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태국 치앙마이 (1) 왓 쩨디루앙과 고승 다비식, 왓 프라싱과 생불

모산재 2010. 4. 23. 14:13

 

1월 18일 월요일 오후. 치앙마이

 

 

 

 

루앙프라방을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날 무렵 비행기는 고도를 낮추었다. 높은 산줄기만 첩첩으로 이어지던 지형일 줄 알았더니 끝없이 넓은 평야가 눈 아래 펼쳐진다. 푸른 숲에 담긴 민가 풍경이 정겹고 평화롭게 다가서는데 마을과 들판이 비슷한 넓이를 차지하고 있으니 치앙마이 근교에 들어선 것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논인 듯 들판들은 물빛이 비치고 마을을 거느린 강줄기는 굽이쳐 흐르고 있다. 치앙마이는 란나왕국의 수도로 200여 년의 번영을 누렸던 곳, 그 번영의 바탕을 저 넓은 평야가 마련해 주었을 것이다. 라오스의 옛 왕국 '란쌍'이 '백만 코끼리'의 왕국이었듯이 '란나' 왕국은 '백만 논(畓, rice field)'의 왕국이었다. 란나 왕국의 그 '백만 논'이 지금 내가 내려다보고 있는 저 풍경일 것이다.

 

 

 

 

 

치앙마이는 고도 335m의 산간 분지에 자리잡고 있는데, 벼를 2모작하고 과수가 재배하는 등 태국에서도 가장 농업이 발달한 지대라고 한다. 거기에다 수공업까지 발달하였으니 찬란한 란나왕국의 왕도는 지금  태국 북부지역의 중심도시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차오프라야강의 가장 큰 지류인 핑강이 치앙마이 동쪽으로 흘러서 멀리 방콕을 향해  달린다.

 

방콕, 니콘라치시마에 이어 태국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지만, 치앙마이는 인구 20만도 못 되는 작은 도시이다(1999년 기준 17만 여 명).

 

 

 

 

 

공항은 치앙마이 남서 방향에 있다.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먼저 코리아하우스로 찾아가기로 한다. 내일 출발하는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카렌족 고산마을 트레킹을 확인해 두기 위해서다.

 

북동쪽으로 한참을 가던 택시는 치앙마이 옛 성곽을 두른 해자를 따라 달린다.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성곽은 거의 무너졌고 이를 둘러싼 해자만 남아 있다. 가끔씩 사원들도 스치듯 지나친다. 성곽의 서쪽과 북쪽을 돌아서 다시 동쪽으로 구부러져 한참 달려서야 택시는 섰다.

 

코리아하우스는 성곽의 중심길인 타논 타페가 남쪽으로 보이는 곳에 있다. 코리아하우스에서 트레킹 일정을 확인하고 숙소로 간다. 마침 우리 숙소인 아모라 호텔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 다행이다.

 

 

▼ 치앙마이 지도

 

 

 

 

 

숙소에 짐을 부려 놓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지도를 살펴보며 우리는 왓 쩨디 루앙과 왓 프라씽을 둘러 보기로 한다.

 

숙소 앞에는 치앙마이 옛 성곽의 해자가 넓은 수로를 이루고 있다. 성곽의 규모는 가로 2㎞, 세로 1.6㎞라고 하니 해자의 둘레는 7km가 넘는다. 1296년 란나왕국의 멩라이(Mengrai) 왕은 이곳에 새로운 성곽도시를 건설하고 수도를 이곳으로 옮겼다. 치앙마이는 '새로운(Mai) 성(Chiang)'이란 뜻을 가진 말이다.

 

숙소에서 5분 정도 남족으로 걸으면 치앙마이 성곽으로 들어서는 동문 큰길이 나온다. 동문 앞은 해자를 매립하여 광장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을 '타페광장'이라고 부른다.

 

▼ 타페광장에서 붉은 꽃을 피운 나무, 라오스에서 보지 못한 나무이다.

 

 

 

 

 

동문 앞에는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모여서 확자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아마도 영화를 촬영 중인 듯한데 한쪽엔 높은 크레인을 타고 촬영하는 카메라들이 보인다.

