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대모산의 피칸, 타래난초, 붉은바위취, 연잎꿩의다리, 패랭이꽃, 솔나물, 수강아지풀

모산재 2007. 7. 4. 21:42

 

 

2007. 07. 02

 

 

 

 

장마다.

 

 

살짝 날이 개었다 싶으면 금방 또 빗방울이 후두둑 듣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날들이면 맨살이 닿는 곳은 어디나 물기가 느껴져서 불쾌하기 마련인데 

다행스럽게도 빗방울이 습기를 씻어내리는지 오히려 시원스런 느낌조차 든다.

 

 

오늘은 학교를 일찍 마치고 돌아와서 대모산을 넘기로 한다.

 

아무래도 지금쯤 하늘을 향해 분홍빛 실타래를 풀어 놓고 있을

타래난초가 제대로 피고 있을 것만 같다.

 

 

잔뜩 찌푸리고 있는 하늘이 걱정스럽지만

손이 먼저 카메라를 집어 들었고

발이 앞서서 등산화를 신고 있다.

 

 

 

버스 타러 나가는 길 아파트 단지 울타리,

청초한 무궁화꽃에 잠시 마음을 빼앗긴다. 

 

 

 

 

 

 

늘 다니던 등산로 입구 길 옆에서 잎모양만 보고 참죽나무인 줄 알고 사진을 찍은 나무.

그런데 달린 열매가 참죽나무와는 다른 낯선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숲'에서 박상진 교수에게 문의한 결과 피칸이라는 나무라는 걸 알게 된다.

호두나 가래나무와 비슷한 가래나무과의 교목.

 

모양만 다를 뿐 호두 열매와 같은 견과류인데 씨앗이 땅콩처럼 생겻다고 한다.

 

 

 

숲속 풀섶에 원추리가 피었다.

각시원추리인지 애기원추리인지 구별이 어렵다.

 

 

 

 

 

 

석잠풀 꽃의 색감이 화사한데,

사진으로 담고 보니 그 화사함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가죽나무 잎새에 이 얼룩무늬의 이 곤충은 무엇일까...

 

 

 

 

알고보니 이 곤충은 가죽나무를 먹이식물로 삼아 엄청나게 번식하는 주홍날개꽃매미의 약충.

중국에서 들어와 많은 나무들을 고사시키는 해충이란다. 

 

산 허리를 돌아가는 숲속 길가에 너른 묏등이 나타나고

타래난초 몇 포기가 꽃을 피웠다.

 

 

이 녀석을 담는데, 후두둑...

 

 

먹갈색의 나비들이 떠들석하게 날아다니고

빗방울이 살짝 듣는가 했더니 제법 굵어지기 시작한다.

 

 

 

 

 

 

늘 다니던 산 너머 농장 길엔

이스라지 원예종인지 새빨간 열매가 탐스럽게 달렸다.

(나중에야 이스라지가 아닌 당옥매라는 걸 알았다.)

 

맛이 그다지 달지 않고 싱겁지만 먹을 만하다.

 

 

 

 

 

 

망초가 나도 꽃이요, 하고 외치는 듯

희미한 하얀 꽃잎을 촘촘히 달고 있다.

 

 

 

 

 

 

 

아직 가을을 말하기에는 너무도 거리가 먼데

코스모스가 활짝 핀 채 비에 젖었다.

 

 

 

 

 

 

황금달맞이꽃이 비를 맞으니 우울한 표정이다.

 

 

 

 

 

 

쑥갓인 듯한데, 쑥갓이 아닌 것처럼 제법 귀티나게 피었다.

 

 

 

 

 

 

꽃댕강나무도 아직 꽃을 달고 있다.

 

 

 

 

 

 

남천도 핀 지는 꽤 되어 보였지만

아직도 남아 있어서 반가웠다.

 

 

 

 

 

 

이건 좀마삭줄이고

 

 

 

 

 

 

이것은 일본조팝인 듯하다.

