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라오스 여행 (5) 왕위앙(방비엥)의 탐남· 탐쌍 동굴 투어, 솜강 카약킹과 점핑

모산재 2010. 2. 24. 22:09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오늘은 예약한 투어를 하는 날이다. 탐남, 탐쌍 동굴을 둘러 보고 솜강을 따라서 카야킹을 하게 된다. '탐'은 동굴을 뜻하는데 '남'은 '물'이나 '강', '쌍'은 '코끼리'를 뜻하니 '물이 흐르는 동굴'과  '코끼리 형상이 있는 동굴'을 가는 것이다.

 

7시에 일어나 베란다로 나서니 건너편 산에는 아침햇살이 번지고 있다. 습도가 있어 내가 끼는 것인지 풍경이 흐릿하게 보이고 쾌청하지 않다. 공기는 가을인 듯 서늘하다.  

  

 

 

 

창 아래 공터 덤불엔 큼지막한 흰 꽃을 피운 꽃들이 점점이 박혀 있어 눈길을 끈다. 꽃의 지름이 한뼘이나 되지 않을가 싶은데 덩굴 줄기를 가진 풀 같다.

 

 

 

세수를 하고 아침 식사를 위해 라오식 식당 노케오를 찾는다. 손님은 우리밖에 없는데 소리를 내자 주인이 나타난다. 벽에 여럿 걸려 있는 표창장(?)이 있어 쳐다보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는 한 표창장을 가리키며 장관에게서 받은 것으로 알아주는 식당이라 은근 자랑이다. 'Fried Noodle'을 시켰는데, 어제 점심 때 먹었던 것과는 달리 국물이 전혀 없고 짜게 느껴진다. 입맛이라는 게 변덕스러워 어제는 맛있더니 오늘은 별로다.

 

 

8시 반까지 오라고 하여 폰트래블로 갔더니 우리와 함께 투어를 할 사람들이 모여 든다. 남편이 방콕에 근무한다며 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데리고 온 한국 아줌마, 긴의자에 앉아 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길래 아는 사람인가 했는데 천성이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 젊은 한국인 부부(나중에 여행지에서 자주 만나게 된 분들로 여자분은 KBS 아나운서, 남편은 시인이다), 홍콩인 부부, 캐나다인 아버지와 딸 등이 우리와 함게 하는 일행이 되었다.

 

 

천장에 카약을 가득 실은 썽테우에  투어를 출발했다. 솜강의 상류를 향해 차는 달린다. 흐릿했던 날씨는 어느 새 화창하게 개었지만, 쌩쌩 달리는 차에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바람을 맞으니 너무 춥다. 중간에 잠시 차량에 문제가 있어 고치느라 시간을 보낸 다음 10시 무렵에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강가에 도착한다.

 

멋드러지게 솟아 있는 작은 바위산(저 바위산 발치에 바로 탐쌍 동굴이 있다)은 숲과 마을이 두르고 있고, 깊지 않은 맑은 물이 시원스레 흐르는 작은 강이 휘돌아 흐르고 있다. 강을 가로질러 건너는 낮은 다리는 대나무를 엮어 만들었다.

 

 

 

 

석회암으로 된 검은 산들이 우뚝 솟아 있고 푸른 강과 푸른 숲이 어울린 상류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다. 홍수에 떠내려 간 것인지 일부만 남아 있는 다리가 눈길을 끈다.

 

 

 

다리를 건너고 탐쌍 동굴이 있는 바위산 옆 마을을 지나니 좁은 들이 나타난다. 들에는 풍선덩굴로 보이는 풀들이 1자 높이로 파랗게 자라고 있다. 그리고 다시 작은 숲언덕을 지나고 돌아드니 탐남에 이른다. 오전 10시가 살짝 지난 이른 시간,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모양으로 조용하다. 

 

잔잔한 물에서 유영을 즐기던 오리떼들이 물가로 내려서는 우리를 발견하고 시끄럽게 소리내며 하류쪽으로 물러선다. 

 

바로 거기에 탐남이 있다. 이름 그대로 '물이 흐르는 동굴'이다. 산 속으로부터 물이 흘러나오는 동굴이다.

