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시대 건너 가기

'친북인명사전' 소동 벌이는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의 비극적 자가당착

모산재 2009. 11. 27. 10:17

 

김대중·노무현을 왜 뺐냐고? 박정희를 넣어야 하기 때문이지!

'친북인명사전' 소동 벌이는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의 비극적 자가당착

 

 

 

오늘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면서 본 한겨레신문의 한 기사는 이 땅에서 보수라고 자칭하는 자들의 수준(?, 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몰골')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이들의 자가당착적 행태를 보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다만 보기에도 안쓰러운 처절한 몸부림만 있을 뿐이다.

 

어제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라는 간판을 내건 어떤 집단(나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친북인명사전'을 내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친북인사 5000명을 대상자로 선정하였고 이 가운데 현재 활동 중인 100명을 먼저 선정해 다음달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바로 얼마 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낸 <친일인명사전>에 맞선 자칭 보수단체의 맞불 지르기 행동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터. 하지만 이들의 이런 행위는 이 땅의 보수주의자들이 아무리 벗어나려고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자신들의 원죄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어 희극적이고, 그래서 더욱 비극적이다.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100명 가운데 전직 대통령이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고영주 위원장이 "5000명 중에는 있으나 100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하자, 모여든 극우파 노인들이 "대가리를 빼놓고 무슨 친북 인사를 선정한단 말이냐.", "나라를 망친 김대중, 노무현을 반드시 1, 2 순위로 집어넣어야 한다." 고 고함을 지르면서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친북 세력들은 돌아가신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인명사전'에 넣었는데, 죽은 김대중, 노무현을 넣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항의를 했다는데, 이들의 말을 통해 '친북인명사전' 소동이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즉자적 반감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파낸다고 소동 부리던 이들 극우 집단들의 행태는 해방 후 친일세력이 청산되지 않은 이 땅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친일파와 그 후손들은 그들의 반민족적 원죄를 덮어주고 오히려 이 땅의 지배세력으로 인도해준 이승만 정권과 미국을 엎고 '반공'을 드높이 부르짖으며 항일운동과 독립국가 건설에 신명을 바쳐온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부치며 짓밟아오지 않았던가. 4.19민주주의 혁명을 진압한 박정희 정권과 민주화의 봄을 피로써 짓이긴 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지는 파쇼권력의 충견 노릇을 철저히 수행하며 이들은 후안무치한 대한민국의 '메인 스트림'이 되었다.

'민주주의'와 '통일'이란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이 메인 스트림은 '북괴의 위협', '안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수구세력이다. 그런데 그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 국무총리는 거수경례도 할 줄 모르는 군역 회피자들이고 그 이하 장관과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군대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애국심은 그들이 적대하고 경멸하는 민중들이 군대에 가서, 군대를 회피한 그들 자신과 그들의 후손들의 안전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참으로 몰염치한 '자애로운 가족애'와 동의어인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을 '친북인명사전'에 넣어야 한다고? 이 심장에 털난 사람들의 주장이 얼마나 가당찮은 것인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전쟁 때 총 들고 나선 분이라는 것으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증명하고도 남는다. 무엇보다도 이 분들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반민주독재정권이 철저히 짓밟았던 대한민국의 국체를 진정으로 민주공화국으로 복귀시키고 정착시킨 지도자들이다.

'친일인명사전'에 박정희가 들어갔다고 길길이 뛰는 사람들이여, 그가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려고 혈서를 쓴 것이 사실임은 이미 밝혀졌거니와 그가 해방후에는 남로당원이었던 것도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북한군으로부터 위협을 막는 군역을 충실히 이행한 김대중, 노무현이 '친북인명사전'에 들어가야 한다고 난리를 피운 인간들이여. 특무대장 김창룡의 회유에 같은 남로당원들을 밀고하고 사면을 받아 겨우 목숨을 건졌던 남로당원 박정희는 '친일인명사전'에 이어 '친북인명사전에' 훨씬 더 비중있게 다루어져야 할 인물이 아닌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화해를 위해 노력한 것에 쌍심지를 켜며 못마땅해 하는 친일파의 후예들의 책동은 보기에도 안쓰럽기만 한다. 다시 친일 반민족행위를 정당화하고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가기를 꿈꾸는 이들이여.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해괴한 '친북인물사전' 놀음을 그만두라.