 

 

 

 

 

큰길을 따라 곧장 들어가면 길이 끝나는 곳에 왓 프라싱이 있고, 가는 길 중간에 왼쪽으로 왓 쩨디루앙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장 먼저 만난 사원은 왓 판안(Wat Phan An). 라오스 사원과는 달리 높은 지붕에 처마가 짧고 벽이 높은 사원은 단발머리소녀처럼 발랄해보인다. 그리 오래된 사원이 아닌 듯하여 부처님 모습만 잠시 살펴보고 지나친다.

 

 

 

 

 

본존불상 앞 양쪽에는 태국 왕과 왕비 초상이 있어 눈길을 끈다. 뒷면 벽 양쪽과 위에 압사라로 보이는 상이 새겨져 있을 뿐 본존불외에는 이렇다할 불상이 없이 단촐하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왼쪽으로 난 길 맞은편 모퉁이에 나란히 자리잡은 사원이 보인다. 바로 앞에 있는 어두운 색의 목조건물은 왓 판따오, 그리고 그 안쪽에 화려한 금빛 사원이 바로 왓 쩨디루앙(Wat Chedi Luang)이다. 그런데 사원 앞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퍼져 앉아 있다. 무슨 시위라도 있는 걸까, 의아해하다 잠시 왓 판따오를 살펴보기로 한다.

 

판따오 사원 정문 입구 양쪽에는 두 마리의 사자가 문을 지키고 있다. 고동색의 목조건물이 고풍스러운데, 위 아래 2층으로 나뉘어 있는 3겹 지붕이 독특하다.

 

 

▼ 왓 판따오(Wat Phan Tao)

 

 

 

 

 

본존불 무릎 앞에는 작은 불상이 다섯, 그리고 대좌 아래에 또 불상 둘이 놓여 있다.

 

 

 

 

 

사원의 담 위에 안치한 석고 불상이 아름답다

 

 

 

 

 

시위하는 사람들인가 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학생들 아닌가.

 

 

 

 

군데군데 시민들이 지키고 서 있고 카메라를 든 사람드로 분주히 오가는데, 사원 안쪽은 사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오늘은 2년 전에 돌아가신 어느 고승의 다비식이 있는데 태국 공주가 방문하기로 되어 있어 환영나온 학생들이란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불으니 2년 전에 입적한 고승은 비앙이라는 분이라는데, 치앙마이만이 아니라 태국에서 널리 존경 받는 스님인 모양이다. 그런데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스님의 이름은 찬 쿠살로(Chan Kusalo, 1917~ 2008)로 되어 있다. 게다가 이날 나눠준 책자의 사진과 다른 모습의 사진이 이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태국 북부의 불교 archbishop)

 

다비식이 오늘 저녁 있을 예정이라는데 몰려든 인파로 발을 디딜 곳이 없다. 사원을 돌아보기 위해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섰지만 정상적으로 관람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쩨디루앙만이라도 볼까 했지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 쩨디루앙 사원의 본당

 

 

 

 

 

결국 사원을 돌아보는 것은 포기하기로 하고 다시 사원 앞쪽으로 나오니 왼쪽의 넓은 뜰에는 차양 천막들이 가득 들어서 거대한 식당가를 이루었다.

 

스님의 다비식을 앞둔 풍경은 축제와 같다. 치앙마이의 사람들이 다 몰려든 듯 한판 잔치를 벌이는 게 아닌가 싶다. 저마다 온갖 진귀한 음식들을 차려 놓고 사람들에게 대접하는데, 우리도 덩달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음식들을 즐긴다. 이방인들에게도 친절하게 손짓하며 음식을 권한다.

 

 

 

 

 

사원 옆문 입구에는 'EAT FREE! FREE FOOD, EVERYTHING, EVERY STORE'라고 쓴 플래카드까지 걸어 놓았다. 이곳의 모든 음식은 그 누구나 마음껏 즐기라는 뜻이렷다.

 

 

 

 

 

여러 음식들을 맛보고 난 우리는 쩨디루앙 사원을 다음으로 미루고 왓 프라싱으로 향한다. 각종 여행 안내서엔 치앙마이에서 단 하나의 사원을 보려면 왓 프라싱을 찾으라고 하는 곳이다.

 

그렇게 큰길을 따라서 얼마쯤 가다보니 왼쪽으로 난 좁은 골목에 인파가 밀리고 있는 게 아닌가. 뜻밖에 아까 접근에 실패했던 거대한 쩨디루앙이 솟아 있고, 그 앞에는 불탑을 얹고 새 형상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다비식 설치물이 보인다. 저곳에서 스님의 다비식이 이루어질 모양이다.

