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라오스 여행 (7) 왕위앙(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루앙프라방 야시장

모산재 2010. 4. 4. 19:50

 

<http://blog.daum.net/kheenn/15853188>에서 계속

 

 

2010년 1월 16일 토요일

 

오늘은 왕위앙(방비엥)을 떠나는 날이다. 2박 2일의 왕위앙은 아름다우면서도 개운치 않은 곳이었다. 문명 이전의 넉넉한 자연 풍광 속에 깃들어 사는 눈맑은 주민들과 솜강을 점령한 채 해피 메뉴를 소비하며 욕망을 배설하기에 바쁜 반라의 외지 백인들, 이 둘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왕위앙의 미래는 어쩐지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아침 식사는 엊저녁에 먹었던 간판 없는 식당에서 먹기로 한다. 5,000낍짜리(우리 돈으로 700원 정도) 쌀죽을 시켜 먹었는데 우리 입맛에 너무도 잘 맞다. 몇 가지 곁들여 먹는 양념과 식재료들이 독특하면서도 나쁘지 않다. 각종 관광가이드에서 맛집으로 소개하는 곳보다 이처럼 원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런 식당에서 오히려 기대치 못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다. 오늘은 루앙프라방까지 종일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우리는 이 집에서 도시락까지 주문하여 챙겼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조기영씨가 나타나 반가워한다. 어쨌거나 어제 카야킹을 끝내고 작별 인사도 못했는데 이렇게 만나니 다행이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고서는 또 이별을 한다. 두분의 일정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하룻밤을 더 보내고 항아리무덤이 있는 폰사완을 돌아본 다음 루앙프라방으로 온다고 했던가... 

 

여행에서 만나는 인연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들은 줄창 함께 다녀도 끝내 무심하게 헤어지고, 어떤 이는 잠시 함께 해도 깊은 정을 느끼게 된다. 조기영, 고민정 부부는 뒤의 경우일까, 함께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과연 우리의 발꿈치를 밟듯이 루앙프라방에서도 치앙마이에서도 조우하는 인연이 되었다.

 

 

▼ 라오 사람들이 찾는 간판없는 식당. 음식이 우리 입맛에 잘 맞다. 카메라를 든 이가 조기영 씨

 

 

 

다시 숙소롤 돌아와 짐을 챙겨 들고 나선다. 그 동안 어떤 상냥한 아가씨보다도 더 맑은 목소리로 "싸바이디!"라고 인사를 건네던 구관조와도 인사를 나눈다. 껄껄껄 웃기도 하고 뭐라고 연설하듯이 길게 말하는 것을 들으며 재미있어 하던 녀석을 그냥 떠나자니 아쉬워 증명사진을 찍기로 한다.

 

 

 

 

비가 오려나 싶게 어제와는 달리 날씨가 흐릿하다. 8시 반, 폰트래블로 나가니 툭툭이가 대기하고 있다.  툭툭이를 타고 한적한 외곽의 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터미널에서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고 있는 VIP버스는 이름만 VIP지 아주 많이 낡았다. 안전벨트도 성한 게 별로 없고 의자도 군데군데 찢어진 모습이 심란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것이 라오스 대중교통의 현실이다.

 

배낭이나 트렁크 등의 짐은 모두 버스 지붕에 올려 싣고 VIP버스는 출발한다. 버스 안 승객들은 대부분 백인들이고 동양인은 드문드문 섞여 있다. 사람들의 차림새는 가지가지다. 아예 맨발로 여행을 다니는 거인 남자도 있고, 상젤리제 거리에서 바로 온 듯 화사하고 세련된 차림의 빠리지엔 여성도 있다.

 

 

어느 새 하늘을 맑게 개어 밝은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주변 공터를 산책하며 풀꽃들을 살피다가 노란 꽃을 피운 메꽃 종류를 발견한다. 여행을 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존재를 만나는 것이다. 세상은 얼마나 다양한 것인가! 

 

 

  

터미널에서 대추 모양의 과일을 사는데 소금을 함께 챙겨 준다. 신기하게도 이곳 사람들은 과일을 소금과 함께 잘 먹는다. 파파야 열매는 샐러드 재료로 많이 쓴다. 방콕에서도 그랬고, 비엔티엔, 왕위앙에서도 우리는 식사를 하는 동안 파파야 샐러드는 자주 곁들여 먹었던 것 같다.

