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그 골짜기에 자주괴불주머니가 살고 있었네

모산재 2007. 5. 17. 21:57


그 골짜기에 자주괴불주머니가 살고 있었네


2007. 04. 30  월요일

 


 

오전 근무가 끝나자마자 배낭을 메고 산으로 달린다.


오늘은 늘 다니던 등산로를 포기하고

새로운 등산로인 가장 왼쪽길을 선택하기로 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길을 벗어나 계곡 쪽으로 들어서는데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계곡 가득 자주괴불주머니 보랏빛 꽃물결을 이루고 있잖은가!


깜짝 놀라 눈을 부비고 바라봐도 틀림없이 자주괴불주머니다.

 

저 남쪽에서 꽃소식으로 전해오던 꽃이

내가 늘 찾던 바로 그 산의 계곡에 자생하고 있었던 거다.

 

 

 

나도냉이가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근처엔 벌씀바귀도 한번 쳐다봐 달라고 방긋 웃는다.

 

 

 

계곡 언덕 위에 날렵한 잎새를 배경으로 솔붓꽃으로 보이는 보랏빛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바로 아래 바위를 의지한 매화말발도리 꽃은 갓 세수한 듯한 해맑은 얼굴을 드러냈다.

 

 

 

바로 옆에는 밀나물 수술 꽃밥이 마치 별리 반짝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계곡에는 병꽃나무 꽃들이 한창이었고

 

 

 

드문드문 붉은병꽃나무도 구색을 갖추고 꽃을 피웠다.

 

 

 

키높이보다 낮게 반송처럼 퍼져 꽃을 피운 이 녀석은 콩배나무가 아닐까 싶다.

 

 

 

미나리아재비는 등산로 옆 풀섶을 차지하여 하늘거리는 노란 꽃을 피웠다.

 

  

 

 

줄딸기가 도화선을 타고 흐르는 불꽃처럼 꽃불을 지피고 있었다.

 

 

 


길을 잘못 선택했나 싶게 별스런 생명들이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를 벗어나 계곡에서 좀더 높은 위치를 더듬어 가는데

언뜻 말나리일까 싶은 어린싹이 무더기로 보인다.


궁리 궁리해보니 아마도 제비난이 아닌가 싶다.

(나중에 나도잠자리난임이 확인되었다.)

 

 

 

이름도 모르면서 일단 사초를 담아 본다.

 

개찌버리사초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암꽃이삭이 짧은 것이 아무래도 개찌버리같다.

 

 

 

 

그럼 이것은 또 뭘까...?

모르겠다. 찾아보고 공부해야 하는데....

 

 

 

개복사나무는 꽃이 늦게 피는 것인지

아직도 꽃이 한창이다.

 

 

 

이 나무는 신갈나무인지 떡갈나무인지... 

 

 

 

다시 계곡으로 들어서니 참꽃마리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개별꽃은 하얀 꽃을 여러 송이 달고 있다.

 

 

 

흰털괭이눈 무성지가 무성하게 진을 친 아래쪽에

산괭이눈이  쟁반 같은 씨방 위에 씨앗을 가득 담고 있는 흥미로운 풍경이 눈에 띄었다.

 

흰털괭이눈은 꽃 피운 흔적조차 없는데

어찌하여 산괭이눈만 홀로 열매를 단 것일까.

 

 

 

흰털괭이눈 씨방과 씨앗

 

 

 

이것은 무슨 이끼인가...

 

 

 

아직도 싱싱하게 피어 있는 귀룽나무꽃이 있어 담아 본다.

 

 

 

꽃잎이 6개인 매화말발도리 꽃이 보여서 한 컷...

 

 

 

 

산등성이 가까운 곳, 바위들을 병풍처럼 두른 곳에

애기나리꽃들이 떼로 피었다.

 

 

 

산의 아래쪽에서는 꽃이 진 모습만 보이던 제비꽃들이

기온이 낮은 산등성이쪽에 가까워지자 싱싱한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다.

 


고깔제비꽃

 

 

 

 

태백제비꽃

 

 

 

 

그리고 족도리풀도 꽃이 한창이다.

 

 

 

 

이건 개구리발톱처럼 보이는데, 남도에서만 자생하는 것이 여기에 설마 살라고...?

그렇다면 꿩의바람꽃으로 보는 게 맞을 듯...

 

 

 

꽃이 지고난 뒤 잎만 남은 노루귀의 모습도 아름답기만 하다.

 

 

 

 

앞에서 본 매화말발도리는 꽃잎의 가장자리가 밋밋했는데

이 녀석은 불규칙한 물결무늬를 이루고 있다.

 

천마산에서 본 것도 이러게 두 종류가 있었는데,

과연 같은 종인지 다른 종인지...

 

이를 제대로 설명한 자료가 없어 안타깝다.

 

 

 

 

이건 참나물로 봐야겠지...

 

 

 

 

숲그늘 속에 백당나무가 아닐까 싶은 떨기나무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혼자 자라고 있다.

 

 

 

둥근갈퀴다, 큰잎갈퀴다 혼란스런 갈퀴...

(그러나 나중에 개갈퀴 어린 모습으로 확인되었다.)

 

 

 

풀꽃들만 보고 걷고 걷다보니

어느덧 산등성이 산성이 있는 곳에까지 이르렀다.

 

이제부터는 성길을 따라가며 

성벽을 의지하고 볕바라기하며 피어난 꽃들을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