 

 

 

 

 

상아가 길게 나 있는 코끼리 머리 모양에 백조나 거위 형상을 가진 새를 '함사(hamsa')라고 한다. 함사는 새들의 왕으로 찬양되는데, 우파니샤드의 한 글에서는 브라만의 신성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존재로 말해지고 있다. 힌두 신화에서 사라스와티는 백조의 부리를 갖고 태어났다고 하는데 함사는 브라흐마 신의 아내로 지혜와 예술의 여신이자 강의 여신인 사라스와티(Saraswati)의 비유물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함사는 걷고 날고 헤엄치는 것으로 창조물의 한계를 초월하므로 순결, 초연, 신적 지식, 우주적 호흡과 초싱의 영적 성취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승의 다비식을 위한 장작더미를 이렇게 화려한 함사의 형상으로 꾸민 것은 힌두교 신화에 얽힌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비식을 위한 장작더미는 함사의 아래쪽에 쌓아두고 스님의 관은 함사의 위쪽에 얹혀 있는 버마식 몬돕(불상을 모시는 개방적 구조물)같은 형상의 기단부에 놓아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진귀한 다비식을 지켜보았으면 좋으련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어 왓 프라싱으로 향한다.

 

 

쩨디루앙은 1411년에 건설되었으며 건축 당시에 높이가 90m에 달했던 것이 16세기에 일어난 큰 지진으로 파괴되어 현재는 60m밖에 남지 않았다. 방콕의 왓 프라깨오에 있는 에메랄드 불상도 원래는 쩨디루앙의 동쪽 감실에 모셔져 있던 것을 옮겨 간 것이라고 한다. 이 사원에서 매년 5월 19일~25일에 인타킨(Inthakin)이라는 기우제를 연다고 한다.

 

 

큰길이 끝나는 곳, T자 도로의 교차점에 왓 프라씽(Wat Phra Sing)은 자리잡고 있다. 왓 프라싱은 '사자 불상의 사원'이라는 뜻을 지닌 사원이어선지 정문에는 두 마리 하얀 사자상이 지키고 서 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금빛 찬란한 본당은 이 절이 왕실사원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목제 도서관(불경보관소) 건물이 보인다. 왓 프라싱은 치앙마이에서 가장 규모도 크고 격조 높은 사원이라고 한다.

 

 

 

 

 

왓 프라싱은 1345년 멩라이 왕조의 파유(Pha Yu)왕이 부왕인 캄푸왕의 유골을 모시기 위해 건립하였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왓 리치앙프라였지만 1367년 사자불상(프라싱)을 가져오면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본당인 대불전(위한 루앙) 입구는 섬세하고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땅과 물, 바람과 불의 상호작용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문양은 태국의 유명한 예술가인 타완 다차니(Thawan Datchani)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대불전(위한 루앙)의 금빛 찬란한 대불은 왕실 사원답게 규모도 크고 위엄이 있다. 상체에 비해 불상의 머리가 크고 머리광배는 법륜처럼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대불전의 오른쪽 공간에는 등신불들이 여럿 안치되어 있다. 치앙마이의 사원에는 이렇게 등신불들이 많은데 입적한 스님의 법신을 저렇게 모신 것이 아닐까 싶게 여실한 모습이다.

 

게다가 맨 앞에 맨 몸에 가사를 걸치고 등신불과 함께 정좌하고 있는 스님은 눈빛조차도 미동 없어 진짜 스님인지 등신불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수십 분을 지켜 서서 관찰해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앞으로 다가가 빤히 쳐다보고 (진짜 스님이라면 얼마나 큰 실례이겠는가!) 살펴보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만져볼 수야 없지 않는가.

 

이 분을 지켜본 어떤 사람은 '하이퍼리얼리즘으로 표현된 놀라운 밀랍 등신불'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등신불이 아니라 진짜 스님이다.

