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낚시꾼들, 산을 오르고...

모산재 2007. 5. 7. 20:50

낚시꾼들, 산을 오르고...

2007. 04. 28 (토)

 

 

 

그 누구냐,

거시기 감독이 만든 '섬'이란 영화의 여러 장면들이 자꾸 떠오르지 않더냐.

 

강태공들이 낚시 하느라 어둠에 잠겨 있는 시간

좌대의 좁은 방에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혼자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다.

강태공들은 밤늦게 자리에 들고서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찌만 바라보고 있다.

 

임 섐이 라면을 끓이고 햇반을 데우고 해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입맛이 별로라서 그냥 생략하려는데

남은 삼겹살까지 마저 구워서 소줏병을 들고 잔까지 돌리는 바람에

해장 소주도 마시고, 햇반도 반쯤 먹고...

 

한결 잔잔해진 호수에 아침햇살을 받고

산과 숲이 물속에 물구나무를 서고 투명하게 잠겼다.

 

 

 

 

저 왜가리 녀석은 아침식사차 물고기 사냥을 하고 있다.

 

물가에 나온 붕어들을 조심스럽게 잡아채려고

살금살금 목을 길게 빼고 접근하는 모습이 경건하기조차 하다. 

 

 

 

 

그리고 다시 입질이 제대로 시작된 것인지

연방 찌들이 슬며시 솟아오르곤 한다.

 

손바닥보다 큰 붕어들이 연방 잡혀 나오니

강태공들은 도무지 떠날 생각을 않는다.

 

 

낚시꾼들 산으로 오르다

 

9시를 넘기고서야 낚싯대를 걷고 철수한다.

 

엊저녁 삼지구엽초와 취나물 맛을 보더니

모두 산으로 가잔다. 

 

어제 갔던 곳을 피해서 좀더 깊고 높은 골짜기로 우루루 몰려가는데,

꽃과 풀을 만날 때마다 경이로운지 내가 아는 체를 많이 해야 했다.

 

산발치 개울가에 자라는 이녀석은 초롱꽃의 어린풀일까...

 

 

 

 

정말 요 녀석은 털제비 비슷한데도

잎 뒷면이 붉은 기운이 없으니 이름을 불러 주기가 망서려진다.

 

 

 

 

개울을 따라서 병꽃나무가 지천으로 피기 시작했고

 

 

 

 

금붓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다.

 

 

 

 

잎뒷면이 붉은 자주잎제비꽃은 남도에만 사는 것인데,

이 녀석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잎 앞면의 무늬와 둔하지 않는 톱니는 알록제비꽃일 수도 없는데... 

 

 

 

 

산 골자기 입구는 예외없이 하얀 조팝나무 꽃으로 대궐을 이루고 있다.

 

 

 

 

드디어 골짜기로 들어서면서

사람 키 두 배는 더 되는 나무에 달린 새하얀 꽃을 만난다.

 

이아무개 섐이  야광나무 같다고 하는데, 그런 것 같다. 

 

 

 

 

백선이란 것을 이름만 들었지 그 이미지를 제대로 몰랐는데,

바로 이 녀석 덕분에 백선의 정체를 확인한다.

 

꽃대를 밀어 올리고  있는 걸 보면 곧 꽃이 필 것 같다.

 

 

 

 

능선을 타고 오르며 모두들 취나물 뜯기에 바쁘다.

그리고 간간히 나타나는 삼지구엽초 잎을 따서 맛보기도 하며...

 

산능선으로 올라서자 각시붓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나무를 타오르고 있는 푼지나무는 가시를 감춘 채 꽃 피울 준비를 하는 듯...

 

 

 

 

병꽃나무가 제대로 핀 모습

 

 

 

 

다시 산을 내려오니 어김없이 나타나는 조팝나무꽃숲

 

 

 

 

내려오는 양지바른 길가 산언덕엔 선밀나물꽃

 

 

 

 

따스한 무덤 풀밭엔 제비꽃

 

 

 

 

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신 아무개 섐네 폐가 별장으로 향한다.

중간에 점심식사를 위해 쌀도 사고, 붕어찜을 할 재료도 구하고... 

 

 

집 주변에서 만난 생명들

 

허물어진 집의 담장 너머 빈 밭에는

애기 매실들을 알뜰히 매단 매실나무들이 섰고

그 가운데 둥글레, 매발톱꽃, 산마늘 등 몇 가지 야생화들이 자라고 있다.   

 

뜻밖에 너풀너풀한 잎새들을 자랑하는 깽깽이풀이 한 무더기 자라고 있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몰래 피우고 있었을 하늘거리는 꽃들이 그림으로 절로 떠오른다.

 

방금 전 여기에 식구가 더 늘었다.

