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라오스 여행 (6) 왕위앙(방비엥), 솜강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다

모산재 2010. 2. 25. 12:26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오늘의 투어로 왕위앙(방비엥)은  '영혼을 잃어 버린' 동네, '백인들의 배설구'가 되어버렸구나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순박한 사람들이 살던 동네, 그 맑은 생명줄 솜강은 외지에서 온 백인들의 차지가 되었고 원주민들은 저 멀리 후미진 샛강 뒤로 멀찍이 물러나 살고 있다. 

 

그나저나 또다른 얼굴의 백인인 우리도 백인들 틈새에 끼어서 솜강의 아름다움을 탐하려고 한다. 오늘 지나면 영영 이별해야 하는 하룻밤의 연인을 대하기나 하는 것처럼...

 

 

일몰이 시작되었다. 다리를 건너오니, 대나무 다리 동쪽 물가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여인이 카메라를 들고 일몰을 맞이하고 있다. 아까 내가 보아 두었던 자리... 이렇게 솜강 가에 우리는 나란히 서서 한동안 일몰을 지켜본다.

 


   

 

 

  

 


석양에 대나무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방인들이다. 주민들의 모습은 거의 없어 아쉬운데 한 할머니가 등짐을 지고 건너고 있다. 

 

 

 

  

 

 

  

  

  

 

 

 

 

 

 

 

  

 


왕위앙의 일몰은 아름답다. 지는 해 자체가 특별히 아름답다기보다는 그림 같은 솜강과 대나무 다리, 수묵화처럼 짙고 선이 아름다운 바위산이 어울려 빚어낸 일몰 풍경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이리라. 시엠립 프농바켕의 일몰도, 터키 카파도키아 산언덕의 일몰도 좀 아름다웠던가. 우리 땅의 일몰도 이에 못지 않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안면도나 선유도, 또는 미황사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일몰. 그리고 핏빛으로 물드는 지리산 천왕봉의 일몰... 

 

  

일몰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로 들어선다. 갑자기 악기 연주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며 두 대의 차량이 서서히 달려가고 있다. 앞차에는 불상을 모신 듯한데, 무슨 풍경일까. 아시는 분은 댓글로 좀 알려 주시기를...

 


 

 

 

 

저녁을 먹을 식당을 물색하며 거리를 다니다가, 폰트래블 근처 대로변 간판 없는 식당으로 들어선다. 이곳 라오 주민들이 이용하는 식당을 경험해 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대성공이다. 쌀국수(noodle with vegetable)를 시켰는데 고추기름을 곁들여 먹으니 최고의 맛이다.

 

 

길거리에서 안주감으로 과일, 아주까리 모양의 람부탄과 청포도를 사고 돌아와 숙소 프런트에서 맥주를 산다. 그러고 보니 라오스에서는 식당이나 가게나 숙박업소나 모두 1만낍으로 동일하다. 굳이 가게에서 사오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오늘에야 깨닫는다.

 

숙소에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오, 김 부부는 자러 가 버리고 기분이 오른 우리는 창 아래 샛섬 야외레스토랑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그곳으로 향한다. 

 


 

 

다리를 건너 들어선 야외 레스토랑에는 백인들끼리 모여서 흐느적거리고 있을 뿐 누구 하나(종업원조차) 눈길을 주는 이가 없다. 머쓱해진 우리는 되돌아 나와 거리로 향한다.

 

음악이 가장 흥겹게 울리는 사쿠라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는데 거기도 마찬가지다. 흥청거리는데도 그들만의 공간일 뿐 손님이 들어오는데도 쳐다보지 않는다. 그냥 돌아서기도 뭣하고... 소리를 질러 불러서야 나타난 주인, 안주가 없어 팔지 않는다는 억지로 맥주 두 병 주문하고 모닥불 피는 구석자리 앉았다. 이게 방비엥이다.

 

 

꿀꿀한 기분, 숙소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한적한 곳에 나란히 서서 노상 방뇨를 한다. 그제야 좀 시원해진다.(여행객의 객기를 이해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