심을 먹다가 보니, 가옥의 지붕이 참 특이하고 재미 있다. 떡갈나무 잎 비슷한 것으로 지붕을 이었다. 나중 트레킹 하는 동안 만나는 고산족 마을의 집들도 모두 같은 나뭇잎으로 보이는 것으로 지붕을 얹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사람들이 쉬고 있는 동안 나는 바로 앞으로 흐르는 매왕(Mae Wang) 개울가로 잠시 산보한다. 라오스에서 보지 못했던 독특한 꽃들도 만나고 루앙프라방에서 보았던 콩과식물 나비완두(Clitoria ternatea)도 만난다. 

 

얼마 지나자 카렌족 마을로 하이킹을 출발하는지 가이드 판다가 소리쳐 부른다. 아까 지나왔던 샨 마을로 되짚어 가서 매왕 강을 건넌다. 길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꽃을 찍는 모습을 보고 판다가 내 취향을 파악했는지 마을의 커다란 나무에 달려 있는 과일을 가리키며 '잭 프룻'이라고 알려 준다. 이미 나도 알고 있는 것이지만 고맙지 않은가.

 

 

 

강을 건너니 마을은 금방 끝나고 언덕을 올라서면서 산기슭과 비탈진 밭이 맞닿은 길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어디서 나타났는지 누렁이 두 마리가 따라 붙는다. 털이 한 마리는 검은갈색, 한 마리는 갈색인데 이중 검은 갈색인 누렁이는 카렌족 마을 1박 2일의 트레킹 내내 우리와 함께 한다.

 

 

짙은 자줏빛 꽃이 칡꽃 비슷한  콩과식물을 만나 꽃을 만지며 살펴보노라니 판다는 독풀이라며 두드러기가 심하게 난다고 말한다. 앗 뜨거 싶어 물러섰는데 그게 농담이라는 걸 왜 몰랐는지.. 꽃이 시들고 있는 모습이어서 그냥 지나치기로 했는데 나중 다시는 못 만나 아쉽다. 

 

이어서 판다는 밭에 나 있는 벼 포기처럼 푸른 풀을 가리키며 톰얌이라고 한다. 새우에 향신료와 소스를 넣고 끓인 타이의 대표적인 음식인 톰양쿵(Tom Yam Kung)에 빠져서는 안 되는 생강 비슷한 향신료인 풀이다. 

 

 

▼ 돌아본 샨(Shan) 마을. 땅이 드러나 보이는 성긴 숲이나 평화로운 마을과 들이 우리 나라의 산천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 카렌 마을, 하이킹, 폭포 등을 가리키는 이정표

 

 

 

얼마 가지 않아서 들길은 끝나고 산길로 접어든다. 대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계곡과 능선 곁길이 되풀이되는데, 대나무 숲길이어선지 시원하고 상쾌하다. 

 

어느 여행 가이드에 건기인 1~2월에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다고 하여 기대를 꽤 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닌 듯하다. 산언덕의 토양은 비를 구경한 지가 몇 달이나 되었는지 돌덩이처럼 메말라 있고 풀이 거의 자리지 않은 숲에는 꽃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 산길을 걷는 모습을 담은 유일한 사진이 고만 '삑사리'가 나 버렸다. 가이드 판다, 누렁이, 그리고 동행 세 사람.

 

 

 

비탈진 산길을 앞장 서서 신나게 우리를 이끌고 가던 누렁이가 더운지 갑자기 텀벙 물 속으로 뛰어 든다. 그리고 유유히 헤엄치며 체온을 식히며 나오고 있다. 물가에는 토란인지 토란을 닮은 알로카시아인지가 자라고 있다.

 

 

 

숲길만 계속되다 갑자기 들판이 햇살 속에 훤하게 드러난다. 이제 카렌족 마을에 다 온 것인가 싶고 시간도 꽤 지난 듯하여 판다에게 얼마나 더 가야 하느냐고 물으니 싱긋 웃으며 "10 hours"라고 답한다. 아까 독풀이라고 했던 것이 농담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아차린다.

  

 

앞장서 논둑길을 걷는 누렁이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들판 가장자리 여기저기에서 흰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들을 발견한 흰소들이 고개를 들어 커다란 눈망울을 꿈뻑거리며 멀뚱하니 쳐다본다. 한 마리가 쳐다보고 있으니 다른 두 마리도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쟤들 뭐 하는 사람들이야, 그 표정이 재미있다.

 

 

 

 

위쪽에 어미소들과 함께 있던 송아지도 우리를 발견하고 쳐다보다 카메라 렌즈가 자신을 향하자 슬그머니 어미소들 사이로 숨어 버린다.

 

 

 

 

들판을 지나 다시 골짜기 숲길로 들어선다. 

