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깽깽이풀 자생지에서 풀꽃들 만나는 기쁨

모산재 2009. 4. 20. 22:51

법주사를 돌아보고 난 다음 돌아온 숙소,

차에서 내려 뜰을 구경하다가 뜻밖에 깽깽이풀 꽃을 만난다.

 


딱 한 송이만 피어 있는 꽃!

 


딱히 갖춘 화단이랄 수 없는 곳에 이런 귀한 꽃이 피어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한데

누가 어디서 구해 심었을까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어여쁜 한 송이 꽃을 모시고 지극 정성 사진을 찍어댄다.

 


 

 


아직은 오후 반나절의 햇살이 남아 있는 시간,

가파른 뒷산을 오르며 풀꽃 탐사를 하기로 마음 먹는다.

 

 


산발치엔 낙엽을 밀고 갓 피어나기 시작한

남산제비꽃 하얀 꽃봉오리들이 군데군데 보일 뿐

그늘진 비탈에 생명의 그림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오르던 골짜기에서

청노루귀가 아닐까 싶은 것이 멀리 보여  다가서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깽깽이풀이 아닌가!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대규모 군락지와는 거리가 멀긴 해도

여기 저기 푸른 꽃을 피운 깽깽이들이 심심치 않게 늘어서 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숙소 뜰에서 보았던 깽깽이의 출처가 바로 이곳이었던 것! 

 


 

 


한창 때를 지난 것인지 더러는 꽃들이 지고

저렇게 암술이 통통하니 씨앗의 형태로 굵어진 모습도 보인다.

 


저 씨앗을 먹이로 개미들이 운반을 하는데

게미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번식을 하는 모습이 깽깽이 같다 하여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깽깽이만 더러 보이는 적막한 골짜기에

노루귀 한 송이가 홀로 피었다.

 


 

 


이 작은 골짜기에서는 가장 풍채가 좋은 깽깽이풀을 담고 나니,

 


 

 


더 이상의 풀꽃은 보이지 않고

산 너머는 어떨까 싶어 다시 가파른 산을 타고 오른다.

 

 


털대사초가 꽃이삭을 내밀고 있어

자료용으로 한방 찍었는데

저렇게 붉은 암술이 예쁘게 받치고 있는 줄은 사진을 보고서야 확인한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노루귀 군락지를 만나 호강을 누린다.

 


 


 

 


대부분 청노루귀가 피어 있는 곳엔

드문드문 흰노루귀도 섞여 있는데

 


분홍노루귀도 함께 피어 있는 것은 정말 뜻밖이다.

 


 

 


충청도 이남 쪽으로는 분홍노루귀가,

경기도 쪽에는 청노루귀가 보통인데,

이곳은 그 중간 지대이어선지 청노루귀와 분홍노루귀가 혼재하는 것일까.

 


어쨌든 청노루귀와 분홍노루귀가 함께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꽃이 진 자리에 벌써 씨앗을 단 녀석도 더러 보인다.

 


 

 


노루귀 군락지를 벗어나 산너머로 향해 능선을 오르다

해는 얼마 남지 않은데 가야 할 거리가 만만치 않아

내일을 기약하고 내려서는 길을 선택한다.

 

 


가는잎그늘사초

 


 

 


노루발풀 묵은 열매

 


 


 

 


노루발풀 어린풀

 


 

 


아주 가끔씩 매화노루발풀도 보인다.

 


 

 


더러 만나는 이 쑥은 제비쑥?

 


 

 


이것은 미역취?

 


 

 


해거름 풀섶에 군데군데 어렴풋이 보이는 노란 꽃들

양지꽃일까 싶어 다가서 보니 뜻밖에 노랑제비꽃 아닌가.

 


그리 높은 지대가 아닌 듯한데

노랑제비꽃까지 만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남산제비꽃

 


 

 


숙소 뒤 언덕에서 만나는 제비꽃은

아무리 봐도 서울제비꽃일 듯한데 자생지가 이 깊은 충청도 산골까지 넓은 것일까. 

 


그런데 이 주변 산골짜기를 이틀간 돌아다니면서도 바로 이 숙소 뒤편에서만 보았을 뿐인데...

 


 

 


그리고 의문의 이 꽃은 화엄제비꽃일까?

 


남산제비꽃과 서울제비꽃이 어울린 이곳에 이 특이하게 생긴 꽃이 몇 송이만 눈에 띄었다.

 


 

 


화엄제비꽃이라면 남산제비꽃과 자주잎제비꽃이 인연을 맺어 얻은 부처세상,

이곳에 남도 해안가에 자생한다는 자주잎제비꽃이 있을 턱도 없는데...

 


그런데 어떤 이는 화엄제비꽃이 남산제비꽃과 흰줄민둥제비꽃의 자손으로 보기도 한단다.

 


그러고 보면 법주사 입구에는 흰줄민둥제비꽃이 꽤 많이 보이지 않던가 싶다가

그런데 이곳에는 서울제비꽃이 함께 서식하고 있으니

어쩌면 서울제비꽃과 교잡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드는 것이다.

 


어쨌든 이 남산제비꽃은 애정행각이 보통 난잡한 것이 아니어서

화엄제비꽃 외에도 창덕제비꽃, 우산제비꽃, 완산제비꽃 등

여러 교잡종 자손들을 생산하여 골치를 썩게 한다.

 

 


어쨌든 이러구러 날은 저물고 숙소로 돌아온다.

 


저녁 식사 후 수련원 강당에서 장끼자랑하는 시간, 

교실에서 축 늘어져 있던 아이들이

싱그럽게 피어나는 모습을 보며

역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