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비 내리는 덕적도, 통보리사초·좀보리사초·갯완두·분꽃나무·패모 꽃 만났네

모산재 2009. 5. 19. 00:20


비 내리는 덕적도, 통보리사초·좀보리사초·갯완두·분꽃나무·패모 꽃 만났네


2009. 05. 02. 토

 

 


 

풍도를 다녀오고 나서는 자꾸만 섬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인천에서 출항하는 배 시간에 맞춰 새벽처럼 집을 나서야 하고

섬 트레킹 하느라고 체력 소모 보통 아닐 테고

그리고 쉬지도 못한 채 근무해야 하는 부담감...

 

이렇게 미적대며 차일피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배편 예약도 않은 채 무턱대고 인천항을 향한다.

 

 

무슨 섬인들 어떠랴,

배편이 있다면 아무 거나 타자 하고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섬 여행 떠나는 인파들이 물결을 이루고 오전 배편은 모조리 매진 아닌가...

 

메이데이(05.01)-부처님오신날(05.02)-일요일(05.03)로 이어지는

연휴라는 걸 미처 생각지 못한 나의 불찰,

게다가 화요일이 어린이날이라 월요일(05.04)까지 쉬는 일터도 많지 않은가 말이다.

 

 

어쩌나 하고 덕적도행 매표소에 문의하니

오후 배편은 남아 있다 한다.

 

4시간이나 뭘 하며 보내나 고민하며 서성거리는데

매표소에서 예약 취소된 표가 생겼다며 표를 건네준다.

 

 

얼씨구나!

 

그렇게 해서 배를 타고 도착한 '큰물섬', 덕적도 선착장,

아주머니들이 다라에 싱싱한 넙치, 간재미, 낙지 등을 담아 파는  풍경이 다가선다.

 

 

 

배에서 쏟아져나온 사람들은 미리 예약된 것인지

속속 밀려드는 봉고차들을 타고 차례차례 사라진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까,

제법 커다란 섬이라는 것만 알고

별다른 정보 없이 무턱대고 들어선 섬이라 어찌해야 할지 막막...

 

버스가 다니기는 하는데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서성거리다 마침내 혼자만 남았나 싶었을 때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서는 콘도형 민박이라며 명함을 건넨다.

 

사진에 보이는 집이 제법 깨끗해 보여 얼마냐고 물으니 5만원,

다소 비싼 것 같기도 하지만 별스런 대안도 없어 오케이!

 

 

데리러 올 봉고를 기다리는 동안 말냉이로 보이는 녀석으로 마수걸이한다.

 

 

 

서포리의 콘도는 좀 후미진 곳에 자리잡고 있긴 했지만 비교적 깨끗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민박이나 콘도 등 숙박시설만 눈에 띌 뿐

그럴 듯한 가게도 식당도 없는데 이는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것!

 

별수 없이 콘도에서 메뉴라고도 할 수 없는 밥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그런데 오전까지 말짱했던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며

바람이 선들선들 불어오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후에는 비조봉 산행을 하고

내일 오전에는 북리 쪽으로 돌아보기로 했는데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별 수 없이 일정을 바꾸어

일단은 가까운 바닷가를 돌아 보기로 한다.

 

바다 쪽에서 몰아오는 비바람이 제법 거센데

해안으로 나서니 모래언덕은 온통 붓 모양의 꽃이 만발한 통보리사초와 좀보리사초 대군락을 이루고 있다.


  

통보리사초

 

 

 

 

좀보리사초

 

 

 

 

갯방풍도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꽃을 보려면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만나는 갯완두는 이제 꽃이 피기 시작하는 상태...

 

 

 

 

바닷가 모랫벌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풀꽃들을 보기는 어려울 듯하여

언덕 너머 솔숲으로 향한다.

 

내심 반디지치라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며...

 

 

살갈퀴가 핀 모습이 아름다워 잠시 눈길을 준다.

 

 

 

이것은 모습이 좀 낯설어 보이는 게 참새귀리보다는 빕새귀리나 털빕새귀리 쪽일 듯하다.

 

 

 

이고들빼기로 보이는 것,

잎모양이 깃꼴로 패인 것이 강화이고들빼기와 관련 있을까...

 

 

 

이 숲속에는 매화노루발풀이 흔한데

고향의 숲에서 보는 녀석들과는 달리 세력이 아주 대단하고 포기도 많이 커 보인다.

