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널 때 강물에 비치는 햇살이 환하고 눈부셔
물억새꽃 갈대꽃 어떨까 싶어 오늘 탄천으로 나가 보리라 생각한다.
아파트단지 울타리에 길게 조성되어 있는 텃밭부터 지나가 볼까...
예년에 많았던 여러 가지 민트꽃들도 스테비아도 잇꽃도 보이지 않고
생강과 고구마와 토란 등 곡식과 채소 종류만 가득해서 서운하다.
혹시 고구마꽃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싶어 맴을 한참 돌았지만
서울에선 볼 수 없는 꽃인지 짐작대로 허탕이다.
메마른 땅인데도 한 구석에 미나리가 꽃을 피우고 있어
렌즈를 바짝 들이대고 수술, 암술을 잡아 본다.
늘 그 자리에서 자라는 숙근성 아스파라거스,
이 녀석을 방울비짜루와 구별하는 눈을 가졌다면 대단한 실력자...
열매를 단 암그루 모습은 보이지 않아 수그루의 수꽃을 들여다 본다.
나무를 타고 오른 새콩 덩굴이 그럴싸한 모습이어서 나를 유혹한다.
그리고 퇴근 차량들이 밀려드는 다리를 건너 탄천으로 접어든다.
미국쑥부쟁이가 한창 흐드러지게 피었고 꽃등에가 한가로이 날아든다.
때늦게 핀 부처꽃도 심심치 않게 보이지만
여름처럼 풍성한 꽃을 볼 수는 없다.
공원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한 벌개미취이지만
꽃이 지닌 매력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초여름부터 피는 갈퀴나물이
이 가을 천변 언덕배기에 덩굴을 이루어 화려하게 피었다.
그리고 때 아니게 꽃을 피우는 꼬리조팝나무
남미 팜파 초원에서 목초 알팔파로 더 알려진 자주개자리
그리고 자주개자리 꽃 위에 앉은 이 팔랑나비는 줄점팔랑나비...?
벌사상자...
그리고 산책로를 따라서 디자인하듯 심은 풀들이 풀협죽도 식구로 보이는데
키가 워낙 낮아 헷갈리다 꽃을 보니 빈카인 듯 싶다.
돌콩들이 얼마나 무성히 번식하였는지
억새 우거진 풀밭엔 털복숭이 돌콩 열매들로 가득하다.
갑자기 하늘에 요란한 폭음을 내며 전폭기들이 나타나 낙서 같은 흔적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국군의 날이다.
기대했던 만큼 장관이 아니었지만
물억새꽃 핀 풍경은 편안하고 아늑하기만하다.
갈대꽃도 보자고 나선 길인데
내가 겉는 길 주변엔 물억새만 가득하다.
자귀풀은 꽃철을 훌쩍 지나 조랑조랑 열매를 달았다.
꽃을 살짝 피운 앙증스런 붉은토끼풀
비슷한 벌개미취 속에 피어 있어서 헷갈리게 만드는 좀개미취 꽃.
벌개미취에 비해 꽃이 작지만 꽃송이는 훨씬 탐스럽다.
외래종으로 보이는 벼과의 이 풀은 무엇일까...
개기장인지 미국개기장인지 찍어 놓고 보니 헷갈린다.
요 녀석은 돌피로 보면 될까.
되돌아오는 길,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모래톱 주변 얕은 물에는 팔뚝만한 잉어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서늘한 북서계절풍 따라
청둥오리떼 왜가리들이 날아들 날이 머지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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