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낚시터에서 야생화를 낚다

모산재 2007. 5. 7. 14:50

낚시터에서 야생화를 낚다

2007. 04. 27(금)

 

 

 

오  섐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올 때까지는 별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오늘 날짜에 광릉수목원 가는 일정이 있으니 반응하지 않기로 한다.

 

그런데 다시 전화까지 와서 확인을 한다.

 

신, 임, 이, 홍 섐들이랑

말이 낚시지, 가서 1박하며 술도 맘껏 마시고

또 충청도 산골이라 야생화들도 얼마든지 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엄청 기대되었던 광릉수목원이기도 하지만

인위적으로 모아 놓은 곳보다야

부족해도 자연 속에서 탐사하는 재미가 더 낫지 않을까도 싶고

편안하고 친숙한 사람들과 1박하는 즐거움에 슬그머니 맘이 끌려

그래 그럽시다, 라고 선뜻 약속해 버린다.

 

그렇게 해서 오늘 점심때쯤 돈암동에서 오, 임, 이 아무개 섐들을 만났는데,

이게 웬 일이냐, 같이 풀꽃나무 탐사하리라 믿었던

이 아무개 섐은 카메라는 안 가져오고 낚시도구만 챙겨왔네...

 

그리고 달려간 곳은, 충청도 음성 육령 산골짜기에 있는 커다란 호수의 낚시터.

 

그런데 웬걸, 이미 좌대 예약을 해 놓고

도착하자마자 보트를 타고 좌대로 들어간단다.

 

거기서 밤을 새우고 내일 나온다는데

이거 뭐야, 낚시에는 관심도 없는 나는 어쩌란 말이냐!

 

결국 낚시터 주변 골짜기에서 나는 혼자서 풀꽃나무들을 낚아야 하는 운명,

일행을 좌대로 들여 보내고 나는 호숫가에 남는다.

 

야생화를 낚은 다음에 해가 지면

물가운데로 들어가기로 한다.

 

 

호숫가 비포장길 옆에는 줄딸기 꽃들이 피었다.

 

 

 

 

호숫가 산이 별로 깊지 않아 풀꽃들이 제대로 있을지...

그냥 아무 골짜기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서 본다.

 

제비꽃이 피었는데, 잎보다 꽃의 키가 훨씬 크다.

 

털이 제법 보이는 걸 보면 털제비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잎이 지나치게 파란 것이 자꾸 맘에 걸리는 것이다.

 

 

 

꽃의 색깔이 붉은 빛이 많이 도는 것인데,

사진에 담아 놓고 보면 왜 이렇게 푸르게 보이는지...

 

묏등 오르는 언덕에 각시제비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햇살이 어찌나 강한지, 그걸 가리느라 우산을 펼쳐 쪼그리고 앉아,

한손으로 우산을 들고 한손으로 카메라 조작을 하며 낑낑댄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 풍경을 보면 ㅎㅎ~

 

 

 

 

 

묏등으로 올라서니

큰구슬봉이 몇 녀석들이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반긴다.

 

이 녀석들을 담으면서도 우산의 도움을 받는다.

 

 

 

 

묏등은 할미꽃 천지인데

계절이 깊어지면서 같은 그루에서도 꽃들이 피고 지는 모습이 '동시패션'이다.

 

 

 

 

능선에서 뭔지 통 짐작이 가지 않는 나무를 만난다.

 

이제 갓 새잎이 나는데 뭘까...

집에 돌아와서 사진을 보면서 궁리를 하는데, 혹 산팽나무 쪽일까 싶기도 하고...

 

(나중에야 이것이 갈매나무 붙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할미꽃만 지천이라 한 동안 할미꽃을 담는 데 시간을 바친다.

 

 

 

 

꽃이 지고 나면 위와 같은 술 모습의 시기를 지나면

아래처럼 완전히 백두가 되는데

그래서 할미꽃을 백두옹이라고도 부른다.

 

 

 

 

다시 그늘이 진 골짜기 쪽으로 내려서는데,

잎새 한둘만 내놓은 모습이 비슷하면서도 달라보이는 어린풀들이 모여 있어

나를 어지럽혀 놓는다.

 

잎 하나만 달랑 세상에 내 놓고 있는 이 녀석(ㄱ)은 대체 누구냐!

 

잎의 모양새나 잎자루의 흰털은 흰털제비꽃의 모습을 닮긴 했는데,

잎맥이 어쩐지 다른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녀석(ㄴ)은...

모양이 비슷한데, 잎맥이 좀  부드러운데, 위의 것과 같은 것일까?