 

판다에게 묻는다. 오늘 저녁은 뭘로 주느냐. 판다가 대답한다. 거미죽(spider soup). 아니 뭐 이런 녀석이...! 유머가 넘친다. 한바탕 웃고나자 카렌족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 준다. 카렌족이 하나의 종족이 아니라 화이트 카렌, 레드 카렌, 링 카렌 등 여러 종족으로 나뉘며 문화도 많이 다르단다. 

 

그리고 카렌족의 인삿말을 알려준다. '안녕'은 '어마추버', '감사'는 땁러' 프랑스어처럼 뒤를 살짝 치켜드는 발음이 특이하다.

 

 

그러구러 이야기를 나누며 계곡길을 걸어 가노라니 갑자기 폭포가 나타난다. 트레킹을 시작한지 두 시간 정도 지날 무렵이다. 모두들 배낭을 내려 놓고 발을 담그며 휴식을 취한다. 얼마간 거리를 두고 따라오던 외국인 팀들이 속속 당도한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곳은 지붕 모양의 암반이어서 폭포수 뒤쪽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흘러내리는 물에 물 마사지를 즐길 수도 있다. 우리 팀 사람들은 그저 폭포를 바라보거나 발을 담글 뿐인데, 서양인들은 거의 대부분 수영복 차림으로 물 속으로 뛰어든다. 왕위앙에서 그랬던 것처럼 동양인들은 노출을 꺼리는 편이다. 

 

    

  

  

  

▼ 폭포는 처마처럼 돼 있어 아래에 넓은 공간이 있다.

 

 

 

▼ 폭포 앞 나뭇잎으로 지붕을 인 카렌족 가옥에는 수제품들을 걸어 놓고 팔고 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외나무다리를 건너 폭포 곁을 오르는 오솔길을 따라 하이킹은 이어진다. 우리가 하룻밤을 보내게 될 화이트 카렌 고산족 마을(White Karen hill-tribe village)까지는 아직도 50여 분을 더 가야 한단다. 

 

그늘엔 이름을 알 수 없는 이런 꽃들이 흔히 보이는데 나중 카렌족 마을에서도 볼 수 있엇다.

 

 

 

▼ 앞의 꽃과 비슷해 보이는데 루즈를 칠한 입술처럼 꽃잎이 더 매력적이다.

 

 

 

숲속엔 가끔씩 작은 들판이 있고, 이렇게 나무로 엮은 다리가 놓여 있다. 앞서가던 누렁이는 괜시리 건너갔다 오면서 포즈를 취한다.이 다리 멋지지, 너네 나라엔 이런 다리 없지...? 시선을 끌어 보고 싶은가 보다.

 

 

 

 

 

 

▼ 이건 또 무슨 꽃일까.

 

 

 

마을에 거의 다 이르를 무렵 능선 길에는 이런 흙무더기가 자주 보이는데, 묻지도 않았건만 판다는 개미집이라고 알려 준다. 친절한 판다...

 

 

 

그리고, 드디어 산의 능선을 따라 집들이 늘어선 카렌족 마을이 나타난다.

 

<계속>

  

 

※  참고 자료 : 치앙마이의 카렌 고산족

 

 

The Karen Hill-tribe in Chiang Mai


The Karen began to move into Thailand around the 17th century and occur in large numbers in the western part of Northern Thailand, in particular on the ranges west and south of Doi Inthanon. The main groups in Thailand are White Karen composed of the Skaw and the Pwo sub groups.

 

The Karen live in villages of around 25 houses raised on stilts. The villages tend to cluster. Each household consists of the parents and their unmarried children. Married daughters and their families may also live in the same house. The highest authority is the village priest who runs the village along with the elders.

The Karen have rituals to live harmoniously with the "Lord of the Land and Water", as well as with nature spirits in the rocks, trees, water and mountains that surround them. They also have guardian spirits and believe in the soul.

Their desire for harmony with nature may partly account for why the Karen have evolved the most ecologically sound system of swidden agriculture. They use a system of rotation over a large area of land and do not cut all the large trees down when they clear a plot.

They are also the only group to have built terraces to grow wet-rice.

 

Karen cloth is hand-woven on back-strap looms and is predominantly red with white, blue or brown vertical stripes. Stitching is clear and decorative. The men may wear simple forms of this material in a sleeveless tunic (or northern Thai clothing), while the women wear more elaborate styles on their sarongs.

The women's blouses are made of dark homespun cotton with horizontal embroidered patterns decorated with seeds woven onto the lower half. Unmarried girls of the Skaw group wear plain white shifts.

Those of the Pwo are more decorated. The Karen are famous for their use of beads for ornamentation.

 

출처 : http://www.chiangmai1.com/chiang_mai/karen.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