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중미산 자락 풀꽃나무 산책

모산재 2009. 5. 8. 11:34

 

동호회 모임으로 찾은 한정식집, 뜨락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빤히 바라다보이는 골짜기에 그림처럼 앉았다.

 

싸다고는 할 수 없는 18,000 원짜리 한정식이 그런대로 맛깔스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원시의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에

번잡함에 찌든 심신이 헹궈지는 듯한 쾌감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덤 아니겠는가...

 

 

 

점심을 먹은 뒤에

김선생님 댁에서 놀기로 하고 일곱 분은 차를 타고 떠나기로 하는데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그냥 집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기는 아쉬워

장선생님을 꼬셔서(?) 골짜기를 따라 산을 넘어서 걸어가기로 한다.

 

 

얼마 가지 않아서 보이는 골짜기는 온통 피나물 꽃들로 환하다.

 

 

 

결국 길을 포기하고 꽃들이 핀 곳으로 들어서니

뜻밖에도 연복초와 개별꽃, 산괭이눈 등의 풀꽃들이 시야에 가득하다.

 

보통의 연복초와는 달리

이곳의 연복초는 꽃받침잎이 유난히 길고 꼬불해서

처음 보는 꽃을 만난 것인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하였다.

 

 

 

산괭이눈은 갈색의 씨앗을 쟁반 같은 씨방 위에 곱게 모시고 있는 모습이다.

 

 

 

숲그늘이 짙어서인지

개별꽃은 꽃이나 잎이 모두 연하고 여린 빛을 가졌다.

 

 

 

그냥 천남성인지 점박이천남성인지 구별이 쉽지 않은 녀석이

여기저기 새싹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엉겹결에 나를 따라나선 장선생님도

나와 비슷한 카메라로 처음 야생화 촬영을 시도해 보는데 낯설고 쉽지 않은 표정이다.

 

 

미나리냉이도 꽃이 피었다.

 

 

 

벌써 열매를 맺은 이 풀은 무엇인지...

이삭이 생긴 모양을 보면 마치 벼를 연상케하지 않은가.

 

혹시나 쌀새 식구인가 싶어 도감을 놓고 살펴보아도

왕쌀새도, 쌀새도, 참쌀새도 거리가 머니 쌀새식구는 아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인지...

 

 

매화말발도리 꽃이 예쁘게 피었다.

 

 

 

폭포 가는 길 주변에는 조선현호색이 드문드문 꽃을 피웠다.

 

 

 

예전에 빗살현호색으로 잘못 알려진 녀석이다.

 

 

신록 우거진 골짜기로 흘러내리는 폭포 물줄기는 얼마나 시원스러운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창하던 날씨가 갑자기 컴컴해지며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듯 바람도 선듯선듯 분다.

 

 

포를 밀어올린 점박이천남성을 바쁘게 담고선

산을 오르려던 계획은 포기하고 올라왔던 길을 내려가기로 한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만난 두충나무의 꽃은

언제 보아도 그 구조를 제대로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후두둑 빗방울이 바람에 날리기 시작하는데

우산을 든 채 어두운 계곡을 배경으로 환하게 핀 산괴불주머니 꽃을 담아 본다.

 

 

 

이곳의 참꽃마리는 꽃의 색상이 참으로 매혹적이다.

 

떨어지는 빗속에서도 그 아름다운 색감을 지나치지 못하여

쪼그려 앉아 느린 셔터 스피드를 손끝으로 느끼며 정성을 다해 담는다. 

 

  

 

마을까지 제법 먼 길을 걸어가는 동안 비는 더욱 거세진다.

 

 

아름다운 전원 주택 김 선생님 집에는

정성스럽게 가꾼 온갖 풀꽃나무들이 꽃들을 피우고 있다.

 

군데군데 앵초도 피었고

 

 

 

한 구석에는 뜻밖에 자주괴불주머니도 꽃을 피웠다.

 

경기도에서는 자생지가 흔치 않아 만나기 어려운 꽃인데

주인장께서는 이걸 현호색으로 잘못 알고서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는 이 녀석을 뜯어 내느라 골치 아팠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여러 선생님들을 모시고 정원을 돌면서

풀꽃나무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 된다.

 

야생화 동호회로 이름을 바꾸어야겠다며

모두들 관심 집중하며 풀과 나무들을 살핀다.

 

 

철쭉이 심어져 이는 돌계단 그늘엔

참꽃마리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이 곳의 꽃은 아까 보았던 꽃보다도 훨씬 붉은 색감을 자랑한다. 

 

 

 

사과나무 꽃은 좀 이쁘고 싱그러운가.

 

 

 

꽃이 지고 난 다음 수술을 그대로 간직한 채

꽃받침 위에 맺은 별모양의 조팝나무 씨앗이 잠시 내 눈길을 붙든다.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구름 걷힌 파란 하늘에서 맑은 햇살이 내리고...

 

 

정원에 심은 소나무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연노랑 뜰보리수 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리고 밭가에 핀 광대나물 꽃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중미산 자락 산행을 못한 아쉬움 컸지만

잠시라도 풀꽃나무로 관심을 함께 한 사람들이 있어 다행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