 

 

 

 

 

해가 기울어져 가는 시간 대불전을 나온 내 발길은 불경보관소(또는 장경각) 건물에 붙들린다. 불교 국가이니 책이란 책은 불경일 것이니 도서관이나 진배없다. 불상이라기보다는 압사라에 가까운 섬세한 신상(태국 불교에서는 이 천상의 신을 '테와다'라고 부른다)에 이끌려 한동안 감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 건물은 1427년에 조성된 란나 예술 양식의 아담한 2층 누각이다. 아래층은 스투코(stucco) 양식의 화려한 부조상으로 장식되어 있고 위층의 목제 건물로 나무기와로 된 2층 겹지붕을 얹었다. 그리고 지붕 용마루를 자세히 살펴보면 오리들이 일렬로 서 있는 재미 있는 장식을 볼 수 있다.

 

 

 

 

 

▼ 아래층 벽면의 테와다 부조상들

 

 

 

 

 

 

 

 

 

 

 

 

 

 

불경보관소를 지나 사원의 맨 안쪽으로 들어서니 종모양의 높은 탑이 나타난다. 높이 7.3m의 이 원형 불탑(쩨디)은 프라싱 사원이 존재하게 된 근원이 된 건축물이다. 1345년, 란나왕국의 파유(Pha Yu)왕은 아버지인 6대왕 캄푸(Kham Fu)왕의 유골을 이 탑 속에 봉안하였다.

 

 

 

 

 

그런데 뜰 안쪽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도르래를 돌리고 있다. 보니, 탑 꼭대기로 이어진 쇠줄에 매달린 물두레박을 올려서 탑 위에 물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의식을 통해 안녕과 행복을 비는 모양이다.

 

 

쩨디의 기단부 사면에는 코끼리 조각상이 있다. 코끼리는 장수, 신뢰, 영광, 용기, 관용 등을 상징하는 동물로 라오스나 태국의 사원에서 코끼리상은 양식화한 모습인 듯하다. 라오스 왓 시앙통의 본당(씸) 뒷 벽면에도 코끼리상이 있었고 쩨디 루앙에는 훨씬 거대한 코끼리상이 있다.

 

 

 

 

 

 

불탑 옆 뜰에는 에메랄드 불상과 쌍벽을 이루며 태국이 자랑하는 프라싱(사자불) 불상이 봉안되어 있는 작은 불당이 있다. 어떤 이는 '위한 라이 캄'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위하라 라이 캄'이라 하는데, '위하라'는 '작은 불당'을 뜻하고 '위한'은 '본당'을 뜻하는 것이어서 대불전이 새로 세워지기 전의 사원을 생각하면 두 표현이 다 맞는 듯하다. 위한 라이 캄의 '라이 캄(Lai Kham)'은 '금장 양식(Gold-pattern)을 뜻하는데 왓 씨앙통이 그러했던 것처럼 작은불당은 금장식이 화려하다. 타이 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건물이라고 한다.

 

위한 라이 캄 내부에는 세 위의 불상이 안치되어 있다. 1500년 이상 된 이 프라싱 상은 타이 북부에서 가장 신성한 불상으로 여겨진다. 실론에서 가져온 사자불은 157년에 제작되었다고 하며 수코타이를 거쳐 이곳에 안치되어 있다. 치앙라이에서 옮겨온 불상으로 송크란 축제 때 불상 행렬의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라이 캄(Lai Kam) 내부에는 당시 생활과 풍속이 그려져 있다. 장경각에 정신 팔다 나중 시간에 쫓겨 바쁘게 돌아나오다 보니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 아쉽다.

 

 

 

▼ 왼쪽 건물이 라이 캄, 오른쪽 건물은 포살당이다.

 

 

 

 

 

스님들이 보름마다 모여 참회하고 계를 설하는 포살법회 장소를 '포살당(布薩堂)'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봇(Bot. 또는 '우보솟')'이라고 하는데, 쩨디를 가운데 두고 라이 캄의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포살당 입구엔 인간 세계 위에 존재하는 천상의 신 테와다가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다.

 

 

 

 

 

이렇게 왓 프라싱을 모두 돌아본 다음 우리는 바쁘게 치앙마이 성곽의 북서쪽 외곽에 있는 센트럴백화점으로 향한다. 내일 고산족 마을 트레킹을 가게 되면 끓여 먹으리라 하고 이 선생님이 라면과 버너 코펠은 준비해왔지만 항공편에 부탄가스를 가져오지 못해 이곳에서 구해야 하기 때문.