 

파파야 옆에 있는 덩이뿌리가 신기해서 뭐냐고 묻는다. 서툰 라오말로 "니 쓰냥?" 이렇게 물었더니 뭐라고 대답해 줬는데 그 이름을 그냥 잊어 버렸다. 그리고 먹어 보라며 하나를 깎아 준다. 무슨 맛이라고 해야 할까. 마맛도 아니고 무맛도 아닌, 다소 아삭하면서도 밍밍한 맛...

 

 

 

10시 무렵에 버스는 출발, 7시간 이상  걸린다는 루앙프라방 버스 투어가 시작되었다.

 

솜강과 나란히 달리는 길 너머로 석회암 봉우리들이 불끈불끈 솟은 왕위앙의 산들이 한동안 함께 달린다. 그리고 작은 고개를 넘고 넓은 벌판이 펼쳐지는데, 물 사정이 좋은지 모내기를 한 논이 더러 보이기도 한다. 겨울 라오스에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산들이 점차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부드러워졌지만 곳곳엔 왕위앙의 산들처럼 골상과 근육질을 자랑하는 풍경들이 멀리 또는 가까이에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아직도 청년으로 보이는 기사는 클랙슨을 빵빵 자주 울려대는데 처음엔 왜 그러나 싶어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가만 지켜보니 마을이나 사람들이 일하는 들판 곁을 지날 때마다 그러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니 도로와 들판 사이를 경계지우는 나무 덤불 사이에서 사람들이 무심코 나왔다가는 사고를 당하기 십상이겠다. 청년의 배려가 기특하다 싶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바깥 풍경을 담기는 쉽지 않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모습도, 민가의 모습도 담고 싶지만 좁고 굴곡이 많은 도로임에도 씽씽 달리는 버스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달리는 차 속에서 겨우 잡은 아래의 풍경은 라오스의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 아닐까 싶다. 느티나무를 닮은(하얀 꽃이 피고 붉은 열매가 달린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느티나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저 나무는 이곳의 대표적인 조경수인데, 그 그늘 아래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다. 지붕은 초가, 벽은 대나무를 였어서 둘렀다.  

 

 

 

이곳에 많이 보이는 가옥의 특징 중 하나가 대나무 조각을 다듬어서 엮은 벽이 많은 것이다. 생각해 보니 대나무가 흔하기도 하지만 대나무가 가진 찬 성질이 집안을 서늘하게 하는 데 참 이상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엮어서 만든 벽이니 통기성이 뛰어날 것이고, 비가 많은 이곳에 유리질로 된 대나무 껍질은 방수 방습 기능이 대단할 것이다.

 

 

어느 사이에 졸다가 잠시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깨어났더니 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로 접어들고 있다. 다시 왕위앙에서 보던 검은 산들이 시야를 채운다. 산은 우울한 안개로 덮였는데 도로는 흠뻑 젖어 있는 것이 비가 내렸던 모양이다. 

 

꾸불꾸불 오르는 고갯길 언덕에는 커다란 보랏빛 툰베르기아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있고, 부들레야가 아닐까 싶은 나무들이 곳곳에 여러 갈래의 긴 꽃차례에 하얀 꽃들을 가득 달고 있다. 가끔씩 길가 간이 매대에서 귤을 파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고개를 넘고 또 얼마를 달리니 햇볕은 쨍쨍, 날씨는 환해졌다. 아마도 비가 국지적으로 내렸던 모양이다.

 

 

이제 길은 능선에 가까운 산허리로만 이어진다. 산의 형상에 따라 구불구불 골짜기와 능선을 드나들며 하염없이 오르는 오르막길이다. 지리산 성삼재를 올라 정령치를 타고 지나가는 느낌이라고 보면 될까.

 

산길로 접어 든 후 도로변에서 억새 비슷한 풀의 이삭을 잘라서 털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주로 학교 다닐 만한 나이의 아이들과 여인들이 길가에서 꺾어온 이삭을 나르거나 털고 있고, 털고 난 이삭은 가지런히 놓아서 말리고 있다. 빗자루  만드는 데 쓰는 것이 아닌가 싶다.

 

멀리 수미산이 아닐가 싶게 까마득히 높은 바위산이 실루엣으로 솟아 있다. 저게 아마도 라오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푸쿤산이 아닌지...

 

 

 

 

그리고 도로변을 따라서 배수로처럼 깊은 구덩이를 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가끔 포크레인으로 파기는 모습도 보이지만 주로 사람들이 나와길게 늘어서서 파고 있기도 하다. 통신 매설을 하는 것일까.