 

 

 

저기 물과 맞대고 있는 저 바위 밑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이마에 커다란 밧데리가 달린 랜턴을 쓰고 튜브를 타고 매어 놓은 저 줄을 잡고 이동한다는 것이다. 아직 서늘한 아침결, 저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어쨌거나 제일 먼저 튜브를 타려던 시인이 그만 균형을 잃고 물에 엎어지면서 웃음이 터진다. 물이 좀 차가운가. 주저주저하면서도 사람들은 하나둘씩 엉덩이를 튜브 속에 넣고 걸터 앉아 동굴 속으로 몸을 들여 놓는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랐지만 엉덩이를 적게 적시려고 튜브에 엉덩이를 얹고 건너편으로 도착하는 순간 뒤에 따라오던 이선생님이 고만 나를 덮쳐 든다. 깊은 물속에 완전 잠수할 때의 그 기분이란...

 

완전 버린 몸이 되자 오히려 편안해졌다.

 

물이 흐르는 동굴 속을 한참 헤엄쳐 가자 물이 없는 동굴이 나타난다.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흙을 얼굴에 바르기도 하고 기어서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굴을 지나기도 하고 캄캄한 굴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중고생들 체력단련 코스를 체험하는 듯하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오니 다른 팀들이 속속 도착하여 우리 뒤를 잇는다.

 

 

 

몸을 말리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점심 시간이다. 투어사에서 가이드로 온 청년들이 입구 나무 그늘에 불을 피워 야채와 닭고기 등을 번갈아 끼운 꼬치를 구워서 볶음밥과 바게트 빵과 바나나를 식탁으로 내 놓는다. 기름기가 많은 밥이나 거칠게 느껴지는 구이가 그다지 입에 맞지 않아 허기를 겨우 면할 정도만 먹는다. 키 작은 바나나는 맛있다.

 

 

   

 

 

 

탐 쌍을 향해 되돌아올 때 민가에서 만난 라오 모자.

 

 

 

 

 

탐 쌍 동굴은 평지에 우뚝 솟은 바위산의 발치에 자리잡고 있다. 동굴 입구에는 나무 뿌리가 아래로 길게 뻗치고 있다.

 

 

 

막연히 깊은 석회암 동굴이겠거니 하고 들어섰지만 그냥 커다란 공간 하나가 전부여서 다소 실망스럽다. 이렇다 할 종유석이나 석순은 별로 없고, 다만 천장 안쪽에 코끼리 비슷하다 싶은 작은 종유석이 하나 눈길을 끌 뿐이다.

 

동굴 입구 안쪽 오른쪽에는 잘 알려진 특이한 형상의 조각상이 있다. 부엉이 비슷한 동물이 지키고 서 있는 안쪽에는 인어 모습을 한 불상이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젖꼭지를 물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다소 해학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그 안쪽에는 부처 열반상이 자리잡고 있다.

 

 

 

가장 안쪽 정면에는 단을 올리고 커다란 불상을 안치하였다.

 

 

 

↓ 동굴 앞 바위를 타고 오르는 풀

 

 

 

 

다시 대나무 다리가 있는 강가에서 시간을 보낸다. 여러 종류의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있어 촬영에 나섰지만 한낮의 태양 에너지를 듬뿍 받은 녀석들은 정지 동작을 좀체 보여 주지 않는다.

 

  

 

↓ 다리 밑에서 물놀이하고 있는 꼬마들 

 

 

 

 

다시 썽테우를 타고 솜강의 하류쪽으로 얼마간 이동하다가 카야킹 시작하는 장소에 도착한다. 강가로 내려서서 노를 젓는 요령을 배우고 두 명씩 카약에 올라서 솜강을 타고 내리기 시작한다. 방향을 잡는 것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오, 김 부부는 걱정이 되는지 나는 오 선생님과 함께 타고 김선생님은 이선생님과 함께 타게 한다.

 

그렇게 30여 분 신나게 타고 내려가는데,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시끌벅적한 곳에 이른다. 미처 생각지 못한 점핑대이다. 많은 백인 남녀들이 시끄러운 음악에 몸을 맡기고 맥주를 마셔대며 소리를 질러대고 점핑대에 올라 타잔처럼 줄그네를 타면서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며 놀고 있는 것이다.