 

 

가는 길에 스펙타크로 게임을 벌이고 있는 청년들을 만난다.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대표급 선수의 고난도의 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을 보며 놀란다. 대단한 실력에 '파이팅!'을 외쳤더니 신이 났는지 더욱 멋진 경기를 보여 준다. 족구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센트럴백화점을 몇 바퀴나 돌며 샅샅이 뒤진 끝에 한국산 부탄가스를 찾는 데 간신히 성공한다. 비앙 스님의 다비식이 몹시 궁금했지만 오전 내내 루앙프라방의 사원을 돌고 또 치앙마이에 도착해서는 오후 내내 사원들을 돌아보고 백화점까지 걸어왔으니 몹시 피곤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게다가 이미 캄캄해져 저녁 먹을 시간도 되었다.

 

결국 썽테우를 잡아타고 코리아하우스로 돌아와 삼겹살로 배불리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하루 내내 걸은 노독을 풀기 위해 사장님이 추천해 준 길 건너편 마사지 집에서 마사지로 푼다.

 

 

아, 그리고 참. 코리아하우스에서 처음으로 한국방송(YTN)을 보면서 지난 12일 아이티에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대지진이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호텔 숙소에서 맥주 잔을 주고받으며 치앙마이에서의 첫밤을 보낸다.

 

비앙스님의 다비식이 어떻게 되었을까. 호텔의 창문으로 내다보니 멀리 불빛 속에 쩨디루앙이 환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화장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지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우주 하나가 적멸의 세계로 들고 있다.

 

 

 

 

▼ 치앙마이의 야경

 

 

 

 

 

 

 

 

※ 치앙마이에 대하여

 

고도 335m의 기름진 산간 분지, 차오프라야 강의 가장 큰 지류인 핑 강변에 자리잡고 있으며, 타이 북부지역의 중심도시로서 종교·경제·문화·교육·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방콕에서 752㎞ 뻗은 철도의 종점으로 도로와 항공편을 통해 타이 남부지역과 연결된다. 한때 독립왕국의 수도였지만 란쌍왕국을 세웠던 라오스 세타티랏 왕이 이곳을 통치한 적도 있어 치앙마이는 문화적으로 라오스와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

전통적인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도시는 정돈되고 깨끗하지만, 중심지 바깥으로 불규칙하게 확장된 모습이다. 13~14세기 사원 유적이 여럿 있는 옛 도시지역은 강 서쪽 기슭에 있다. 동쪽 기슭에는 훤히 트여 있는 현대도시가 펼쳐져 있다. 근처에 타이 왕족의 여름 별장인 푸핑궁이 있다.

1296년 란나타이 왕국의 멩라이 왕이 건설한 여러 도시 가운데 하나로서 1345년 치앙라이에 이어 란나타이의 2번째 수도가 되었으며, 1558년 미얀마인들의 손에 무너질 때까지 란나 타이 왕국의 수도로 번창하였다. 그러나 치앙마이 분지의 풍부한 농업생산력은 17세기부터 타이와 미얀마의 분쟁의 불씨가 되었다. 1774년 시암 왕 탁신이 미얀마인들을 몰아내고 이곳을 지배하려 했으나 치앙마이는 19세기말까지 방콕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을 유지했다. 타이 중앙정부 관할에 들어간 것은 19세기(라마5세 시대)에 미얀마가 영국군에 패배하고 난 뒤였다.

치앙마이는 타이의 수공예 중심지로도 유명하다.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은세공·목각·칠기·견직물·티크 조각·우산·도기 등의 가내공업이 활발하며, 벼의 2모작, 과수재배 등 타이에서도 가장 농업이 발달한 지대이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역사가 어울린 관광지로, 성벽·별궁·사원(13세기) 등이 있으며 민족색이 짙은 풍습 및 축제 등을 볼 수 있다.

타이에서 가장 유명한 불교 순례지 중 하나인 수테프 산의 경사면 1,056m 지점에 프라탓 도이 수텝 사원이 있는데 그곳에는 석가모니의 유물이 들어 있다고 하는 나선형 탑이 있다. 타이에서 가장 높은 산 가운데 하나인 수텝산(1,658m) 주변에는 푸이산 국립공원이 펼쳐져 있다. 성 안의 프라싱 사원(1345)에는 북부지역에서 가장 유서 깊은 불상 프라싱이 안치되어 있으며, 15~16세기 방콕의 유명한 에메랄드 불상이 안치되어 있던 체디루앙 사원(1411)도 명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