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수락산의 초여름 풀꽃나무, 노강서원, 서림사

모산재 2008. 6. 27. 22:50

토요일이다.

 

감자난초 생각이 간절하여 오늘은 천마산으로 출동할까 마음먹고 있었는데,

조 선생으로부터 난데없는 문자가 날아든다.

 

무슨 난수표도 아니고, 복권번호도 아니고, 그렇다고 IP 주소도 아닌 듯한데,

네 개의 숫자만 달랑 적힌 문자가 액정 속에서 반짝거리지 않느냐 말이다.

 

암호를 풀이하느라 낑낑대다 자리에 앉은 다른 동료들에게 과제를 넘겨

한바탕 난리를 치는데 별 수 있겠는가...

 

답답하여 전화를 했더니 내게 보낼 문자가 아닌데 실수였다는 거다.

 

그러더니 오늘 제교장님과 수락산 가기로 했으니 그리로 오란다.

 

그리하여 천마산행은 일단 미루고

예정에 없던 수락산으로 향한다.

 

 

장암 입구의 밭에는 감자꽃이 피었다.

꽃이 자짓빛인 걸로 보아 땅속줄기(감자)도 자짓빛이지 싶다.

 

 

 

감자밭 가까운 곳에 박세당 고택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들러 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치고 마는데,

나중에야 가볼 걸 그랬나 싶다.

 

좀 뒤에 만나게 될 노강서원의 주인공 박태보의 아버지가 바로 박세당임을 알고서야...

 

박세당은 소론 계열로 명분론보다 의식주와 직결되는 실질적인 학문을 역설하며 노론인 주자학적 명분론을 고집하는 송시열과 정치적으로 대립하다가 결국 "위로는 주자를 모멸하고 아래로는 송시열을 욕되게 했다"며 노론으로부터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낙인 찍히면서 비참한 최후를 마친 분이다. 그의 반주자학적인 경학사상은 정약용에게 이어져 다산경학(茶山經學)의 연원이 되었다.

 

등산로로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만나는 꽃은 조록싸리,

이곳은 싸리라고는 조록싸리밖에 없는 듯 지천으로 꽃이 피었다. 

 

 

 

그리고 계류를 앞에 두고 나타나는 노강서원,

노인 분 몇 분이 의자에 앉아 지키고 있다가 꼭 들러보고 가라며 팸플릿을 준다.

팸플릿에 하단에는 '반남박씨대종중'이라는 글이 박혀 있다.

 

이 서원의 주인공인 정재 박태보의 후손들이 아닌가 싶다.

 

 

노강서원

 

숙종 때 문신인 박태보(1654~1689)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1689년에 세운 서원으로, 1697년애 숙종이 사액(賜額)하였다.

원래는 노량진에 있었으나 한국전쟁으로 불타 사라지고 40여 년 전(1968년) 이곳 수락산 골짜기로 옮겨 복원하였다고 한다.

 

 

 

넓지 않은 골짜기에 어울릴 정도로 서원 건물의 규모는 작고 아담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전설도 있다.

 

젊은 시절 잘 생긴 박태보를 흠모하던 한 여인이 박태보의 양친을 뵌 뒤에 출가한 부녀처럼 쪽진 머리를 하고 다녔다. 먼 뒷날 장희빈의 모함으로 인현왕후가 폐비되는 사건이 일어나자(숙종, 1689) 이를 간하는 상소를 올렸던 박태보는 진도로 귀양가게 된다. 귀양가는 길 국문시 입은 화상과 장독(杖毒)과 화상이 심해 노량진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 때 이 여인이 나타나 박태보는 이 여인의 손을 잡은 후 목숨이 다했다. 그 후 인현왕후가 궐로 돌아오고 노강서원이 완성되던 날, 그 여인은 소복을 입고 나타나 서원 뒤 서까래에 목을 매달아 죽었다고 한다.

 

 

노강서원을 후딱 돌아본 다음 다시 길을 재촉한다.

 

길가에 핀 벼룩이자리 꽃을 오랜만에 담아본다.

 

 

 

그리고 나타나는 석림사(石林寺) 일주문.

 

이곳에서 기다리다 제교장님 일행을 만나기로 하고 절 구경을 하기로 한다.

 

 

 

회양목에 앉은 나비 한 마리

 

 

 

그리고 아름드리 느티나무 뒤로 나타나는 석림사 전경.

 

느티나무 줄기가 저렇게 붉은 빛이 비치는 것이 경이롭다.

 

 

 

석림사는 봉선사의 말사이다. 신라말 고승 석현이 창건한 고찰이지만 조선 후기 매월당 김시습이 읊조린 석림암기만이 남아 있을 뿐 현재 옛 유구는 찾을 수 없다. 반남 박씨 박세당가의 원찰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절을 둘러보아도 옛 자취라곤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절 마당에 핀 병솔나무 꽃

 

 

 

그리고 절마당을 차지한 개미자리꽃

 

 

 

좀어리연꽃일까, 작은 수조 속에 자라고 있다.

 

 

 

마찬 가지로 수조 속에 자라는 작은 연꽃.

이름이 뭔지...

 

 

 

이게 토종 개구리밥이다.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뜻밖에 장O순 님이다.

 

먼저 수락산을 타고 내려오다가 우연히 나를 발견하고 소리한 것이다.

 

그리고 좀 있다 제교장님 일행이 도착하고

서로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선

합류한 우리는 절을 나와 수락산 정상을 향하여 이동하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만나는 나비 한 마리가 시선을 끈다.

 

윗날개는 흰색 바탕,

아랫날개는 노랑색 바탕,

그리고 그 위에 커다란 검은 점들이 점점이 박힌 이 나비는 누구이던가... 바로 뒷노랑점가지나방.

 

 

 

숲그늘에 외줄기 이삭을 단 이 녀석은 김의털이지 싶다.

 

 

 

 

<다음 글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