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풀꽃

추사가 사랑했던 제주 수선화

모산재 2010. 3. 1. 20:35

 

제주도에서 귀양살이하던 추사가 '청수진간해탈선(淸水眞看解脫仙)'이라 표현했던 꽃,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도취되어 물에 빠져죽은 저 지중해의 미소년이 동양에 와서는 '물에 사는 신선(水仙)'이 된 것일까. 살짝 습한 땅에서 날렵한 잎과 꽃대를 올리고 눈발 날리는 하늘 아래 세상의 어떤 생명보다 빠르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그윽한 향기를 세상에 전한다.

 

 

一點冬心朶朶圓   한 점 겨울 마음 늘어진 송이마다 동글동글 달렸고
品於幽澹冷雋邊   그윽하고 담담한 품성 시리도록 빼어난 모습이네 
梅高猶未離庭砌   매화가 고상하다 하나 뜰의 섬돌을 떠나지 못하건만
淸水眞看解脫仙   맑은 물에서 진실로 보나니, 해탈한 신선을...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선화는 그 맑은 품성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킨 꽃이다.'자아도취, 자만, 자애, 고결, 무심' 이 모든 것들이 수선화를 일컫는 꽃말들이다. 세상이야 눈보라 매서운 겨울일지언정 오불관언이다. 추사가 난초 못지 않게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추사가 살던 그 시절에도 이미 제주도 전역에 수선화가 흔해서 '정월 그믐 이월 초에 피'는 꽃이 삼월이 되면 산과 들, 밭두둑이 흰구름이 질펀하게 깔린 듯, 白雪이 드넓게 쌓인 듯' 했다고 한다. '소와 말에게 먹이고 발로 밟아버리기'도 하고, '보리밭에 많이 나는 까닭에 마을의 장정이나 아이들이 호미로 캐어버리고는 하는' 것을 추사는 몹시 안타까워 하였다.

 

 

그러던 추사는 마침내 수선을 방 안에까지 모시지 않았던가...

 

 

碧海靑天一解顔    푸른 바다 푸른 하늘 해탈한 듯 맑은 얼굴 
仙緣到底未終慳     신선의 연이 도저하여 끝내 감출 수 없나니   
鋤頭棄擲尋常物     호밋머리 내던져진 심상한 이 물건을 
供養窓明几淨間    밝은 창 정갈한 책상 그 사이에 모시네. 

 

 

 

 

 

 

 

 

 

 

 

 

 

● 수선화 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  | daffodil   ↘  백합목 수선화과 수선화속 여러해살이풀

검은 껍질에 싸인 달걀모양의 비늘줄기에서 잎이 난다. 끝에 막질의 불염포가 있다. 겹쳐진 비늘줄기는 난상 구형이며 외피는 흑색이고 하부에 백색의 수염뿌리가 다수 난다. 잎은 늦가을에 자라기 시작하고 4-6개이며 길이 20-40㎝, 폭 8-15mm로서 긴 선형이고 끝이 둔하며 백록색을 띠고 두껍다.

꽃은 12-3월에 피며 판통은 길이 18-20mm, 꽃대는 높이 20-40cm이고 포는 막질이며 길이 5-6.5cm이고 꽃봉오리를 감싸며 화경 끝에 5-6개의 꽃이 옆을 향해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 4-8cm이고 화피열편은 6개로서 둥글지만 끝이 뾰족하며 길이 14-15mm이고 백색이며 하부는 긴 통상이다. 덧꽃부리는 높이 4mm로서 황색이다. 수술은 6개가 덧꽃부리 밑에 붙어 있고 수술대는 길이 1mm이며 꽃밥은 길이 3mm로서 T자형으로 붙어 있다. 암술대는 덧꽃부리와 길이가 비슷하다. 씨방은 하위이며 녹색이고 3실이다. 꽃핀 후 결실치 않으므로 종자의 모양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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