'국가정상화'라고 했는가? 그대들이 정상적인 인간들이라면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와 통일의 길로 처음으로 제대로 들어서게 만든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민족 지도자의 진정한 본으로 삼고, 지금 민주주의와 통일을 뒷걸음질시키고 있는 이명박 정권을 질타하여 민주공화국으로 정상화시키는 데 일로매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 이른바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란 단체를 알아보니

위원장 고영주는 서울남부지검장 출신의 변호사라는데, 과거 군사 독재정권 시절 공안통으로 민주화운동으로 고초를 겪었던 사람들이 많이 만나야 했던 인물이다. 작년 이명박 정권이 주경복 교수를 밀어내며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자리를 차지하였다.

단체에는 보수성향 학자와 과거 공안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경찰, 안기부 출신 인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작년 촛불 정국이 진행되던 6월 3일 출범식에서 "친북좌익세력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빌미로 정권타도 투쟁, 민중혁명 투쟁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하며, "촛불시위는 학생들을 민중혁명으로 몰아가기 위한 워밍업단계"라 규정하고, 

"지난 10년간 좌파정부에 의해 행해진 국가안보시스템 무력화, 좌편향 시각의 과거사 활동, 역사교과서 왜곡, 전교조 등의 좌편향교육, 사회전반의 친북좌경세력 발호 등 광범위한 국가정체성 훼손 행위를 민간차원에서 재규명하여 비정상적인 대한민국을 조속히 정상화시키겠다." 고 기염을 토하였다고 한다. 전여옥이 정치권에서는 유일하게 참석하여 격려사를 하였다고 한다.

결국 이들이 지향하는 정상국가는 권력의 끗발을 마음껏 휘두르며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좌익세력으로 몰아부칠 수 있었던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국가임을 고백한 셈이다.


 

 

  

▶ 아래글은 한겨레에 실린 기사(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9977.html)를 이 블로그에 맞게 편집한 것입니다.

 

 

 

“김대중·노무현을 왜 뺐어” 친북인명사전 회견 ‘난장판’

 

보수단체 회원 항의 ‘파행’
새달 100명 명단 공개키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친북·반국가행위 인명사전> 편찬 기자회견 도중 한 보수단체 회원이 주최 쪽에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명단에서 빠졌다며 항의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그런 식이면, 때려치워!”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의 비판으로 ‘<친북·반국가행위 인명사전> 편찬 기자회견’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민간단체인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북인명사전>의 편찬 취지와 대상자 기준 등에 대해 발표했다. 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전체 5000명의 대상자를 선정했고 이 가운데 현재 활동 중이거나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100명을 먼저 선정해 다음달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파행의 발단은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전 수록 여부였다. 위원회가 ‘100명 가운데 전직 대통령이 포함되느냐’는 기자 질문에 “5000명 중에는 있으나 100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하자, 장내는 갑자기 아수라장이 됐다. 기자회견을 참관하던 보수 성향 단체의 회원 100여명이 곳곳에서 “대가리를 빼놓고 무슨 친북 인사를 선정한단 말이냐”, “나라를 망친 김대중, 노무현을 반드시 1, 2 순위로 집어넣어야 한다”는 등의 고함을 쳤다.

고영주 위원장이 “객관적인 인명사전을 만들기 위해서 1차는 반론을 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친북 세력들은 돌아가신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인명사전’에 넣었는데, 죽은 김대중, 노무현을 넣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며 더욱 거세게 항의했다. 위원회 쪽은 결국 기자들의 질문을 더 이상 받지 못한 채 40여분 만에 회견을 중단하고 퇴장했다.

한편 위원회는 이날 “1차로 선정된 100명에 대해 내년 1월까지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하고 3~5월께 1차로 <친북·반국가행위 인명사전>에 수록될 인물의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북한을 찬양하는 자를 비롯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자유시장경제 부정 △계급투쟁에 의한 민중권력·노동자권력 수립 등을 주장하는 자”를 친북·반국가행위자 선정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