 

 

 

비는 하염없이 쏱아지는데

산발치에서 현호색 대군락을 만난다.

 

특이하게도 이곳의 현호색 꽃은 보락빛이라기보다는 붉은 빛이 강한데

포엽도 선형으로 깊게 갈라져 조선현호색과 분위기가 많이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현호색과 함게 어울려 피는 개별꽃도 특이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아래에서 보듯 맨 위에서만 꽃이 피는 게 아니라 두번째 마디에서도 꽃을 피웠다. 

 

 

 

두번째 이하의 마디에서 폐쇄화가 꽃을 피우는 것은 흔히 보지만

정상화가 꽃을 피우는 것은 처음 보는 걸로 기억된다.

 

 

 

바야흐로 줄딸기의 계절,

흐드러지게 핀 꽃이 비를 흠뻑 맞고도 아름답기만 하다.

 

 

 

기대하지도 않은 분꽃나무 꽃을 만나니 정말 반갑다.

 

 

 

해안 솔숲 산책로에는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저런 모습의 풍경이 보여 호기심을 끈다.

 

 

 

작은 잎과 희미할 정도로 작은 꽃이 얼치기완두인가 했더니

꽃의 모양이 긴 꽃자루에 두 송이씩 나란히 달리는 얼치기완두와는 다르지 않은가.

 

그리고 잎끝의 덩굴손이 하나뿐인 얼치기완두는 달리 여러 개이니

바로 이것이 새완두라는 거다.

 

 

 

바로 주변에 피어 있는 얼치기완두는 이렇게 꽃의 모습부터 다르다.

 

꽃이 없다면 구별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그때는 덩굴손을 살펴보면 된다.

 

 

 

인터넷에서 그렇게 흔하게 올려지는 재쑥을

희한하게도 이 섬에서 처음 만난다.

 

 

 

뭔 민들레가 피었나 했더니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멱쇠채가 공터에 떡~ 하니 피어 있지 않은가.

 

잎이 미역을 닮아서 멱쇠채라고 하는 거다.

 

 

 

아직 시각이 오후 반나절 정도 흘렀을 뿐인데

두꺼운 구름에 덮인 풀꽃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그리고 벼과의 이 풀은,

무슨 피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멀리 밭 언덕에 하얗게 핀 꽃이 보여 뭘까 하고 다가서 보니 생각지도 못한 패모인데,

이 녀석도 실물로 면대하기는 처음... 

 

 

 

스쳐 지나가는 길에 갓꽃도 한 컷~

 

 

 

 

여전히 하늘은 구름에 덮혔지만 어느 새 비는 그치고

시간이 어중간하여 갈 곳이 마땅치도 않아 비조봉 아래 산자락으로 접어든다.

 

 

등산로 입구에서 꽃이 거의 다 져가는 애기봄맞이꽃을 만나는데

고향집에서 만난 녀석에 비해서는 풍채가 많이 왜소하여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다시 만난 분꽃나무꽃

 

 

 

처음 보는 녀석이라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낚시제비꽃이 아닐까 싶은 녀석도 군락으로 발견한다.

 

 

 

이곳의 둥굴레는 꽃자루가 유난히 길다.


 

 

이 골짜기에는 애기노루귀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꽃피는 이른 봄에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산을 더 오르기에는 무리다 싶은 시간이어서

산속 무덤에서 솜나물 꽃과 제비꿀 꽃을 담고선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저수지 가는 길에 만난 유럽나도냉이꽃

 

 

 

어두운 숲에 야생으로 핀 병아리꽃나무 꽃을 처음으로 만난다.

 

 

 

어두워 오는 저녁 하늘엔 왜가리들(일까...?)이 날아들고

 

 

 

선착장 너머는 어떤 풍경일까 궁금하여 찾아가는 길,

견공 한 분이 마음에 쏙 파고들어서 기념촬영을 한다.

 

 

 

침식된 바위들이 해골 같은 해안 풍경을 잠시 둘러보고

 

 

 

꼬르륵~ 먹을 것을 달라 뱃속이 반란인데

민생고부터 해결하자고 바쁘게 숙소를 향해 돌아온다.

 

꼭 만나 봤으면 하고 바랬던 반디지치도 못 보고

비바람으로 바로 산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크긴 하지만

그래도 그리 헛되이 보낸 시간은 아니었으니 다행이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