 

 

 

 

 

 

이것은 뭔지 잘 몰랐는데,

알아보니 '붉은바위취'라고 불리는 휴케라(Heuchera sanguinea)라는 원예종 꽃이란다.

 

 

 

 

 

 

 

다른 것일 거라고 생각하고 담았는데

아무래도 송엽국인 듯하다. (꽃이 다 피면 분명해지겠지만...)

 

 

 

 

 

 

연잎꿩의다리까지 피었네...

키가 아주 작아 한뼘 겨우 넘을 정도.

 

 

 

 

 

 

저 밭둑 건너 나무 위에 다람쥐 한 마리가 올라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살짝 외면한다.

 

 

 

 

 

 

드디어 못골 마을 뒤 넓은 묏등에 들어섰다.

 

 

제일 먼저  나를 반긴 것은 나비, 이름은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분홍빛 패랭이꽃이 곳곳에 피었다.

 

 

 

 

 

 

 

솔나물꽃도 한창이다.

 

 

 

 

 

 

 

 

묏등은 계속된 비 탓인지

온갖 풀들이 숲을 이루어서인지 타래난초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고삼(느삼, 또는 도둑놈의지팡이라고도 불린다.) 꽃은

거의 끝물로 대부분이 지고 있고 이 녀석만 싱싱함 모습이다.

 

 

 

 

 

 

갈퀴나물도 화사하게 피었다.

 

 

 

 

 

 

우거진 수풀을 헤매다가 드디어 타래난초를 발견한다.

작년에 비해 눈에 띄는 개체수가 많이 적다.

 

 

타래난초를 만나고자 했던 목적을 이루었으니

그래도 만족스럽다.

 

 

 

 

 

 

 

 

 

다른 풀들 속에 갇혀서 자라는 특성 때문에

전초를 담기가 아주 힘들지만 시도해 본다.

십여 장을 찍어서 가장 좋은 상태인 것이 바로 이것.

 

 

 

 

 

 

며느리밑씻개 꽃이 피었는데,

노린재 한 마리가 놀고 있다.

 

 

 

 

 

 

며느리밑씻개와 비교해보라는 건지

바로 옆에는 며느리배꼽꽃이 피었다.

 

 

며느리밑씻개꽃이 아름다운 붉은 색깔로 꽃잎을 살짝 벌리는데 비해

며느리배꼽꽃은 수더분한 연두색으로 꽃잎이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며느리밑씻개풀이 잎자루가 잎밑에 바로 붙고

동그란 턱잎이 아주 작은 데 비해

 

 

 

 

 

 

며느리배꼽꽃은 잎밑에서 3~5mm 정도 안쪽의

T자 잎맥의 교차점에 잎자루가 붙어 있고,

동그란 턱잎이 며느리밑씻개에 비해 훨씬 크다.

 

 

 

 

 

 

푸른 줄기를 뽐내며 묏등 한쪽에 꽃을 피우고 있는 녀석이 토종 자리공일까 했는데

꽃이삭이 구부러진 것을 보니 미국자리공이다.

 

 

토종자리공을 만나 보기는 힘든 것일까...

 

 

 

 

 

 

 

 

등골나물도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직전이다.

 

 

 

 

 

 

 

댕댕이덩굴도 뒤늦게 개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가뜩이나 흐린 날씨에다

벌써 6시가 넘어서면서  어둠이 슬그머니 들어서는 느낌...

 

 

 

밭으로 이어지는 곳에는

서로 다른 강아지풀들이 모여서 비교해 보라고 소리치는 듯하다.

 

 

조 이삭처럼 이삭이 크고, 잎새 또한 크고 늠름한 수강아지풀 

 

 

 

 

 

 

그리고 길다란 금빛 이삭을 쳐들고 있는 이 녀석은 금강아지풀

 

 

 

 

 

 

그리고 이 녀석은 그냥 강아지풀

 

 

 

 

 

 

어둠이 밀려드는 숲을 지나 산을 되넘어서 돌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