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속리산 법주사 입구, 봄꽃 나들이

모산재 2009. 4. 19. 22:36

 

아이들 수련회가 있어

속리산 계곡으로 찾아들었다.

 

 

내륙 깊은 산골이라 아직은 겨울옷이 맞겠다 생각했는데

초여름 무더위 갑자기 밀려들 것을 생각이나 했겠는가.

 

 

꽃샘추위 서울 하늘 점점이 벙그는 벚꽃에 가슴 설레었는데

이곳 벚나무는 꽃맹아리만 잔뜩 매달았을 뿐 

꽃잎을 내밀려면 한 주일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수련장에 입소하기 전 먼저 들린 법주사.

 

아이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난 뒤꽁무니를 따르다가

나는 이제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의 풀꽃들 찾아보는 재미에 빠진다.

 

 

 

일주문 지난 곳에서부터 연복초로 보이는 풀들이 빼곡이 자라고 있어

혹시 꽃이 피었을까 들어선 곳에는 꽃은 보이지 않고 현호색이 여기저기 피었다.

 

 

 

 

 

 

그리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달래 꽃을 만난다.

 

 

쌀알만한 작은 꽃을 접사로 담으려니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한켠에 띄엄띄엄 보이는 산괭이눈도 꽃을 피웠고,

 

 

 

 

 

 

한참을 걸어 들어간 양지 바른 길섶에서 연복초 꽃을 만난다.

 

 

 

 

 

 

이끼로 하늘다람쥐 모형을 만든 이런 쉼터도 보이고

 

 

 

 

 

 

이어지는 조릿대 밭에는 보다 다양한 풀꽃들이 보인다. 보랏빛 현호색, 금빛 중의무릇, 하얀 줄민둥제비뫼제비꽃까지...

 

 

 

현호색

 

 

 

 

 

 

중의무릇

 

 

 

 

 

 

줄민둥뫼제비꽃

 

 

 

 

 

 

이렇게 느릿느릿 걸으며 풍광도 즐기며 풀꽃 탐사를 하고 있는데

빨리 안 오시느냐고 아이들 전화가 울리고 난리다. 

 

 

"사진 찍어야 되는데 섐 안 와서 가지도 못하잖아요..."

   

 

그래도 꽃을 버리고 갈 수는 없다. 무더기로 핀 큰개별꽃과 그늘사초를 만나 사진을 찍는다. 

 

 

큰개별꽃

 

 

 

 

 

 

그늘사초

 

 

 

 

 

 

후다다닥 달려 들어가니

먼저 들어갔던 아이들은 벌써 휭하니 절을 돌아보고 나오고 있다.

 

 

입이 나와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과 기념 사진 한방 찍고

또 바쁘게 법주사 경내를 돌며 초고속 사진을 찍는다.

 

 

 

절을 빠져 나가는 아이들을 따라잡으려니 제대로 담을 수도 없고...

 

 

 

경내에서 쇠뜨기 꽃(생식경)도 하나 담아본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법주사를 찾았다.

 

 

아이들 따라 주마간산격으로 스치고온 것을 아쉬워하며

줌마렐라 섐들이 법주사를 다시 돌아보자고 뜻을 모았다.

 

 

 

일주문 들어서는 숲길,

나는 잠시 야생화 지도교사가 되고...

 

 

어제 보았던 풀꽃들을 하나하나 챙기며 알려주는 나를 따라

풀밭에 들어선 줌마렐라들은 눈 동그랗게 뜨고 처음으로 대면하는

현호색, 연복초, 개별꽃, 중의무릇, 달래 등 작은 꽃들의 표정에 "어머나!"를 연발한다.

 

 

그리고 제대로 담길 것 같지 않은 똑딱이 카메라를 꺼내 그들의 표정을 담으려 애쓴다.

 

 

 

산괴불주머니

 

 

 

 

 

 

꽃맹아리 살짝 맺은 회리바람꽃

 

 

 

 

 

 

경내로 들어서기 전 개울가에서

옹이에 벚나무와 전나무가 뿌리를 내린 느티나무를 발견한다.

 

 

아무도 보지 않던 모습을 내가 열심히 담고 있으니

지나가던 몇몇 사람도 카메라를 들이댄다. 

 

 

 

 

 

 

대웅전 뒤 언덕의 현호색 

  

 

 

 

 

그리고 절 경내 부도밭은 온통 노란 꽃다지밭,

 

 

유채꽃밭이 부럽지 않은 풍경에

이름을 처음 알게 된 줌마렐라들이 쪼그리고 앉아

앙증스런 작은 꽃잎을 살피며 또 소녀들처럼 감탄이다.

 

 

 

 

 

 

작은 꽃 하나하나 볼품 없어도 함께 모여 핀 꽃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민중의 모습을 닮은 꽃다지,

나도 몰래 피끓던 시절 아련한 그리움으로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

     작업장 언덕길에 핀 꽃다지.

     나 오늘도 캄캄한 창살 안에

     몸 뒤척일 힘조차 없어라.

     진정 그리움이 무언지

     사랑이 무언지 알 수 없어도

     퀭한 눈 올려다 본 흐린 천정에

     흔들려 다시 피는 언덕길 꽃다지.

  

이럴 때 다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내 흥얼거림을 받아서 불러 주는 사람은 한 사람뿐,

마음 쓸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개울엔 청띠신선나비일까 싶은 나비들이 수없이 날아드는데

저 푸른 빛 도는 날개를 단 녀석들 한번 담아보자고 덤벼보지만

후끈 달아오른 볕살에 에너지를 듬뿍 받은 녀석들은

초점 맞출 시간을 당최 주지 않고 고공비행을 즐긴다. 

 

 

이쁜 나비 담기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차

줌마렐라들 나란히 서며 자기들 찍어달랜다.

 

 

내심 나비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지...

 

 

 

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누가 뭐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