 

우리 팀은 백인들이 놀고 있는 맞은 편 강언덕에 카약을 대놓고, 그 족의 텅 빈 점프대 아래 데크에 앉았다. 가이드들이 우리 보고 점프대에 올라 점프를 즐기라고 하지만 그럴 만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 쪽이 너무 조용하다 싶은지 아니면 호기심에서인지 몇몇 여자들이 우리쪽으로 건너와서 엉덩이를 씰룩실룩 흔들어대면서 춤을 춘다. 그러자 사내 몇몇도 따라 건너온다.

 

 

 

 

그 효과가 나타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팀에서도 점핑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홍콩인 부부는 아주 맛들인 듯 연신 점프대에 올랐고, 고민정 아나운서의 남편이자 시인인 분도 점프를 시도하고, 이선생님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건너편 백인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뛰어들건만, 우리 팀 사람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뛰어드니 보기에도 안쓰럽다. 그래 생각해보니 저 백인 녀석들에 비해서 왜소한 몸매가 좀 그렇기도 하다. 나도 알통이나 좀 나왔으면 뛰어들었지 싶은데,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뒷편 숲그늘의 풀꽃들을 살펴보는 데 보냈다.

 

 

이곳은 백인 전용의 유원지나 다름없어 보인다. 건너편을 아무리 살펴봐도 유색인종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있다면 백인들이 점프대에서 줄그네를 잘 탈 수 있도록 줄을 잡고 조절해 주는 노동자 라오인이 있을 뿐이다.

 

 

 

데크에서 점프대에서, 곳곳에서 백인 남녀들은 얼싸안고 춤추며 청춘을 한껏 즐긴다. 아마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곳에서의 놀이를 끝내고 왕위앙 거리로 돌아가면 해피 메뉴를 찾아서 담배를 피워 물고 흐느적거릴 것이다.

 

 

 

 

 

1시간 반쯤의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카약을 탄다. 그런데 건너편 백인 녀석들이 갑자기 뭔가를 던지며 야유를 보낸다. 카약 앞으로 돌멩이처럼 날아와 떨어지는 것들은 그들이 먹던 바나나.

 

유색인에 대한 멸시인가 싶어 속으로 울컥하는데, 한 녀석이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는 "헤이, 하야시!"

아마도 우리를 일본인이라 생각한 듯하다.

 

일본인에 대한 것이건 아니건 다짜고짜 상대를 모욕하는 저들의 무례한 행동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원주민들을 밀어내고 자신들의 세상인양 점령하여 기고만장으로 마구 욕망과 감정을 배설하는 모습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어제 보았던 왕위앙의 모습과 오늘 본 왕위앙의 모습은 너무도 대조적이어서 나는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 카약 타는 주인공은 여행 동료인 오·김 부부, 그리고 아나운서·시인 부부

 

 

 

카약을 타고 하류로 내려오면서 보니 원주민들은 강가 좁은 언덕에 서서 낚시를 하거나 물속을 자맥질하며 물고기를 잡고 있다. 자신들의 터전을 외지인에게 빼앗기고 밀려나버린 사람들, 이들은 팔자 좋은 백인들이나 우리 같은 뱃놀이 여행객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한 시간 정도를 타고 내려오니 드디어 왕위앙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여 오후 4시 반쯤 되었다. 함께 했던 사람들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 앉아  도시락으로 된 음식을 먹고 있는 네 명의 여인들을 만나  모른 척하고 지나려다 결국 아는 체한다. 아무래도 우리 나라에서 온 초등학교 선생님들로 보인다.

 

"선생님들이시죠?" 

 

한국 사람 모습은 중국인과 일본인과는 확실히 다른 티가 나고, 교사 특유의 몸짓과  표정이 느낌으로 온다. 나중 이분들은 루앙프라방 푸시산에 올랐을 때 만나게 된다. 

 

 

 

숙소에 들어왔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몰을 보기 위해 솜강가로 나선다. 일몰을 기다리는 동안 대나무 다리를 건너며 산보를 즐긴다.

 

 

 

다리 건너편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바구니를 놓고 뭔가를 뜯고 있다.

 

 

 

뭘 뜯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가까이 가서 보니 네가래라는 풀이다. 잎을 하나씩 뜯는 것으로 보아 가축을 먹일 것이 아니라 사람 먹을 것으로 보이는데, 네 가래가 먹거리가 되는 모양이다. 내가 다가서는 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셔터가 눌러졌다. 괜히 미안스럽다.

 

 

일몰 시간이 되어서 우리는 다시 다리를 건너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