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감기에 온 몸이 나른한데
이노리나무 꽃 핀 모습 보고 싶어서 수목원을 찾는다.
햇살은 여름날처럼 따가운데
수목원 약초원의 화단은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붉은 빛이 강한 들현호색은
멀리서 보면 자운영이 아닐까 착각하게 한다.
이곳에 양고추냉이(horse radish)라는 것이 있는 것을 왜 이제야 발견해게 됐을까.
그늘 한 구석에는 쥐오줌풀이 벌써 꽃을 피웠다.
줄기에 털이 빼곡한 걸로 보아 이 녀석은 분명 더덕은 아닌데
소경불알일까, 만삼일까...
때를 놓치기만 했던 백작약 꽃을 올해는 운 좋게 만난다.
도깨비부채는 벌써 꽃망울이 맺히고 있다.
가래나무는 수꽃 이삭을 길게 내밀고 있는데
아직 암꽃은 보이지 않는다.
관목원의 풀밭은 제철을 만난 긴병꽃풀들 세상이다.
전에 아광나무 이름표를 달고 있었던 나무에 꽃이 핀 것을 바라보다
문득 미국산사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이노리나무 꽃을 만나기 위해 찾은 곳에는
나무는 사라지고 텅 빈 땅만 남았다.
어디로 파 옮긴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손길에 시달려 죽기라도 한 것인지...
실망스런 마음을 안고 숲 쪽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도사님과 직장 동료들을 만난다.
실습나온 교생들과 함께
이미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는 길인 모양이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하러 가자고 하는데
중도에 그러기는 어중간해서 얼버무리고 손을 흔들고 만다.
벌나무라고도 하는 산겨릅나무가 꽃을 피웠다.
이곳의 서울제비꽃은
아주 얌전한 모습이어서 눈길이 절로 간다.
가침박달이 마침내 하얀 꽃송이들을 한껏 피운 모습으로 나를 맞는다.
연초록 잎사귀와 잘 어울린 모과나무의 저 은은한 붉은 빛의 꽃은
모과의 향기처럼 싱그럽고 새콤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수목원에 있는 분꽃나무는 두 종류...
이것은 화관이 가늘고 길며 붉은빛을 띠고 잎이 비교적 얇고 갸름한데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화관이 상대적으로 통통하고 꽃이 희며 잎은 두꺼운데
서해안 섬들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예전에는 섬분꽃나무라고 불렀는데
어찌된 연유인지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분꽃나무로 통합되었다.
왕매발톱나무와 섬매발톱나무라는 이름표를 각각 달고 있는 나무는 이제 꽃망울을 달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어떤 점이 다른지를 알 수 없다.
이것은 까치밥나무로 보면 될까...
기다란 수술이 매력을 뽐내는 인가목조팝나무
멀리서 보면 다닥다닥 정신 사납게 달린 박태기나무의 꽃도
이렇게 들여다보면 좀 예쁜 것이 아니다.
양지바른 언덕엔 벌써 벌깨덩굴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두루미꽃은 벌써 꽃망울이 맺힌 모습인데
꽃 한 송이를 피운 녀석이 눈에 띄어 얼른 카메라를 들이댄다.
화려함, 그야말로 '럭셔리'한 꽃 금낭화
물푸레나무와 비슷한 물들메나무,
잎이 7장으로 지리산 반야봉 부근에 자생한다는 녀석이다.
삼지구엽초의 꽃은 참 특이하다.
깽깽이풀이나 꿩의다리아재비와 함께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풀이다.
소사나무
윤판나물
음양고비는 까만 포자를 단 생식엽이 유난한 모습이다.
꿩고비이지 싶은 녀석과 청나래고사리는
멀리서 보면 구별이 쉽지 않다...
꿩고비는 잎의 중축에 털 같은 비늘조각이 보이고,
청나래고사리는 중축이 아주 깔끔 매끈하며
깃꼴 잎의 밑부분 갈래조각이 중축을 가로지르며 가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몸이 몹시 곤하여 바쁘게 집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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