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라오스 여행 (9) 루앙프라방, 빡우동굴과 메콩강 사람들

모산재 2010. 4. 7. 19:20

  

1월 17일 일요일 

 

 

반 상하이를 떠난 배는 빡우(Pak Ou)동굴을 향해 메콩강을 거슬러 오른다. 강물의 저항을 받으며 가는 뱃길, 오래 걸릴 줄이야 알았지만 25km 뱃길이 꽤 멀게 느껴진다.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흐린 강물은 아득하고 그만그만 단조로운 강의 풍경들이 계속 이어진다. 강가의 얕은 물 속에서 물풀인 카이(민물파래)를 채취하는 사람들 모습도 여전히 보인다.

 

 

이 선생님이 위스키 마을에서 사온 술병을 꺼내 술잔을 돌린다. 도수가 낮은 술이라 와인처럼 향긋하여 부담스럽지 않고 입에 잘 맞는다. 체코 할머니도 말레이지아 네 자매도 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받아 마시고는 엄지 손가락을 세운다. 덕분에 잠시 화기애애한 시간이 된다. 이선생님이 뜬끔없이 '처녀뱃사공'을 흥얼거리기까지 한다.

 

 

한떼의 물소들이 물가에서 쉬고 있는 풍경도 스쳐 지나간다.

 

 

 

스웨덴 국적의 파키스탄 청년은 뒤를 돌아보는 자세로 뱃머리 난간에 걸터앉아서 짙은 눈썹에 커다란 두 눈을 껌뻑이며 유유히 메콩강 풍경을 즐기고 있다.

 

체코 할머니와 말레이 국적의 화교 네 자매, 김 선생님은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그러는 사이 왕위앙에서 보던 산과 비슷한 모양의 멋진 바위산이 오른쪽으로 나타난다. 바로 저 바위산 앞으로 흘러내린 우강이 메콩강과 합류되는 곳 그 앞이 빡우동굴이다.

 

 

  

  

 

우강의 하구가 서서히 눈앞에 드러난다. 메콩강은 탁하게 흐르지만 우강은 맑게 흐른다고 들었는데, 과연 메콩의 탁한 물 저 너머로 푸른 우강의 물이 살짝 비치기 시작한다.

 

지도를 보면 빡우동굴은 우강 건너편 쪽이지만 빡우라는 지명은 우강 입구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른쪽으로 보이는 마을 이름이 아마도 빡우가 아닌가 싶다.

 

메콩강을 따라 빡우동굴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더러는 육로를 따라 빡우로 와서 강을 건너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드디어 빡우동굴 앞에 도착한다.  

 

메콩강에서 수직으로 솟은 검고 붉은 석회암 절벽에 까만 동굴이 상어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빡우동굴은 아래와 위 두 개의 동굴이 있는데, 아래 쪽의 동굴을 탐띵(Tham Ting)이라 하고 위쪽 동굴을 탐품(Phum)이라 부른다고 한다. 위의 동굴을 탐텅(Tham Theun)이라고 한 자료도 보인다.

 

 

  

띵 동굴(Tham Ting)을 정면에서 본 모습이다. 먼저 아래의 띵 동굴부터 돌아본 뒤에 위의 품 동굴로 이동한다.

 

 

  

루앙프라방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으레 찾는 최고의 명소인 빡우동굴은 4,000여 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어 '불상동굴(Budha cave)라고도 불린다. 어떤 이는 동굴 사원이라고도 부른다.

 

한때는 란쌍왕조의 왕들이 해마다 새해가 되면 방문했다고 하니 여느 사원 못지 않게 신성한 곳이었다. 지금도 현지 라오인들은 새해 '삐 마이 라오' 행사 기간에 이곳을 찾아 소원과 복을 빈다고 한다.  

 

 

 

인터넷 정보들로 접하던 빡우동굴의 불상을 직접 보니 많이 실망스럽다. 크기도 모습도 고르지 않은 불상들이 어지러이 나열되어 있는데, 예술성이 빼어나거나 위엄으로 압도하거나 어느 면으로도 눈길을 끌 만한 불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개의 불상들은 손아귀에 들어갈 정도이니 인형처럼 소품이나 다름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적이 실망스런 마음이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이런 나의 생각은 관점부터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불상 동굴은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불사가 아니라 라오인들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것이라는 점에 특별한 의미를 두어야 하는것이 아닐까 ...? 