 

 

 

 

그리고 또 아래 녀석(ㄷ)은?

위의 것과 닮은 것도 같은데, 잎의 길이는 짧아지고 너비는 커진 모양이다.

 

 

 

 

 

그리고 이건(ㄹ)?

모양은 닮았는데 털이 거의 없잖아...

 

 

 

 

얘는 취나물이고,

 

 

 

 

이것은 그냥 엉겅퀴일 테고...

 

 

 

 

 

이것이 조희풀이었던가...

 

 

 

 

 

 

뜻밖에 삼지구엽초를 만난다.

야생 상태에서는 처음으로 보는 것인데, 여기서부터 제법 눈에 띄었다. 

 

 

 

 

하늘말나리들도 제법 보이고

 

 

 

 

이것은 종덩굴일까...

 

 

 

 

다시 각시붓꽃

 

 

 

 

깊은 산 속에서 이렇게 잎 하나만 달랑 내 놓은 모습이 더러 보이는데

감자난인 경우도 있고, 대사초인 경우도 있다.

 

이렇게 잎이 넓으면 대사초...

 

 

 

 

요것은 아무래도 탑꽃의 어린풀이지 싶다.

 

 

 

 

 

그늘이 깊은 골짜기인데도 미나리아재비가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다.

 

 

 

 

조팝나무꽃은 흔하고 흔한데도

순백의 꽃들이 자꾸 마음을 끌어 당긴다.

 

 

 

 

고비,

어린풀이 아름답다는 것,

저렇게 오무리고 있으면서도 절로 느껴지는 충만한 힘!

 

 

 

 

앙증스런 표정의 제비꽃!

 

 

 

 

꿩의밥인데,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꿩의밥과는 다르다.

잎새가 가늘고 길며, 가지를 벌어 작은 꽃들로 나뉘어진 모습이 그러하다. 

 

 

 

 

이것은 왕고들빼기로 봐야 할까...

 

 

 

 

골짜기의 중간쯤으로 오르니 족도리풀이 지천이다.

 

 

 

 

고광나무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스라지는 아직도 한창인 모습이다.

 

 

 

 

그런데 웬걸,

맨 왼쪽의 꽃은 꽃잎이 10개나 달린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랫도리 흰털 뽀송뽀송한

흰털제비꽃은 거의 지고 없었는데,

요 녀석만은 나를 위해 이렇게 기다려주고 있었다.

 

 

 

 

족도리풀인데

앞에선 본 것과는 꽃의 색감이 순하고 밝은 것이 느낌이 다르다.

 

 

 

 

활량나물이지 싶은 것이 아직 기를 펴지 않은 모습으로 섰다.

 

 

 

 

 

아까 봤던 제비꽃이지만 색감이 환해서 한번 더...

 

 

 

 

다시 산 능선으로 올라서는데

생강나무(동박나무) 암그루인지 열매를 주렁주렁 단뜩 달고 있었다.

 

저 열매로 동백기름을 짠다지.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능선에서 또 각시를 만난다.

 

 

 

 

이고들빼기 어린풀의 모습이다.

토끼가 먹이로 아주 좋아하는 풀이다.

 

 

 

 

이 섐이 전화로,

"아무도 술을 안 마시고 고기도 구워먹지 않고 있다."고...

"모두들 열심히 낚시만 하고 있다."고 방점을 찍으며 전해준다.

 

그러잖아도 숲속의 골짜기가 어두워져서 막설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다.

 

선밀나물이 꽃을 갓 피우기 시작했다.

 

 

 

 

 

산 속이 컴컴해지고

풀꽃나무 낚시는 더 이상 어려워

호수로 내려선다.

 

저 멀리 내가 들어가야 할 좌대가 세번째에 살짝 보인다.(이건 줌으로 한참 당긴 풍경이다)

관리소에 가서 배를 불러서 들어간다. 

 

 

 

 

좌대로 들어가니 벌써 술판이 무르익고 있다.

 

산을 타느라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임 아무개 섐이 열심히 구워주는 고기 안주 허겁지겁 집어 먹고

오랜만에 소주잔도 편하게 기울인다.

 

그러구러 시간이 가는데 홍 아무개 섐도 늦게 찾아왔다.

한편에선 술자리, 한편에서 낚시...

 

 

저렇게 시간을 잊고 '어둠'을 낚는 신섐, 홍섐,

설마 붕어 살점이 그토록 그리워 저러고 있지는 않겠지.

 

마치 내가 산골짜기를 오르내리며 풀꽃나무들을 낚았던 것처럼...

 

 

 

 

< 다음 글에 계속 >