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노루귀. 솜나물 피는 남한산 대모산 산책

모산재 2009. 4. 6. 00:21

 

덤불들이 깨끗이 청소된 산성길 주변 언덕은

따스한 봄햇살로 충만한데

 

어쩌다 몇 송이의 꽃들이 보일 뿐

겨울 풍경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양지꽃도 대부분 꽃맹아리인 채

이렇게 환하게 핀 한 송이가 눈길을 붙든다,

 

 

 

아직 둥근털제비꽃은 꽃부리가 검불과 낙엽에 묻혀 있는 모습인데

볕 좋은 곳에서 이렇게 고개를 든 녀석을 만난다. 

 

 

 

개쑥부쟁이로 봐야 될까,

어쩼든 쑥부쟁이임에 틀림없어 보이는 어린 싹의 이미지를 담아 본다.

 

 

 

갑자기 길 아래 숲 속에 시끄러운 새소리가 들려 눈길을 돌리니

한 쌍의 낯선 새가 날아들어 숨바꼭질하다

한 녀석은 날아가고 한 녀석만 나뭇가지에 앉아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섰다.

 

 

 

급방 날아가 버릴까 싶어 얼른 초점을 맞추는데

생각과는 달리 느긋한 포즈로 한동안 앉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우리 나라에 흔한 겨울새인 양지니(양진이)라고 한다.

 

 

이것은 물봉선 어린싹.

 

 

 

성벽 담장엔 쥐꼬리이끼로 보이는 녀석들이 잔뜩 달라 붙었다.

 

 

 

복수초 많이 피던 골짜기로 내려섰더니

기대와는 달리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들만 가득할 뿐,

 

그런데 적막한 숲 한쪽에서 생뚱스럽다 싶게 꽃을 피운 한 송이의 복수초를 만난다.

 

 

 

그리고 그 주변엔 이렇게 꽃 피울 준비에 바쁜 녀석들의 꽃대들이 늘어선 풍경.

 

 

 

할미꽃, 솜나물 피는 묏등언덕으로 가볼까 하다

그 먼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발길을 돌리고 다른 골짜기로 내려선다.

 

 

그 골짜기에서 다시 만나는 노루귀 군락!

 

아까 그늘진 언덕배기에서 보았던 꽃들보다는 훨씬 해맑고 산뜻한 표정이다.

 

 

 

 

 

계곡 아래쪽 처녀치마 몇 그루가 보였던 곳,

꽃이 피었을까 내려서보니 지난번 보았던 모습 그대로여서 실망,

 

대신 초록 구슬의 포자낭을 잔뜩 단 구슬이끼를 만나 즐거워한다.

 

 

 

나무 둥치를 덮고 있는 이 녀석은 엽상지의류로 보면 될까...

 

 

 

그냥 흔한 꽃이라 늘 지나치기만 하는 참꽃,

진달래꽃을 한번 담아보고는 산을 빠져나온다.

 

 

 

아직은 서산에 해가 넘어가기에는 두 시간은 걸릴 듯하여

할미꽃과 솜나물, 운 쫗으면 조개나물이나 보자고 대모산으로 이동한다.

 

 

진달래꽃 한번 더 담아 보고서 찾은 묏등언덕은

아주 실망스러운 풍경이다.

 

 

 

작년 가을 제초제 세례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멀리선 본 언덕은 생명들의 숨결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검은 갈색 풀밭...

 

이맘때쯤이면 묏등 여기저기 앙증스런 꽃봉오리를 떼지어 내밀던

그렇게 흔하던 할미꽃은 뿌리까지 다 썪어 버렸는지

흔적조차 별로 보이지 않는데, 

 

어쩌다 언덕 구석배기에 겨우 한 송이씩 고개를 내민 모습이  보일 뿐이다.

 

 

 

 

이맘때쯤이면 조개나물이 피던 양지바른 언덕은 잔디뿌리까지 죽음 모습이고 

역시 그늘진 한 구석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몇 포기의 어린풀만 보인다.

 

 

 

발그레한 홍조를 띠며

이제 꽃잎을 조심스레 펼치고 있는 솜나물을 담으며 허전한 마음을 달랜다.

 

 

 

 

제초제 세례도 세례이지만

땅을 파 뒤집고 잔디를 다시 입히는 묘역이 늘어나면서

양지를 좋아하는 생명들의 삶터는 눈에 띄게 파괴되고 있다.

 

풀꽃들의 천국이었던 묏등 언덕이

이제는 풀꽃들의 대학살 현장이 되고 있는 현실을

별수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