 

 

 

 

예로부터 신앙심  깊은 불자들이 하나, 둘씩 들여 놓기 시작한 불상들이 이렇게 4,000여 점이나 되는 규모로 조성된 것이다. 이 동굴을 예술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별로 볼 것이 없겠지만 라오인들에게 불교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데는 큰 의미가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쪽 팅 동굴을 휭하니 둘러본 다음 산허리를 통하여 난 길을 통하여 위쪽 동굴로 발길을 옮긴다.

 

오르는 길가에는 아주머니와 아이들이 늘어서서 이런 저런 물건들을 팔고 있다. 뜻밖에 새조롱을 든 아이들과 어른들이 많은데. 아마도 방생용인 듯하다. 참새처럼 자그마한 것도 있지만 병아리처럼 통통한 특이한 새가 있다. 

 

  

 

 

어떤 아이들은 과자봉지를 들고 팔아달라고 한다. 팔지 못하고 며칠을 들고 다녔는지 포장지에는 때가 얼룩덜룩하다. 

 

 

 

남매로 보이는 아이 둘은 외지인들을 보면서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데, 엄마로 보이는 여인은 길 옆 담장 위에 과자를 늘어 놓은 채 외면하고 서 있다.

 

 

 

그 누구도 사고 싶은 물건들이 아니니 사람들은 그냥 지나친다. 내게도 라오 화폐가 한 푼도 없어 그냥 못 본 척한다.

 

 

위쪽의 품 동굴은 아래의 동굴에 비해 제법 사원의 모습을 갖추었다. 우선 입구 문 위쪽 라오스 전통 문양 장식을 한 창살문부터 눈길을 끈다. 

 

 

 

문 안쪽으로 들어서니 동굴 안쪽은 그야말로 칠흑같이 어둡다. 제대로 보려면 플래시를 빌려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 따라 돌면서 어깨 너머로 볼거리들을 살핀다.

 

아래의 동굴과는 달리 이곳은 법당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동굴 맨 안쪽 두 개의 기둥이 서 있고 그 안에는 단을 갖추고 부처님을 모셨다. 아래쪽의 동굴에는 수천 개의 불상이 있었지만 이 동굴의 불상은 이렇게 단촐하다.

 

 

 

 

그리고 법당 바로 앞에서 법당을 수호하고  있는 사자 한 마리가 눈길을 끈다. 도드라지게 나온 석회암 벽을 깎아서 만들었다.

 

 

 

그리고 입구쪽 오른쪽 석회암 벽에는 금박을 입힌 작은 불상들이 줄을 지어 있다. 불국토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왼쪽 벽에는 선사시대 동굴 벽화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자세히 보면 벽을 타고 오르는 듯한 사람의 형상들인데 아래로 추락하는 한 사람의 모습이 도드라지게 표현되었다. 지옥도를 그린 것인지...

 

 

 

어쨌거나 이해하기 쉽지 않은 동굴. 하지만 라오인들의 불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동굴을 나와서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주변 풍광들을 즐긴다. 그리고 풀꽃나무들을 살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메마른 언덕에 종종 보이는 이 꽃은 뭘까.

 

 

 

 

선착장으로 내려오며 건너편 우강을 바라보니 메콩강과는 강물의 색깔이 뚜렷이 구분되는 것 아닌가. 파랗게 맑은 물이 메콩강으로 들면서도 선명한 경계를 지우며 흐르고 있다.

 

처음엔 저렇게 따로 흘러가겠지만 얼마 가지 못해서 결국 서로를 받아들이며 섞이고 말겠지. 사람 사는 것도, 역사란 것도 그런 것이다.

 

 

 

무에 그리 볼 게 많은지 사람들이 좀체로 내려 오지 않아 지루한 나는 선착장 주변 강변 산책을 한다.

