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 1> 여객선에서 바라본 울릉도
2007. 07. 23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
<후략>
학창 시절 청마 유치환이 좋았다. 그의 시집을 사서 시를 달달 욀 정도로... 그의 과묵한 성품이 좋았고, 그리움에 갇힌 그의 사랑법이 좋았다. 그런 그의 모습이 어쩌면 '동쪽 먼 심해선 밖'에서 '창망한 물굽이에' '사념의 머리를 씻기우'는 울릉도와 같은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춘기 시절의 감성이었으리라. 아직도 그의 정조에서 벗어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나는 이 시의 뒷부분은 생략한다. 그가 '살았고' 내가 '자랐던' 시대, 숨막히게 했던 국가주의적인 냄새가 느껴져서이다. 이제 내가 울릉도에 가서 보고 느끼게 될 것은 유치환의 시 세계와는 아주 다른 것... *** 어찌하였건, 나는 꿈에도 그리던 울릉도를 향해 간다. 여행사 팀장은 어제 일에 다시금 사과를 하면서 9시에 출발하는 울릉도행 여객선 표를 손에 쥐어 준다. 어제 배를 타지 못했던 일행들도 모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배에 오른다. 어제 시간을 함께 보냈던 두 아가씨의 모습을 여객선을 배경으로 '자연스레' 담아 보았다. 처음 가 보는 뱃길... 언제부터인가 여행 가기 전에 미리 공부하는 버릇까지 버렸다. 선입견 없이 사물을 대하니 새로워 좋긴 한데, '객관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지나치는 일이 많아 나중에 후회하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어쩔 수없는 일이다. 대신 카메라가 있으니 열심히 셔터를 눌러 놓으면 나중에라도 후회를 덜하게 되리라. 배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진기에 이물질이 끼어 그것을 제거하느라고 시간이 지체되었다. 망망대해로 여객선이 달리는 동안 잠시 졸았는가 싶은데 어느 새 울릉도가 뱃머리에 다가와 섰다. 혹시나 싶어서 도동항에 입항할 때까지 점차로 가까워지는 해안의 풍경을 열심히 담아 두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울릉도의 서남쪽 풍경은 거의 담은 것 아닌가!
왼쪽 끝 태하로부터 오른쪽 끝 도동 망향봉까지...
물론 유람선을 타고 해안선을 따라 도는 것이 더 멋있을지야 모르지만
이렇게 따로 돈 들이지 않고 멀리서 섬 전체의 윤곽을 돌아보는 것도 얼마나 좋은가!
이제부터 차근차근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 이동하며
울릉도의 서남해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여행을 마친 후 울릉도 지도와 대조하면서 확인해 보았다.)
왼쪽 끝은 울릉도의 서쪽 끝, 황토구미가 있는 태하항으로 보이고
(그런데 맨 끝 바다 위 점으로 보이는 것은 섬일 듯한데,
울릉도의 서쪽에는 섬이라고는 없으니 북쪽 해안 추산리의 코끼리바위일까...
만일 그렇다면 항로가 약간 북서쪽에서 남동쪽 방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된다.)
가운데 바위 절벽이 길게 보이는 곳이 학포의 만물상으로 보인다.
오른쪽 끝은 울릉도 최남단 가두봉 등대.
그 바로 왼쪽 희미하게 하얀 선으로 보이는 곳이 서면의 소재지 남양.
멀리 맨 왼쪽에 보이는 것이 곰바위.
여기서 동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울릉도 서면의 소재지 남양이 나온다.
곰을 닮은 곰바위를 당겨서 담아 보았다.
해안으로 달리던 도로는 곰바위 앞에서 절벽을 만나서 더 진행을 하지 못하고
나선형 고가다리(수층교)를 올라서 곰바위 뒤 산허리를 넘어서 학포로 가게 된다.
이곳이 남양이다.
서면의 소재지로 울릉도에서 가장 먼저 눈이 녹는 땅으로 볕바라기가 좋은 곳이다.
왼쪽에 낮게 솟아 있는 작은 바위봉우리가 투구봉인데,.
우산국 우해왕이 신라의 이사부에게 항복을 결심하고 벗어 던진 투구가 바위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이어서 오른쪽으로 나타나는 통구미와 거북바위
오른쪽은 울릉도의 최남단으로 가두봉 등대가 아주 희미하게 보인다.
통구미와 거북바위가 보인다.
지형이 양쪽으로 산이 높이 솟아 골짜기가 깊고 좁아 통처럼 생겼다 하여 桶邱尾라 부르기도 하며,
마을앞 거북모양의 바위가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듯한 모양을 하고 있어 거북이가 들어가는 통과 같다 하여 桶龜尾라고도 쓴다.
포구앞 바다에 솟아 있는 바위는 거북이를 닮았다고 하여 거북바위라 부르는데, 낚시터로 유명하단다.
울릉도 최남단 가두봉 등대를 돌아서 동북 방향으로 접어들게 된다.
가두봉 등대를 돌면 울릉읍에 속하는 사동 항구가 나타난다.
사동 앞 바다에는 인공 방파제를 만들어 울릉신항을 건설하고 있는 중이다.
마을 앞 바다에 새로 만들어진 방파제가 보인다.
사동은 마을 뒷산의 모양이 사슴이 누워있는 것 같다고 하여 와록사(臥鹿沙)라고도 하고,
옥과 같이 모래가 바닷가에 누워있다는 뜻에서 와옥사라고도 하였다.
지금은 모래가 많다는 뜻으로 모래사(沙)자를 써서 사동이라 한다.
드디어 망향봉이다.
1882년 고종의 울릉도 개척령 공포로 이주했던 개척민들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봉우리이다.
여기를 돌아서면 바로 도동항이 나온다.
도동항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동굴까지
해안선을 따라서 아담한 산책로가 나 있다.
드디어 도동항!
왼쪽으로는 망향봉, 오른쪽으로는 행남봉 사이에 작은 만을 이루며 앉은 울릉군의 도심이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신선한 풍경에 감동이 절로 밀려온다.
제일 먼저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까마득히 솟아오른 행남봉 봉우리를 따라 만발한 참나리꽃들.
배에서 내려 먼저 숙소부터 정한다.
관광안내소 부근에서 어쩔까 하고 있으니
어느 수더분한 아저씨가 이끄는 대로 근처 2층집 방을 쓰기로 한다.
먼저 섬으로 들어갔던 후배와 일행들을 만나야 하는데,
전화를 했더니 점심을 먹으며 기다려 달란다.
근처 식당에서 먹은 홍합밥,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만원이나 하는 밥값이 너무 비싸다.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나서 찍은 사진이라 좀...)
껫잎처럼 담근 이것은 '명이'라는 것인데,
울릉도 산야에 많이 자생하는 산마늘 잎이다.
개척민들이 이것을 뜯어 먹으며 '명'을 이어갔다고 해서 '명이'라고 불렀다 한다.
맛이 독특한데, 뒷맛이 개운해서 자꾸만 젓가락이 가게 된다.
점심을 먹고 있으니 5명의 여인들에 둘러싸인 후배가 들어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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