 

내가 그토록 압력을 넣었건만

아까 산에서 내가 보지 않을 때 이 집 쥔장이 살짝 캐온 삼지구엽초.^^

 

그리고 모과나무 몇 그루,

못생깅 열매가 과일가게 망신시킨다는데 

꽃은 더 이상 상큼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한다.

 

 

 

 

집 뒤꼍에는 나이 먹은 배나무에 화사한 흰 꽃

 

 

 

 

담장 밖에는 박태기나무 붉은 꽃

 

 

 

 

블록 담장에는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푼지나무 꽃망울

 

 

 

 

 

집 앞 길 건너엔 아름드리 전나무

 

 

 

 

그리고 밭으로 이어지는 이웃집 정원에서 만나는 많은 꽃들...

 

가지가지에 흐드러지게 핀 보리수나무 노란 꽃

 

 

 

 

하늘하늘 늘어진 꽃송이들이 수양벚나무일까

 

 

 

 

손수건처럼 시원스럽게 핀 병아리꽃나무 하얀 꽃

 

 

 

 

 

 

임 섐은 붕어배를 따고,

이 섐은 쌀을 씻어 코펠에 안치고

쥔장 신 섐은 붕어찜을 위한 요리 준비를 하고

홍 섐은 물을 긷고 쥐장 일을 보조하고

그리고 허리가 시원찮은 오 섐은 뭘했더라...

 

붕어찜과 함께 모두들 점심 식사 준비에 바쁜 사이

나 홀로 하인들에게 일 맡겨 둔 양반마냥

팔자걸음으로 여유만만 바로 곁에 있는 산 언덕으로 향한다.

 

산으로 가는 길 민가의 담장에 자라는 나무

안면이 있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거...

(이게 두충나무이던가?)

 

 

 

 

그리고 담장에 기대어 핀 골담초

 

 

 

 

꼭 좁쌀만한 벼룩이자리 꽃을 접사하고 있는데,

멀리 꽃마리가 자기도 담아 달라고 쳐다본다.

 

 

 

 

그래서 같이 담아 줬다.

가족이 아니니 따로...

 

 

 

 

 

산을 오르니 묏등이 줄줄이 나타나고

무덤가의 단골 고객들이 여기에도 다 모였다.

 

아직도 피고 있는 할미꽃

 

 

 

 

무덤과 산이 만나는 경계지대에 따가운 햇살을 받고 핀 큰구슬봉이

 

 

 

 

바다도 아닌데, 조개나물

 

 

 

 

애기처럼 귀여운 애기풀

 

 

 

 

아무리 둘러봐도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 이 풀은 무엇일까...

 

 

 

 

그리고 또 하나의 묏등에서 만난 이 엄청난 광경

무덤은 온통 댓잎보다 더 푸른 은방울꽃으로 뒤덮였다.

 

일부러 심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봄 한철 무수한 은방울 소리와 향기에 취할 수 있는 무덤 속의 영혼은 행복하리!

 

 

 

 

엉겅퀴로 보이는 어린풀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잎의 털을 만지니 감촉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빌로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이 쑥은 색깔이 유난히 흰데, 무엇일까.

 

 

 

 

그리고 만난 사초도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융단사초인 듯~)

 

 

 

 

삐리리~~

붕어찜 다 됐다고 핸드폰이 울린다.

 

부랴부랴 달려 가서 시커먼 남자 넷이서 마련한 점심을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급조한 재료로 요리한 붕어찜이 와 이리 맛있노.

 

식사 후 잠시 쉬는 시간에 다시 아까 돌아보지 못한 산밑 개울쪽으로 향한다.

 

어름덩굴에 꽃들이 주렁주렁 열었다.

가운데 있는 붉은 빛의 꽃만 암꽃이고, 나머진 죄다 수꽃이다.

 

 

 

 

병꽃나무는 개울을 따라 지천으로 피었고

 

 

 

 

눈송이 같은 순백의 조팝나무꽃에 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이 녀석이 "봄맞이꽃, 제 정신을 찾아라."고 속삭인다.

 

 

 

 

마주한 그늘 언덕에서 세잎양지꽃이 갸름한 얼굴과 시원스런 몸매를 자랑한다.

 

 

 

 

개옻나무는 잎과 함께 꽃대를 내민다.

 

 

 

 

개울을 따라서 꽃이 진 흔적이 뚜렷한 버들이 서 있는데

이름이 뭘까 했는데, 야사모 모님이 새 가지가 붉은 것이 왕버들 같다고 알려 준다.

 

 

 

 

그리고는 1박 2일의 야생화 낚시 여행은 마감 모드로 돌입한다.

 

여기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작별하기로 하는데,

차를 세워두었던 공터 가까운 집 마당에서

개비자나무일까 싶은 나무를 만난다.

 

 

 

 

홍, 신 아무개 섐은 각자의 차로 떠나고

나머지 세 사람은 돈암동으로 함께 가서 광어회에다 소줏잔을 나누다 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