 

 

그러다가 정말 대단한 것을 발견한다. 이곳에서 만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한 박쥐란, 고개를 들어 쳐다본 커다란 나무 줄기에 멋진 모습으로 기생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강변애서 만난 몇 가지 꽃들

 

1. 노란 꽃이 앙증맞게 예쁘다.

 

 

2. 꿀풀과의 꽃. 노란 꽃이 우리의 참배암차즈기를 연상시킨다.

 

 

 

3. 콩과의 관목에서 핀 붉은 꽃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고 다시 배는 루앙프라방으로 돌아간다. 

 

 

 

사금이 아닐까, 물결에 씻기우는 모래에는 금빛이 반짝이는 광물질이 유난하게 보인다. 

 

 

 

선착장이 아닌 아래쪽 모래 강변에 댄 배가 모래톱에 얹혀버렸다. 선장인 청년이 배를 밀어내느라고 물속에 들어가 애를 먹는다. 우리 몇몇은 배의 무게를 줄이려고 뱃머리로 되내렸다가 다시 타는 우여곡절 끝에 배는 겨우 출발한다 

 

돌아가는 뱃길은 메콩강물이 밀어주어 훨씬 수월하고 빠르다. 루앙프라방까지 한 시간 가량이면 도착할 수 있다.

 

 

여기서 하나, 두고두고 웃을 이야기거리 하나 생긴다.

 

갑자기 이 선생님이 품속에서 도장을 꺼내더니 봉투에 이미 찍어 놓은 글자를 선장 총각더러 읽어달라고 한다. 선장 총각은 한참 들여다보다 글자가 라오어와 다르다고 갸웃한다. 그래도 가장 비슷하게 읽어보라고 하니 <소소하이>라고 발음한다. 우리들은 뜻밖의 발음을 듣고 박장대소하며 웃는다.

 

무슨 이야긴가...

 

엊그제 저녁  식사하고 돌아오는 길에 왕위앙 숙소 앞에서 이 선생님이 옥돌 도장을 하나 팠는데, 라오어로 새겨 달라고 했다. 라오인 주인과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이름을 영문으로 적어둔 다음 미심쩍어서 <이무○> 하고 또박또박 불러 준다. 그런데 이 주인장, 발음을 제대로 따라하지 않고 맨 뒷글자는 우물거리며 알았다고 손을 들어 보인다. 한번 더 불러 줘도 똑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튿날 아침 도장을 찾고선 아무 의심없이 루앙프라방으로 떠나온 것인데, 이선생님이 갑자기 도장이 제대로 새겨졌는지 확인하고 싶어진 것이다. 결국 발음을 우물거렸던 주인장은 맡긴 사람의 이름과는 무관하게 마음대로 새긴 것인데, 그것도 라오어인지 타이어인지 모를 말로 새겼던 모양이다.

 

이로부터 이 선생님은 두고두고 <소소하이>라는 별명을 얻어 우리의 놀림을 받아야 했다. 음식을 먹을 때에도 술잔을 주고받을 때에도 "차린 게 소소하이~" 어쩌구, "소소하이 볼 게 아니군." 하며 모든 걸 '소소하이'로 연결시키곤 하였다.

 

 

이하, 메콩강변 풍경과 사람들 모습을 담아 보았다.

 

 

1. 처녀 뱃사공(?)

 

 

2. 빨랫줄에 널린 빨래

 

 

  

3. 메콩강의 벌거숭이 아이들

 

  

  

 

4. 무엇을 하고 있을까

  

 

5. 메콩강 강언덕의 농경지

 

 

 

6. 다 함께 모여 점심 먹는 사람들

 

 

 

7.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 장면일까...?

 

 

 

드디어 칸강 하구(사진 왼쪽 끝에 살짝 보인다)를 지나 루앙프라방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벌써 오후 2시나 되었다.

 

 

▼ 앞쪽에 보이는 계단은 왓 씨앙통으로 연결되는 계단이다.

 

 

 

선착장에서 내리는데 선장 총각이 뒤에서 소리친다.

 

  "소소하이~!"

 

우리는 또 한바탕 유쾌하게 웃음을 날리며 뒤돌아 손을 흔들어주고 이미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바쁘게 씨사왕웡 길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