 

 

하늘이 보이는 능선 위의 마을이 나타나고, 오르막길은 대강 끝난다. 이런 마을에서 좀 쉬었다 갔으면 좋으련만... 버스는 막무가내로 갈길을 바쁘게 달릴 뿐이다.

 

더러 이런 마을을 누비는 서양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 부럽기만 하다. 아마도 이들은 따로 차를 렌트해서 온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보다 이런 시골마을을 걸으며 사람들의 삶을 느껴보는 것이 훨씬 즐거울 텐데 말이다. 더구나 라오스를 찾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이제는 하염없는 능선길이다. 건너야 할 계곡도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산줄기를 타고 달린다. 주변 풍경은 모두 수백 길 수천 길 아래로 펼쳐지는 아득한 골짜기들... 어디를 둘러 보아도 평야는 보이지 않는다. 마을이란 마을은 이 산악도로를 끼고 길가에 늘어서 있는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바로 이들이 고산족 아닌가. 

 

이 산악의 꼭대기에서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일까. 물음에 답하듯 도로변 산지의 급비탈에 가끔씩 바나나밭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걸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것일까.

 

 

고산족 시장이 열리는 곳에서 버스는 잠시 섰다. 우리의 6,70년대처럼 차장일을 하는 총각이 문을 열고 나가더니 과일 한 봉지를 사가지고 온다. 버스에 탄 채 바깥 풍경을 내다보며 혹시 점심 식사도 하며 좀 쉬었다 가려나 생각하고 있는데, 그뿐 버스는 또 출발이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곳이 바로 푸쿤인 모양이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넘어가는 해발 2700미터 고산지대에 있다는 마을.

 

 

 

벌써 오후 2시를 넘어선 지 오래인데 배는 고프고, 안 되겠다 싶어 버스 안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일행들에게 도시락을 나눠 주고 뚜껑을 여는데, 산모퉁이를 돌아가던 버스가 갑자기 멈춘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휴게소에 도착한 것이다. 

 

3시 가까울 무렵에야  점심을 먹는다. 아침 왕위앙의 간판없는 라오식당에서 산 도시락을 하나씩 들고 먹는데 이게 참 보통 맛이 아니다.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하여 선생님이 태국산 컵라면을 후식으로 먹으니 민생고는 해결되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또 두어 시간, 하늘과 맞닿은 구불구불한 산줄기를 따라 버스는 끝없이 달렸다. 우리 땅 아무 곳이나 터널을 뚫고 다리를 척척 놓는 한국도로공사의 실력도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싶게 들도 없고 좁은 골짜기도 없는 산과 산의 이어짐은 실로 막막하다 싶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라오스의 이런 지형적인 핸디캡으로 육로는 거의 발달하지 못하고 곳곳을 연결하는 항공로가 비교적 촘촘하게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5시 20분쯤에야 루앙프라방 터미널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는 툭툭이 기사와 흥정한다. 너무 낮은 가격으로 흥정하느라 툭툭이를 잡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어느 백인 배낭여행객들을 보며 우리는 폰트래블을 찾아 떠난다. 바로 숙소로 가면 좋겠지만 내일 빡우동굴 투어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툭툭이는 푸시산의 동쪽 시사왕웡거리에 있는 폰트래블 앞에서 우리를 떨궈준다. 

 

그런데 갑자기 

 

"와, 이것 타고 가고 가면 신나겠다!"

 

불쑥 나타나 떠나가는 툭툭이에 매달리는 개구장이 한국 꼬마 한 놈.

 

세상에 닮은 놈도 많지, 종조카 민수라는 놈 완전 빼닮았네, 생각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냥 지나쳤는데, 요 녀석이 진짜 민수 녀석인 줄 다음날에야 알았다. 아침 왓 마이 앞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인사를 하는데 보니 뜻밖에 종제수씨랑 민수다. 어제 만난 녀석이 진짜 민수라니, 이 머나먼 이국 땅에서! 어제 인사를 했는데 경황 중에 내가 못 알아보고 그냥 가버리더라는 거다.

 

2004년 몽골 가는 비행기 안에서 사촌 동생 부부를 만나고 이번에는 또 이렇게 만나니 이런 인연도 없다 싶다.

 

  

어느덧 어둠이 밀려오고 있다.

 

내일 투어를 확인한 다음 불이 켜지기 시작한 야시장을 지나 푸시산 서쪽 외진 거리에 있는 우리의 숙소 싸바이디 GH로 향한다. 폰트래블에서는 한 시간이나 걸리니 툭툭이를 타고 가라고 하는데, 지도를 보면 아무래도 20분이면 충분할 듯한데 이해가 가지 이야기다. 피곤하지만 야시장도 구경할 겸 그냥 걷기로 한다. 시간 계산은 우리가 옳았다.

 

 

숙소에 짐을 풀어 놓고 저녁 식사를 위해 다시 야시장 쪽으로 간다.

 

 

 

야시장은 천천히 돌아보기로 하고 '민생고'부터 해결하자고 야시장 입구 네거리 북서쪽 모퉁이에 있는 노천 부페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육류와 채식 부페가 양쪽으로 있으니 입맛에 맞게 골라 먹으면 된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오른쪽 채식 부페를 이용한다. 값이 저렴하여 1만 낍(우리 돈으로 1300원 정도)만 내면 한 접시 가득 음식을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다만 베트남식 롤은 1개당 1천 낍씩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맥주는 1병당 1만낍이니,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로 네 사람이 웬만큼 먹고 마실 수 있다. 다음 날  저녁도 우리는 이곳에서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야시장 구경을 한다. 루앙프라방의 가장 번화가이자 큰길인 시사왕웡거리는 낮에는 차량들이 다니는 길이지만 오후 5시를 지나면서 교통이 차단되고 야시장으로 바뀐다. 푸시산의 서족에서 동쪽까지 이어지는 장터는 대부분 모직물이나 비단 등의 직물로 만들어진 수공예품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큰 점포 작은 점포가 없이 크기가 균일하다. 누구나 장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듯... 치열한 경쟁을 하는 자본주의 시장이라기보다는 -다소 모순적인 말 같지만 - 함께 먹고 살기 위한 사회주의 시장의 모습이 이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사회주의 라오스의 인간적인 냄새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실크 지갑이나 실크 스카프 하나에 우리 돈 3천 원, 정성들여 수놓은 앞치마는 5천 원, 고급스런 침구세트도 3만 원 정도이니 값이야 그저라는 생각이 될 정도로 싸다.

 

그러나 관광객에 비해 시장 규모가 너무 크고 점포는 너무 많다. 자본주의 시장처럼 호객행위도 없이 상인들은 다소곳이 앉아 있고 흥정하는 관광객들은 드물고 그저 구경하며 지나치기만 한다. 상품조차 비슷비슷하니 물건을 하나라도 팔 수 있을까, 괜히 걱정되는 마음이다.  

 

 

▼ 헝겊에 수를 놓아 만든 유아용 단어 학습 교재가 재미있다. 

동물을 자수로 놓아두고 그 이름을 라오어, 영어, 프랑스어 등으로 표기해 놓았다. 이 헝겊노트는 2만 낍(우리 돈으로 2천 원 정도)이란다.

 

 

 

자리를 잡고 있는 상인들은 아주머니들이 많지만 처녀들과 총각도 제법 많다. 그리고 더 눈에 띄는 것은 애띤 소녀들인데, 적지 않은 아이들이 무릎을 꿇은 자세로 다소곳이 앉아 팔아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 소녀들의 맑은 눈빛과 마주치니 갑자기 전기가 흐르듯 가슴이 먹먹해지고 짠해진다.

 

이곳에 이방인 관광객으로 서 있다는 것이 어색해지는 순간이다. 뭔가 잘못되어 있는 듯... 나도 소녀의 저 맑은 눈빛을 흐리게 만드는 존재로 이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곳은 시장 입구에서 가까운 먹자골목이다. 그야말로 좁은 골목을 따라 수십 미터 먹자골목을 이루고 있는데 음식값이 대단히 싸다. 이것저것 골라 먹을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먹자 골목 입구의 이 베지테리안 부페는 아까 우리가 저녁을 먹었던 곳보다는 더 싸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한 접시당 8천 낍이라고 적혀 있으니 우리 돈으로는 1천 원 정도로 보면 된다. 

 

 

 

 

야시장을 돌아보고 난 우리는 귤과 망고스틴을 사들고 다시 숙소 싸바이디 GH로 돌아온다. 

 

과일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기나긴 여행의 노독을 푼다. 그리고 내일 배를 타고 메콩강을 따라 가는 투어는 또 어떤 즐거움을 줄까 설레는 맘으로 루앙프라방의 첫날밤은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